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고, 그 후
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고, 그 후
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고, 그 후
2015.01.17 19:34 by 더퍼스트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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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지내는 딸이 걱정돼 왔어요...  모든 것이 답답하고 불편하죠. 어떻게든 해결 될 때만 기다리는데….” 

강원도 동해에 사는 강숙희(68,가명)씨는 닷새 째 경기도 의정부 경의초등학교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의정부 오피스텔 화재 사고를 겪은 딸 정미영(35,가명)씨가 걱정돼 혼자 둘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7평 남짓한 원룸에 혼자 살던 정씨는 지난 주말 살던 건물에 불이나 몸만 급히 빠져나왔다고 합니다. 지금은 주위 사람들에게 옷만 빌려서는 겨우 직장에 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15일 현재 그와 같은 이재민 144명이 경의초등학교에 마련된 이재민대피소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체육관만으로는 공간이 모자라 일부 이재민들은 다른 교실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좁은 교실에 빼곡히 들어찬 텐트가 답답해 보입니다. 샤워시설을 이용하려 해도 순번을 기다렸다 멀리 걸어가야 하고, 15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4대의 세탁기를 나눠 쓰고 있는 형편입니다.

지난 10일 오전 9시 20분경, 의정부시 의정부동에 위치한 대봉그린아파트 1층 주차장의 오토바이에서 시작된 불이 주차된 차량 10여대를 태운 뒤 건물 전체를 뒤덮었습니다. 불은 순식간에 주변 건물로 옮겨 붙어 인근의 아파트 2동과 단독주택 2동, 다가구주택 1동을 더 태웠습니다. 4명의 사망자와 126명의 부상자를 냈고, 소방서 추산 90억 원의 재산 피해를 입혔습니다. 이로 인해 288세대 368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불은 주차된 오토바이의 키박스 부분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으나, 아직까지 정확한 발화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삽시간에 옮겨 붙은 불,   왜 피해가 컸을까요? 

이주민 대피소에서 발을 돌려 화재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5분여를 걸었을까요. 골목 어귀서부터 매캐한 냄새가 코끝을 찌릅니다. 화재 당시 얼마나 많은 유독가스가 발생했을 지 조금이나마 짐작케 합니다. 불이 시작된 10층짜리 대봉그린아파트 좌측으로 같은 10층 건물인 드림타운아파트, 4층짜리 다가구주택, 15층 높이의 해뜨는마을아파트 등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습니다. 벽면은 온통 시커멓게 그을렸고, 일부분은 골조마저 내려앉은 모습입니다. 

피해현장의 모습입니다. 왼쪽부터 해뜨는마을아파트, 다가구주택, 드림타운아파트, 그리고 불이 시작된 대봉그린아파트가 매우 가까이 붙어있습니다. 건물 바로 뒤로 전철이 지나고 있어, 건물 앞 2차선 도로에서만 진화작업이 이뤄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2009년, 정부는 도시형 생활주택이라는 새로운 주택 유형을 도입했습니다. 도시민의 생활패턴 변화로 1~2인 가구 증가세가 뚜렷해지면서 이들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서입니다. 도시형 생활주택이란 도시에 건설하는 85㎡ 이하, 20세대 이상 300세대 미만의 소형 공동주택을 말합니다. 정부는 저렴한 주택을 신속히 공급하고자 건축물간 거리 규제, 소음 보호 기준, 주차시설 건설 기준 등 일부 건설기준을 완화했는데, 몇몇 완화된 기준이 이번 화재의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되고 있습니다.

