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마가 휩쓸고 간 자리, 건질 것 하나 없어' 부산 기장 수해 현장
'수마가 휩쓸고 간 자리, 건질 것 하나 없어' 부산 기장 수해 현장
'수마가 휩쓸고 간 자리, 건질 것 하나 없어' 부산 기장 수해 현장
2014.09.02 19:00 by 조철희

 

수마가 휩쓸고 간 자리, 건질 것이 하나 없었습니다...그 안타까운 현장에 희망브리지 봉사단이 다녀왔습니다.

지난 8월 25일, 경남 창원이 246.6mm, 부산 금정이 244.5mm의 강수량을 기록하는 등 영남지방에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이 비로 창원·부산 등지에서 총 14명이 사망·실종하는 등 피해가 컸습니다. 국지적으로 갑자기 많은 비가 내렸기 때문인데요, 부산 금정구에서는 이날 오후 2시경부터 1시간 동안 130mm에 이르는 물폭탄이 쏟아졌습니다. 

수해복구작업이 한창인 기장군 장안읍 좌천삼거리 일대의 모습입니다(사진 왼쪽). 좌광천변 저지대인 좌천시장 일대는 건물 1층 높이까지 물이 차 피해가 컸습니다(사진 오른쪽).

“60년 전에 내가 여기 강가에 처음 집을 짓고 살았어요. 살면서 이런 난리를 겪은 적이 없었는데……. 여기 안에 좀 봐요. 다 깨져서 이거 다 치워도 이제 여기서 못 살아요.” 

부산 기장군 장안읍 좌천리에 거주하는 한 할머니는 집을 아예 헐어버려야겠다고 했습니다. 25일 기장군에는 187mm의 비가 내렸는데, 이 비로 좌천리를 끼고 도는 좌광천이 불어난데다 인근 내덕저수지의 둑까지 무너지면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겨버렸습니다.  

처참한 광경에 잠시 할 말을 잃기도 했습니다.

하천변 저지대에 있던 할머니의 집은 불어난 물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벽에는 금이 갔고, 지붕에는 구멍까지 나 끔찍한 모습이었죠. 집 안에서 끄집어 낸 가재도구는 어느 것 하나 건질 것이 없었습니다. 

“아침에 뉴스에서 이 동네에 70가구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고 듣고 왔는데, 현장에 와서 보니 웬걸요. 300가구도 넘는걸요. 이 할머니는 이제 여기 떠나시면 어디서 사실지 걱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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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집을 정리하던 우보람 씨는 처참한 현장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습니다. 경남 김해에서 피해 소식을 듣고 달려온 보람 씨는 희망브리지 재해구호협회의 대학생 봉사자로, 26일부터 10여명의 봉사자들이 희망브리지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침수피해를 입은 집 내부를 대민지원을 나온 군인들과 함께 청소하는 한편, 희망브리지가 파견한 세탁구호차량에서 흙탕물에 찌든 이불과 옷가지를 세탁하는 세탁봉사를 펼치고 있습니다.

“지워지지 않은 얼룩, 수해의 흔적으로 남을까 안타깝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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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구호차량은 좌천리 기장군 국민체육센터 앞에 자리했습니다. 7.5톤의 차량 안에는 18kg급 산업용 세탁기 3대와 23kg급 건조기 3대가 장착 돼 있습니다. 1시간 30분 정도면 세탁에서 건조까지 마무리 되는데요, 하루 8시간 기준으로 1000kg의 세탁물을 처리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침수피해가 심했던 부산의 북구 구포동에도 세탁구호차량이 출동해, 부산지역 총 두 곳에서 세탁봉사가 한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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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브리지에서 부산 기장으로 온다고 저희도 급하게 연락받고 왔어요. 이번 비로 저희 동네도 물이 발목까지 찼었는데 여기는 상황이 많이 심각한 것 같아요. 3일 정도 예상하고 왔는데 그걸론 턱도 없겠어요.” 

