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해지고 싶은 남자들의 '패알못' 탈출 치트키…'핏봐(Fit-boa)'
시크릿아이콘 송동민 대표 인터뷰
평범해지고 싶은 남자들의 '패알못' 탈출 치트키…'핏봐(Fit-boa)'
2021.11.15 16:16 by 김주현

옷을 골라 입는다는 것은 매우 창조적인 행위이다. 한정적인 의복 자원을 활용해 그때그때 최적화된 착장 조합을 구성하는 것이 여간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늘 "뭘 입어야 하나"라는 고민과 마주한다. 그 어려운 창조 행위를 매일매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이슈에 유독 취약한 사람들이 있다. '패션에 관심이 없다'는 박한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남성 집단이 그들이다. 이들은 패션에 대해 어떠한 고민도 하지 않는 것일까? 그냥저냥 자신의 스타일에 만족하며 사는 것일까?

송동민 시크릿아이콘 대표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강조한다. 소위 패션에 무관심해 뵈는 남성들은 정말로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어떤 노력을 하고 어떻게 투자를 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송 대표는 그들에게 적확한 투자와 노력만 더해진다면, 분명 커다란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 그가 론칭하는 '핏봐(Fit-boa)'는 이런 '패알못' 남성들을 위한 스타일 솔루션 서비스다.

 

송동민(사진) 시크릿아이콘 대표
송동민(사진) 시크릿아이콘 대표

| 비전문가의 좌충우돌 패션사업 입문기

“원래 패션에 관심이 많았지만 업으로까지 삼게 될 줄은 몰랐어요. 초기 구상을 하면서 제 스스로 ‘패셔니스타’가 되어야 한다고 다짐했죠. 패션 플랫폼을 하는데 제 자신이 허술해 보일 수는 없으니까요.“

송동민 대표의 이력은 패션과 거리가 멀다. 식품공학과 전공으로, 가장 처음 도전했던 창업도 F&B분야였다. 1인가구를 대상으로 했던 반찬구독 배달서비스였는데 기대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는 “그때 사업적인 눈이 번쩍 떠지더라"고 지난날을 회고했다. 

순항하는 듯 보였던 첫 사업은 의외의 암초를 만나며 무너졌다. 식품 관련법과 규정 등에 부딪힌 것. 송 대표는 당시에 대해 “너무나 어렸던 나머지, 관련법과 규정에 대해 무지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첫 고배를 맛봤지만, 사업에 대한 열정만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이후 그는 한류 트렌드에 맞춘 '모던 한복'을 판매하고 유통하는 쇼핑 플랫폼을 기획했다. 지난 실패를 교훈삼아 철저히 준비했고 적잖은 호평도 얻었다. 뉴욕의 한국문화원으로부터 협업 제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외부 변수가 앞을 가로 막았다. 국내외 정치상황 변동으로 인해 한국문화원과의 협업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그의 창업 행보는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창업에 ‘패션’ 키워드가 스며들기 시작한 건 차기 도전부터였다. 패션모델들을 위한 플랫폼 '시크릿아이콘'이 그 결과물이었다. 

“한복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많은 모델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자연스럽게 이들의 고충을 자주 듣게 됐죠. 그런데 의외로 고용 형태가 불안하더라고요. 구직 자체도 어려웠고, 어려운 경쟁을 뚫고 기회를 잡아도 에이전시와의 계약 문제가 많았어요. 일련의 문제들이 전부 상호간의 정보 불균형에서 발생했다고 보고, 모델들을 위한 구인구직 중개 플랫폼을 구상하게 된 거예요.”

사업 모델의 핵심은 모델들이 구직을 위해 제출하는 포트폴리오를 디지털‧온라인화 시킨 서비스였다. 입소문을 타고 번져나간 '시크릿아이콘'은 현재 4000여명의 모델들과 100여명의 패션 인플루언서들이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패션의 대한 관심을 패션 플랫폼으로 승화시킨 송동민 대표
패션의 대한 관심을 패션 플랫폼으로 승화시킨 송동민 대표

| 패션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한 최적의 솔루션
송 대표는 플랫폼의 성공적인 연착륙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었다. 결핍된 것을 충족시켜줄 수만 있다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모인다는 진리였다. 이는 자연스레 또 다른 사업구상의 기회로 다가왔다. 송동민 대표는 패션의 '결핍'으로 가장 고통 받고 있는 대상층을 분석했고, 그 결과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의 남성들을 위한 패션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남성들을 위한 패션 구독 솔루션 '핏봐'의 탄생이었다.