피해를 입은 아파트 3개 동도 지난 2011년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허가받은 건물입니다. 처음 불이 시작된 10층 높이의 대봉그린아파트와 드림타운아파트 간의 거리는 약 1.5미터로, 2~6미터의 이격거리를 갖는 아파트와 달리 건물 간의 좁은 거리로 불이 쉽게 확산됐습니다. 부족한 주차공간도 빠른 화재 진화를 방해하는 요인이 됐습니다. 현행법상 전용면적 60㎡ 이상의 아파트는 세대 당 1대 이상의 주차면을 확보토록 하고 있으나, 도시형 생활주택은 지역별 조례에 따라 세대 당 0.1~0.5대 분만 마련하면 된다고 합니다. 88세대가 입주한 대봉그린아파트도 주차장 부족 문제로 많은 차량들이 주변 도로에까지 주차해오던 상황으로, 이는 소방차의 신속한 현장 진입을 방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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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소방법상의 허점도 드러났습니다. 스프링클러는 11층 이상 고층 건물부터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어, 10층 높이의 대봉그린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습니다. 불이 시작된 주차장에 스프링클러만 있었다면 불길이 초기에 잡힐 수도 있던 터라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한편, 두 아파트의 외부 마감재는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지어졌습니다. 이는 콘크리트 벽에 스티로폼을 대고 시멘트를 덧바르는 공법입니다. 시공 비용이 저렴하고 공기도 단축된다는 점 때문에 많이 쓰이지만,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는 맹점이 이번 사고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불과 수 분만에 가연성 스티로폼을 태우며 불길이 건물 전체를 뒤덮었고 인근 건물로 옮겨 붙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외부 마감재에 대한 규제는 30층 이상의 주거시설에만 해당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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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형 생활주택은 전국적으로 약 35만 세대가 지어졌거나 공급될 예정입니다. 이 중 60퍼센트가 수도권에, 30퍼센트는 서울에 위치해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상반기까지 서울에만 도시형 생활주택 6000여 동 10만2000여 세대가 보급됐거나 앞으로 보급될 예정이며, 이중 80퍼센트에 해당하는 8만3000여 세대가 10층 이하의 건축물이라고 합니다.

이재민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따뜻한 관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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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거주 공간 제공 등 이재민들이 하루 빨리 정상적인 생활을 되찾을 수 있도록 대책이 강구되고 있지만, 화재 닷새가 지난 15일까지도 마땅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때문에 많은 이재민들이 초등학교 강당과 교실에 들어찬 텐트 안에서 춥고 불편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학교가 개학 하면 비워줘야 합니다. 의정부시는 이달 25일 의정부 경의초등학교에 마련된 지금의 이재민 대피소를 철거하기로 했습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의정부 화재사고 당일인 지난 10일 피해세대에 응급구호세트 200박스와 생수 1,200병을, 13일에는 전기장판 44개와 겨울용 이불세트 96세트, 생수 2,240병을 추가로 지원했습니다. 

또한 150여 명의 이재민이 4대의 가정용 세탁기를 나눠 사용하면서 순번을 기다리는 등 많은 불편이 있었는데요. 이에 14일부터 희망브리지는 이재민대피소가 있는 경의초등학교 운동장에 18kg급 세탁기 3대와 23kg급 건조기 3대를 장착한 이동식 세탁구호차량을 파견했습니다. 보통 가정용 세탁기 용량이 10kg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약 2배의 세탁물을 한 번에 돌릴 수 있는 셈입니다. 대형 건조기까지 장착해, 세탁부터 건조까지 하루 8시간 기준 1000kg의 세탁물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 세탁구호차량을 통해 16일까지 약 540kg의 이불과 옷을 세탁해 이재민분들께 전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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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봉사에는 희망브리지 대학생 봉사단원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현장에서 직접 세탁물을 접수받는 한편, 이불 등 큰 세탁물의 경우 이재민과 피해 현장에 직접 동행해 세탁물을 수거하고 있습니다. 

“밖에서 봤을 땐 ‘그래도 이 건물은 많이 타지는 않았겠구나’ 생각했는데, 직접 들어가서 보니 충격적이었어요. ‘여기서 다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평소 집수리 봉사 할 땐 벽지와 장판을 교체하는 등 제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는데, 여기선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아주 제한적이어서 마음이 더욱 무겁습니다.”  

희망브리지 대학생 봉사단의 이정은(23)씨가 세탁물 수거 차 피해 현장에 다녀온 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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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지낼 곳도 마땅한 보상책도 아직 정해지지 않아 막막한 상황 속에서, 이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의정부 경의초등학교에 마련된 성금 접수처를 찾았던 장순복(56, 경기도 의정부시)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같은 지역에 살다 보니 더 안쓰럽고, 또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분들이 재난을 당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 찾았습니다.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텐데, 불편한 자리에서 주무시면서 혹시 밤에 춥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근래 들어 연이어 터진 대형 사건사고로 인해 이번 의정부 화재 사고에 국민들의 관심이 행여 줄어들진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드는데요, 다른 지역 시민들도 부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 인터뷰에 응해 주신 화재 사고 피해자분들의 신상보호를 위해 이름을 가명처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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