희망브리지 대학생 봉사자인 정주연 씨가 말했습니다. 부산 사상에서 온 주연 씨는 지난 여름 희망브리지 ‘집수리로드’에도 참여하는 등 집수리 봉사 경험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재해 현장 봉사는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현장의 처참한 모습에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습니다. 세탁물의 상태도 양도, 지난 집수리로드에서 실시했던 세탁봉사 때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흙탕물에 찌들어 세탁되기만을 기다리는 이불과 옷가지들이 세탁구호차량 뒤로 30여 미터 줄지어 늘어섰습니다. 얼마나 많은 집들이 침수피해를 입었을지 짐작이 가는 장면이었습니다.

세탁물을 접수하러 오신 수재민 분들께는 세탁 절차에 대해 상세히 설명도 드립니다.

“흰색 등 좀 밝은 계열의 세탁물은 흙탕물을 한 번 뒤집어쓰고 나와서 그런지 세탁해도 얼룩이 좀 남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런걸 보면 나중에도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아서 안타깝죠. 수해를 입었던 흔적이 계속 남는 거잖아요.” 

부산 금정구에서 온 봉사자 장진영 씨가 말했습니다. 진영 씨가 사는 금정구는 이번에 부산에서 가장 비가 많이 온 곳으로, 지하철역이 침수되고 온천천이 범람해 한때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폭우의 위력을 실감했던 진영 씨는 수해를 입은 분들에 더 마음이 쓰이는 모습입니다.   

“하나 더 안타까운 건 여기가 도시가 아니고 낙후된 지역인데다, 어르신들이 정말 많다는 점이에요. 피해상황이 정확히 전달 돼 이분들에게 꼭 필요한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 같아요. 저희도 깨끗이 세탁되도록 더 열심히 할 테니, 꼭 힘 내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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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해진 세탁물을 전해드릴 것을 생각하니 더욱 힘이 나는 봉사자들입니다.

 눈앞에 펼쳐진 안타까운 상황에 손에 들린 세탁물보다도 마음의 무게가 더 무거운 봉사자들입니다.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여기 있는 건 다 빨고 가야죠!”라며 열의를 보여준 덕분에 28일까지 할 예정이었던 세탁봉사도 8월 말일까지로 연장했습니다. 이런 친구들의 마음을 아셨을까요. 저녁식사 중에 한 할머니께서 다가와 봉사자들의 손을 맞잡으며 힘을 나누어주십니다.  

“아이고, 기술도 좋지. 그 더러운 걸 어떻게 그렇게 빨았대요. 깨끗하게 해서 가져온 걸 보니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몰라요. 정말 고마워요.”

저녁식사를 마치고, 날이 어둑해질 때까지 세탁봉사는 계속됐습니다.
 동네 편의점도 수해, “생필품 구할 곳 없어”
희망브리지에서 총 1,729명 응급구호세트 지원(9/2 기준)

지난 25일 내린 비로 침수피해를 입은 곳은 가정집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좌천리에 위치한 장안읍사무소, 지역 농협, 파출소부터 편의점, 마트 까지 물살이 휩쓸고 지나가지 않은 곳이 없었죠. 일대 행정·금융업무가 마비됨은 물론, 식수하나 사려고 해도 차를 타고 10여분은 족히 나가야 하는 실정이었습니다.   

응급구호세트 속 파란색 상의와 검은색 하의로 갈아입은 수재민 분들이 임시거주소인 기장군 국민체육센터에서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27일 기장군에 희망브리지에서 제작·비축해 뒀던 응급구호세트 남자용 431세트·여자용 242세트 총 673세트, 생수 121박스, 라면 13박스를 긴급 지원했습니다. 이 외에도 부산 금정구, 울산광역시, 경남 창원·고성·김해 등지에 각 지자체에서 위탁받아 제작한 응급구호세트 1,076세트, 취사구호세트 443세트를 지원했습니다. 경남 함양군에 위치한 재해물류구호센터에서 도착한 응급구호세트에는 생활복(상‧하의)과 속옷, 세면용품을 비롯해 담요, 우의, 손전등 등이 들어있는데요, 임시거주소 생활의 불편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자 수재민 분들께 긴급히 전달됐습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앞으로도 피해지역의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구호물품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입니다.  재해 현장이 조속히 복구돼 수재민 여러분이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길 기원합니다. 

필자소개
조철희

늘 가장 첫번째(The First) 전하는 이가 된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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