10년 쌓은 창업 경험치…메타버스로 창업 2막 연다
이규승 오버더핸드 대표 인터뷰
10년 쌓은 창업 경험치…메타버스로 창업 2막 연다
2021.10.06 15:36 by 이창희

창업자들은 자신이 도전적이고 진취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렵게 성취를 이뤄내면 이내 그 열매에 취하게 된다. 이를 뒤로하고 새로운 도전을 실행에 옮기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시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한다는 두려움이 발을 무겁게 만들기 때문이다. 주변의 우려와 회의적인 시각에도 맞서야 한다. 이 어려운 길을 가려는 창업자를 만났다. 강산이 한 차례 바뀌는 동안 갖은 우여곡절을 거쳐 고지를 탈환했지만 다시 새로운 고지전에 나선다. ‘오버더핸드’라는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창업2막을 열고 있는 이규승(35)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규승 오버더핸드 대표.
이규승 오버더핸드 대표.

|“시작부터 하고 보자!”…옥탑방에서 시작된 좌충우돌 창업기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졸업이 다가오면 선택의 기로에 선다. 대학원이나 유학길에 올라 학문의 깊이를 더하거나, 무한 경쟁의 취업 전선으로 뛰어든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졸업을 목전에 둔 이규승 대표도 그런 상황에 처한 젊은이들 중 하나였다. 대학에서 영상디자인을 전공한 그에게는 대학원도 유학도 취업도 크게 와 닿지 않는 선택지들이었다. 그가 맞닥뜨린 세상은 영상 기술로 할 수 있는 것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고, 무엇을 해도 성공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가장 마음이 동하는 선택은 결국 창업이었다.

학과 동기와 의기투합한 이 대표는 졸업작품도 제쳐두고 학교 앞 옥탑방에 들어앉아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그의 눈에 들어온 건 때마침 미국 디즈니에서 출시한 ‘베이비 아인슈타인’이라는 영상 콘텐츠였다. 신생아 및 영유아의 지능 발달 목적으로 만들어진 교육용 영상이었다.

비슷한 느낌으로 잘 만들 수 있다면, 이 교육열 높은 한국에서는 그야말로 ‘필승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이 대표가 본격적으로 캐릭터 개발과 영상 제작에 착수하자마자 악재가 터졌다. 미국 언론에서 베이비 아인슈타인의 효과성에 대해 대대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결국 대규모 리콜 사태가 벌어지고 디즈니는 빠르게 사업을 접고 말았다.

“깊이 들여다보지 못하고 ‘비슷하게 만들면 되겠지’라는 짧은 생각뿐이었던 거죠. 어쩌면 다행인 게 우리가 리소스를 제대로 쏟아 붓기 직전에 일이 터졌습니다. 사업자 내기 전이었고 창업보육센터에 갓 들어갔을 시점이었어요.”

가까스로 몸을 추스린 그는 곧바로 사업 아이템의 변주를 가했다. 당시 대중화되기 시작한 스마트폰이 새로운 타깃이었다. 집집마다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것에 대한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고, 이를 기회로 삼아야겠다는 판단이 섰다.

때마침 청년창업사관학교 2기 입교와 함께 1억원 남짓한 지원금을 받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이를 발판으로 ‘베이스D’라는 법인을 설립하고 영유아 대상 토이 카메라 ‘아카’를 개발했다. 스마트폰을 끼워서 사용하는 케이스 겸 카메라로, 어플리케이션과 연동해 아이들이 각종 교육 콘텐츠를 경험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베이스D의 야심작, 토이 카메라 ‘아카’
베이스D의 야심작, 토이 카메라 ‘아카’

시장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따로 마케팅을 하지 않았음에도 아이를 가진 연예인들이 방송에 들고 나오면서 화제가 됐고, 스마트폰 케이스 전시회에 참가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미국·프랑스·독일·일본·대만 등 해외 수출길이 열렸고, 디즈니에서 제품 문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딪혔다. 중국에서 카피 제품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던 것. 이 대표의 제품이 37달러 정도의 가격이었는데, 조악한 만듦새의 카피캣들은 고작 10달러 초반대에 알리바바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너무나 화가 나고 아쉬웠지만 접을 수밖에 없었어요. 국제소송은 비용이 막대한 데다 승소해도 그쪽에서 페이퍼컴퍼니 하나 없애고 말면 그만이었거든요. 무엇보다도 카피 제품들이 워낙 조악해서 저희 제품까지 싸잡아 불신이 싹트고 있었어요. 이렇게 가다가는 회사의 브랜드 가치까지 의심받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넘어질수록 강해진다’…실패로만 끝나지 않은 실패
두 차례의 소용돌이를 겪는 이 대표는 휴식기 없이 다시 도전에 나섰다. 이번엔 VR·AR(가상·증강현실) 기술이 한창 떠오르고 있던 점에 주목, 그림을 그려서 찍고 출력하면 증강현실로 구현해주는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색칠하면 살아나요’라는 이름의 유아 교육용 콘텐츠였다. 이 서비스를 발판으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지원사업을 통과해 입주 및 사업화에 성공했다.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개발자가 없어 외주로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각종 에러에 시달려야 했고, 갖은 어려움 겪은 후에 결국 개발자를 직접 채용하는 초강수까지 두면서 가까스로 출시에 성공했다.

