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예쁘다고 하는 집에서 살고 싶어요"
“나는 나를 예쁘다고 하는 집에서 살고 싶어요"
“나는 나를 예쁘다고 하는 집에서 살고 싶어요"
2014.11.11 14:55 by 권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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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장애아동의 가족이 자신의 소외를 미처 깨닫지도 못한 채 살아갑니다. 어떻게 하면 이들의 상처를 안아줄 수 있을까. 이들을 위해 아주 특별한 힐링 프로젝트가 진행됐습니다.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와 kt가 함께하는 ‘가족힐링 프로그램’은 장애 아동을 가족으로 둔 비장애 형제자매와 부모님의 정서지원을 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입니다. 6월부터 9월까지 총 16회기에 걸쳐 진행된 이 힐링 프로그램은 장애아동의 비장애 형제․자매를 대상으로 한 ‘아동 아트스쿨’과 장애아동의 부모님들을 위한 ‘부모 아트스쿨’ 두 가지로 전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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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음악, 무용, 연극 과 같은 예술 매체는 평소 우리가 쓰는 말이나 글과는 전혀 다른 체험을 선사합니다. 아이들과 부모님은 약 3개월간 ‘몸으로 시 쓰기’ ‘나의 가족 표현하기’ 등 연극을 중심으로 한 통합 문화예술 교육 과정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드러내며 함께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찰흙을 빚고 악기 연주하며 때로는 색다른 규칙으로 몸을 움직여 보는 것과 같은 예술활동은 자기표현에 낯설고 어색한 이들도 자연스럽게 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입니다. 특히 ‘부모 아트스쿨’은 마임배우 강사님의 지도로 닫혀있던 마음을 따라 몸도 함께 굳어 있던 부모님들에게 부모의 역할에 묶여있던 자신을 신체부터 하나하나 인식하고 풀어나가도록 함으로써 ‘나’라는 개인에 집중하고 자신의 감정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해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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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난 9월 16일, 지금껏 세상에 한 번도 전해지지 않았던 이들의 이야기가 ‘kt 가족힐링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광화문 kt올레스퀘어 무대 위에 올랐습니다. 가족힐링 페스티벌은 3개월간 아트스쿨 수업을 통해 나온 이야기들을 연극으로 재구성해 관객들 앞에 선보이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장으로 마련됐습니다.

평일 이른 오후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약 150여명의 관객들이 객석을 가득 메웠습니다. 무대 위에 오를 주인공들보다 더 긴장한 가족들의 손에는 저마다 준비해온 축하의 꽃다발이 들려있었고, 소셜 이벤트 사이트 등을 통해 공연을 찾은 일반 관객들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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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공연에 앞서 하트하트 오케스트라 소속 발달장애 청소년의 관악 앙상블 ‘하트브라스 앙상블’ 의 축하공연이 있었습니다. ‘장애아동 가족의 힐링’을 취지로 하는 이번 페스티벌과 마찬가지로 장애인 인식개선에 앞서고 있는 하트하트 오케스트라의 멋진 화음이 공연장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습니다.

뒤이어 ‘kt 가족힐링 프로그램’을 멋진 샌드아트로 소개하는 시간이 마련됐습니다.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그림이 더 큰 힘을 발휘할 때가 있죠. 사랑하는 가족의 탄생과 장애아동을 받아들이는 과정, 가족 내적인 힘과 사회의 관심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이 한 장면씩 모래 위에 그려질 때 마다 객석에서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가족 분들을 보며 이번 페스티벌의 참 의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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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디어 본격적인 공연의 막이 올랐습니다. 공연의 제목은 ‘꿈꾸는 집으로’. 잠깐의 정적 후 조명이 켜지고 등짐을 진 아이들이 한 발, 한 발 무대로 전진하자 객석의 눈동자들이 일제히 무대로 쏠렸습니다.

학교 숙제에 나머지 공부, 학원에 엄마의 잔소리까지. 힘든 일과를 마치고 지쳐 잠든 아이들은 꿈속에서 아이들은 장래희망을 이야기 했습니다. 이웃을 지켜주는 멋진 경찰, 덩크슛을 성공시키는 농구선수, 제2의 김연아... 자신만을 바라봐주는 관중 앞에서 꿈을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얼굴은 반짝반짝 빛이 나는 듯 했습니다.

그 때, 신나게 꿈나라 여행 중인 아이들을 찾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이들이 황급히 잠자리로 돌아가고 다시 불 꺼진 무대 위, 그 곳에는 엄마가 서 있습니다.

거기 애 좀 조용히 시켜요,
형이 없어졌으면 좋겠어!
내 입에서 좋은 소리가 나오겠어?

장애아동을 향한 주변의 가시 박힌 말들은 엄마의 내면으로 파고듭니다.

나도 숨 좀 쉬고 싶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나도 엄마가 필요해... 엄마... 엄마...

세상의 모진 시선,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받는 상처에도 엄마는 항상 강하고 의연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엄마라고 아픔이 없었을까요. 엄마이기 이전에 그 역시 한 사람의 여자이자 누군가의 소중한 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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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에 객석은 울음바다가 됐습니다. 객석의 엄마도, 무대의 엄마도 서로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그것보다도 더 짙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시금 불 켜진 무대, 아이들과 엄마는 말이 아닌 몸짓으로 교감하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마주 선 가족의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꿈속의 요정들은 마치 객석에 앉은 관객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했습니다.

처음 가족 힐링 프로그램에 참가한 가족들은 많은 상처를 안고 있었습니다. 내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던 언니와 가끔은 미웠던 동생에 대한 미안함, 하지만 3개월의 프로젝트는 이들에게 상처를 바라볼 수 있는 용기와, 새로운 시작에 대한 믿음을 주었습니다.

여러분이 꿈꾸는 집, 그 안의 가족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요? 이 날 무대 위에 오른 엄마와 아이들은 나의 존재를 깨닫고 상대를 인정하며 함께 소통하는 모습을 통해 ‘꿈꾸는 집’을 보여주었습니다. 공연 마지막, 아이들이 또렷한 목소리로 외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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