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에는 인사동을 썩 좋아했더랬다. 잘은 몰라도 꼬장꼬장하게 생기신 할아버지들이 화방이니 하는 곳들에서 종이를 고르고, 붓을 고르고 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할아버지들은 가끔은 개량한복을 입고 있기도, 또 가끔은 양복 정장을 하고 있기도 했는데 어찌 됐건 모두 참으로 요 땅에서 난 쌀밥을 먹고 자란 사람들 처럼 생겼었더랬다.
이제는 화방이니 하는 것들은 다 퇴색되어 버리고, 억지 분칠 덕지덕지 지저분한 '한국인의 정신'만 난삽한 난장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아무도 즐겨 찾아 먹지않는 꿀타래가 인사동에서만큼은 이치만 로쿠센 산뱌쿠 하치쥬 욘 가락의 꿀실을 자랑하며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데.
그래도 글씨 좀 쓴다하는 사람들 중에는 인사동 길거리에 나와 앉아서 한 자 한 자 써내려 가는 것의 흥취를 즐기는 사람이 있어서, 큰 대자에 뜻 지자도 몇 번 써내려 가고는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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