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쌓아 올린 외벽은 군데군데가 헐어버렸습니다. 지붕도 낡아서 처마 밑의 나무 골조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 속은 텅 비어버려 쥐들의 안식처가 된지 오래라고 합니다. 충북 음성의 황숙희(가명‧78) 할머니 댁 이야기입니다. “달그락달그락 쥐 소리에 잠을 못자요.” 행여나 쥐가 낡은 벽을 갉아먹고 집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을까 할머니는 늘 노심초사합니다.
모든 공간이 마당으로 통하는 재래식 가옥,
중풍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께는 ‘최악의 집 구조’
지은지 80년. 이 집에서 나고 자랐다는 황 할머니는 2남 중 차남을 먼저 여의고, 큰아들과는 왕래도 끊긴 채 혼자 살아가고 계셨는데요. 고령에 중풍 후유증으로 거동마저 불편한 상황으로, 연탄 한 장 갈아 끼우기도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한번은 겨울에 사다리를 타고 연탄을 갈다가 아래로 나자빠졌지 뭐야.
다리를 크게 다쳐서 집 안에서 옴짝달싹도 못 하게 됐지, 화장실은 한 데(집 밖에) 있지.
내가 어떤 꼴까지 당했는지… 그 때 고생한 걸 생각하면 말도 못해요.”
마당을 가로질러 가야 하는 화장실은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껜 너무나도 멉니다. 눈을 치울 힘도 없어, 마당이 얼어버리는 겨울엔 화장실 가는 게 무섭습니다. “이웃에서 떡국이라도 한 냄비 끓여 주면 그걸로 한 이틀씩 먹고 그러지.” 출입구가 마당으로 나 있는 재래식 주방도 드나들기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닙니다. 연탄을 주방에 함께 보관하고 있어 위생적으로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연탄을 갈기 위해서는 새 연탄을 들고 집을 반 바퀴 돌아가야만 합니다. 할머니께는 최악의 집 구조였지요. 마당에 있는 수돗가에서 손빨래며 세수까지 하시는데 날이 쌀쌀해지면 엄두도 못 낼 일입니다. 할머니는 “다 늙어서 뭐…”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속마음을 이렇게 털어놨습니다.
“이웃에 다니며 주방이며 화장실을 잘 해놓고 사는 사람들 보면, 내색은 못했지만 얼마나 부러웠다고.
한 시간만이라도 그런 집에 살아봤으면 여한이 없겠어요.”
노후한 집이 언제까지 버텨줄 지도 모를 일입니다. 몇 해 전에는 뒤뜰의 감나무 가지가 바람에 꺾여 집을 덮치는 통에 지붕 한쪽이 와르르 무너졌다고 합니다. 평생을 이 집에서 살아온 할머니. 불편함은 이미 익숙하다지만, 이따금씩 찾아오는 불안함은 낯설기만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상자,
‘기프트하우스’가 6평의 기적을 일구어갑니다
황숙희 할머니는 한 달 20만원의 정부보조금이 수입의 전부입니다. 자력으로 주거여건을 개선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집 또한 너무 낡아 개‧보수조차 힘든 상황이었죠. 그래서 희망브리지가 현대엔지니어링과 힘을 모았습니다. 바로 ‘기프트하우스’입니다.
희망브리지는 재난재해 피해를 입은 이재민의 피해가 장기화될 경우, 임시거주시설을 통해 한시적 주거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단열성 및 주거편의성을 부쩍 높인 모듈러주택 ‘희망하우스’를 선보였는데, 그 활용 폭도 더욱 넓혔습니다. 저소득층 재난위기가정에 영구적으로 지원하는 '기프트하우스'를 통해서 말이죠. 현대엔지니어링의 자체 기술로 개발한 기프트하우스는 6평 남짓 공간에 주방, 수납공간, 화장실 등을 완비하고 있습니다.
황 할머니를 비롯해 충북 음성군에 거주하는 총 네 분의 어르신이 기프트하우스의 첫 수혜자로 선정됐습니다. 오는 12월 22일 입주를 앞두고 있지요. 기프트하우스는 기존에 수혜자들이 거주하던 주택을 허물고 그 자리에 들어서거나, 마당 등 여유 공간을 활용해 설치될 예정입니다.
6평, 작은 공간의 기적이 이 분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켜 갈까요.
재난위기가정을 위한 기프트하우스,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