"패션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남성 대부분은 패션을 통해 만족감을 느껴본 적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옷을 잘 입었을 때, 그것이 가져다주는 즐거움과 만족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죠."

송 대표는 '패션에 대해 무지하다'는 평가를 받는 남성들에 주목했다. 그는 그들이 패션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관심과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이며 효율적인 솔루션을 찾지 못했다는 것. 아주 약간의 노력으로 '환골탈태'를 할 수 있다면 패션을 위해 투자할 의지가 분명히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저 같은 경우는 저만의 패션 스타일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과 돈을 투자했어요. 저는 패션을 업으로 삼아야하기에 그럴 수 있었지만, 누구나 이렇게 투자하라는 건 무리죠. 그게 바로 ‘핏봐’를 만든 배경입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고 싶어 하는 이들의 노력과 수고를 줄이기 위해서 탄생한 서비스죠." 

 

핏봐는 자신만의 패션 스타일을 제안하는 온라인 솔루션이다.
핏봐는 자신만의 패션 스타일을 제안하는 온라인 솔루션이다.

'핏봐' 서비스는 자신의 사이즈를 찾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제공되는 줄자로 자신의 몸을 정확히 측정해 입력만 하면 본인의 체형을 분석해주고, 체형을 5가지로 구분해 그 체형에 맞는 코디를 제공한다. 송 대표는 자신의 사이즈와 체형만 정확하게 알아도 절반 이상은 성공한 것이라고 말한다. 추천 성향도 유행보다는 ‘스테디’에 초점을 맞췄다. 송 대표는 "'패알못'에서 '평범한' 캐주얼룩을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남자로 만들어 주는 것이 모토"라고 했다.

 

| 대기업도 AI도 녹록하지 않았던 시장
온라인 패션 커뮤니티로 출발해 종합 패션 플랫폼으로 성장한 '무신사’의 힘은 그곳에 모인 사람들로부터 나온다. 송 대표는 바로 이 점이 거대 자본력이나 기술력만으론 접근할 수 없는 패션 플랫폼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비스를 경험해본 고객들의 후기와 만족도에요.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이 혁신적인 기술 개발로 사업의 가치를 올리는 일은 아니니까요. 고객들이 '핏봐'의 서비스를 통해 느낀 만족감이 우리의 최대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알고리즘을 활용한 패션 추천 서비스나 AI 기반의 추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고 느끼는 것도 그래서다. 송 대표는 “AI패션 추천 서비스의 근간은 누적된 데이터지만, 패션은 빅데이터보다 개인화가 더 중요한 영역이라고 본다”면서 “AI를 배제하고 철저히 개인화된 서비스로 고객 개인의 만족도를 고려하는 게 우리 플랫폼의 차별점”이라고 덧붙였다. '핏봐'의 패션 솔루션은 전문 스타일리스트들을 통해 진행된다. 사람 몸이 제각각이듯 옷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고, 기성복 추천이라고 해도 개인에게 맞는 정밀하고 만족도 높은 스타일링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십분 고려한 방식이다. 

'핏봐'는 지난 7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서비스의 첫 선을 보였다. 패션 솔루션 서비스 1회와 체형별 맞춤 '슬랙스'를 제공하는 해당 펀딩은 한 달 만에 달성률 500%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펀딩에 참여했던 고객 전부가 정식 서비스의 구독 의지를 보이는 등 앞으로를 기대케 하는 대목도 많다. 현재 '핏봐'는 정식 서비스를 코앞에 두고 있다. 1차 목표는 이용자 1만 명이지만 조바심은 없다. 만족스런 경험을 제공하면 사람들이 모인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핏봐'를 통해서 삶의 질이 올라갔다는 한 줄의 평가가 저희에게는 가장 큰 힘이고 원동력이 됩니다. 이런 것들이 모이고 뭉치다보면 '핏봐'가 젊은 세대 남성들이 가장 많이 찾는 패션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웃음)"   

 

/사진: 시크릿아이콘 제공 

 

필자소개
김주현

안녕하세요. 김주현 기자입니다. 기업과 사람을 잇는 이야기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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