초반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전국 대형서점 납품과 동시에 활발한 판매가 이뤄졌다. 하지만 반짝 상승세를 보이던 판매고가 이유 없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설문과 간담회를 거친 끝에 찾아낸 원인은 어플리케이션의 잦은 오류와 높은 체감 가격이었다.

“대부분 소비자들은 하드웨어만 중요시하고 소프트웨어는 덤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후자 쪽 개발비용이 훨씬 큰 데도 말이에요. 자연스레 ‘장난감’ 치고는 비싸다고 느끼는 거죠. 잠깐 스마트 토이 열풍이 불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아이들의 교구로 활용되긴 어렵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어요.”

 

결과는 아쉬웠지만 깨달음을 가져다준 ‘색칠하면 살아나요’.
결과는 아쉬웠지만 깨달음을 가져다준 ‘색칠하면 살아나요’.

세 번이나 암초를 겪은 베이스D는 난파선과 다름없었다. 초기 공동창업자들이 하나 둘 떠나게 되면서 회사를 다시 살려내야 하는 건 이 대표의 몫이 됐다. 하지만 좌절은 없었다. 그간의 시행착오가 고스란히 경쟁력이 되어 있었던 것. 베이스D를 눈여겨봐왔던 교육업계의 공룡들이 하나둘 프로젝트를 제안하기 시작했다. 교원, 웅진, 비상 등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과 연이어 손을 잡았다. 그동안 해왔던 개발의 공력들이 빛을 발하면서 30건이 넘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었다. ‘B2B’로의 완전한 변신이었다.

|고통을 즐기고 싶은 ‘본 투 비 챌린저’
베이스D는 올해 10억원 가까운 매출이 기대될 정도로 안정 궤도에 올랐다. 이 대표 포함 C레벨 4명을 중심으로 5명의 개발팀, 6명의 디자인팀까지 구축하는 등 식구들도 많이 늘었다.

“베이스D는 이미 10년 가까이 된 회사고 어느 정도 자리도 잡았어요. 이런 상황이 되니 새로운 도전이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10년 전에 꿈꿨던 ‘내 사업’을 다시 해보고 싶은 거죠. 그렇게 실패했는데도 자꾸 욕심이 나는 걸 보면 타고난 운명이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웃음)”

 

고생 끝에 마련한 마포구 합정의 사무실.
고생 끝에 마련한 마포구 합정의 사무실.

그간 회사를 꾸려오는 내내 이 대표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았다. 그런 구상은 새로운 도전의 밑거름이 됐다. 무엇보다도 지난 10년 동안 쌓아온 나름의 기술력이 그에게는 가장 큰 무기였다.

그렇게 선택한 것이 바로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네트워킹을 통해 알게 된 연예인들과 교류하면서 시장성을 확인한 아이디어로, 메타버스 공간에서 연예인이든 일반인이든 자신만의 공연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다. 비슷한 플랫폼들이 이미 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이 대표는 그간의 경험과 기술을 토대로 차별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는 지난 5월 메타버스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오버더핸드’의 법인 설립을 마쳤다.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하긴 어렵지만 자체적으로 구축한 시스템으로 BM특허를 출원했고, 국내외 굴지의 엔터테인먼트사들과 연달아 협약을 맺는 중이다. 복수의 VC들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를 위한 IR도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와이앤아처’의 ‘에스테텍 스케일업 프로그램 시즌2’에 선정돼 각종 교육 및 지원을 통해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11월 글로벌 스타트업 컨퍼런스인 ‘A-STREAM(에이스트림)’에서 어느 정도 구체화된 밑그림도 선보일 예정. 플랫폼이 정식으로 베일을 벗는 시점은 내년 3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떤 사업체를 만들어 일정 궤도에 올려놓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고통이 있습니다. 예전과 다른 점은 이젠 그 고통의 깊이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죠. 예전에는 멋모르고 했다면 이제는 깊은 고민과 확신을 토대로 한다고나 할까요?(웃음)”

 

/사진: 오버더핸드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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