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예술은 ‘힐링’…빡빡한 일상 속 찰나의 감동 위해
‘아트 인 메타버스’展 이정이 작가 인터뷰
나의 예술은 ‘힐링’…빡빡한 일상 속 찰나의 감동 위해
2022.07.26 11:43 by 최태욱

[Artist in METAVERSE]는 예술과 기술을 융합하는 아티스트를 발굴‧육성하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스타트업 ‘아츠클라우드’ 주최의 ‘아트 인 메타버스’展 참여 작가를 소개하는 연재 시리즈입니다.

“삶의 대부분을 일터에서 보내잖아요. 그런데 가끔 허무함을 느낄 때가 있어요. ‘나에게 남는 건 뭘까?’하는 의구심이 드는 거죠. 그래서 그림을 놓지 못하는 것 같아요. 창작의 에너지를 마음껏 분출하면서 해방감과 위로감을 느껴요. 그게 바로 저의 예술적 동력인 것 같습니다.”

이정이(33) 작가에게 그림은 평생 친구다. 꼬마 시절의 엉뚱한 공상부터 오늘날 직장인의 스트레스까지 화폭에 옮겨 담았으니, 웬만한 죽마고우보다 작가의 속내에 훤하다. 보석 세공 디자이너로써 분주한 활동을 이어가는 중에도 창작자의 정체성을 고수하는 이유다. 초현실적인 테마나 강한 색 대비 등 다소 과장된 표현을 즐기는 이유도 현생에서 한 발 물러나고 싶은 작가의 예술적 의지다. 작업을 통해 지친 삶의 활력소를 얻고, 일상의 상상과 영감을 분출하는 이정이 작가. 그렇게 예술은 그녀의 쉼표이자 느낌표가 된다. 

 

이정이(사진) 작가
이정이(사진) 작가

| 꾸준히, 그리고 자연스럽게…그녀의 붓은 쉬지 않는다 
이정이 작가에게 미술은 마치 ‘걷기’나 ‘뛰기’와 비슷하다. 자연스레 잘하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배우고 익혔는지 중요치 않아서다.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을 좋아했고, 중학교 때는 친구들과 그림 그리는 모임을 만들었고, 고등학교는 애니메이션 특성화고교를 다녔다는 소개를 통해 자연스레 미술과 떨어지지 않았던 작가의 학창시절을 연상할 뿐이다. 

“유별나게 잘 그리던 아이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부족하더라도 그냥 표현하는 게 좋았죠. 어릴 때는 특히 공상에 자주 빠지곤 했는데, 그런 생각이나 상상들을 내 마음대로 그려낼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대학 전공은 디자인 학부. 미술과의 접점으로 선택한 전공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술과 살짝 멀어지는 계기가 됐다. 제품 디자인, 특히 주얼리 디자인 쪽으로 관심이 크게 늘면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 후 2년 동안 주얼리 세공 디자인을 따로 배웠을 정도로 공을 들였고, 이러한 노력이 취업으로까지 이어졌다. 어느덧 6년차, 베테랑 소리를 듣는 위치가 됐지만, 그 위치에선 채워지지 않는 허함도 있었다. 바로 창작의 즐거움이었다. 이 작가는 “엄밀히 말해서 보석 세공 쪽은 크리에이티브와 거리가 멀다”면서 “기술적인 면은 성장해왔지만, 창의적인 면은 정체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이 작가가 붓을 놓지 못했던 이유는 그 허함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퇴근 후에 짬을 내거나, 주말을 이용해 묵혀왔던 상상력을 펼쳐내기도 한다. 꾸준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림과의 연을 이어간다. 그렇기에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일상에서 포착한 인상 깊은 장면이 재해석되기도 하고, 꿈이나 상상의 풍경이 아로새겨지기도 한다. 대원칙은 ‘탈(脫) 일상’이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에 대한 일탈로 작품 활동을 하는 만큼, 작품 속 표현 역시 보다 새롭고 특이하며 강렬하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다보면, 문득 어린 시절 공상에 완전히 빠져서 나만의 세상에 심취해있던 때가 그리워져요. 없는 시간을 쪼개야 하는 만큼, 최대한 그때 그 기분을 느끼려 하죠.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표현해보고 싶은 거예요.”

 

‘장미’_스크래치 기법을 활용해 작가 특유의 화려함과 섬세함을 잘 표현했다.
‘장미’_스크래치 기법을 활용해 작가 특유의 화려함과 섬세함을 잘 표현했다.

| 강렬한 색상 대비로 표현한 초현실의 세계
쉼 대신 그림을 그리는 패턴 덕분에 이 작가의 작업은 자유분방하게 펼쳐진다. 틈틈이 떠오르는 구상을 표현하는가 하면, 한복디자인 공모전이나 양자역학 디자인 대회 같이 이색적인 무대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이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같은 채널을 통해 작품 제작 과정을 소개하는 활동을 한 적도 있다. 보통 한 달에 두 세 작품씩은 꾸준히 만들고 있는 편이다. 

자유로운 취미 같은 활동이지만, 유독 즐겨 찾는 주제나 방식 등은 몇 가지 키워드로 압축된다. 꿈, 초현실주의, 상상의 공간, 색상대비 같은 단어들이 그것이다. 오일 파스텔에 스크래치(Scratch‧여러 색을 칠한 뒤 그 위에 검은 색을 덧칠하고 뾰족한 도구로 긁어내어 표현) 기법을 주로 쓰는 이유도 꿈이나 상상의 세계를 보다 강하고 화려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다양한 공모전에 출품했던 이정이 작가의 작품들. ‘Shark’(왼쪽)과 ‘Start and Stop’
다양한 공모전에 출품했던 이정이 작가의 작품들. ‘Shark’(왼쪽)과 ‘Start and Stop’

지난 2012년에 제작했던 ‘야경’이란 작품은 미술에 대한 작가의 자세와 의미가 잘 녹아있는 그림이다. 어디에 내어 놓기 위한 것이 아닌 순수 창작물로, 일상을 비일상적으로 표현하려는 주제의식과 강한 색상 대비, 스크래치 같은 기법적인 특징도 잘 드러난다. 

“힘들고 지칠 때 한강에 가서 야경을 보는 습관이 있었어요. 어느 날 물끄러미 야경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림으로 옮겨보고 싶더라고요. 팍팍한 마음 때문인지, 보이는 것보다 훨씬 화려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런 과정이 저에겐 힐링이자 자기만족이 되는 것 같아요.(웃음)”

 

‘야경’_오일파스텔_스크래치
‘야경’_오일파스텔_스크래치

지난 5월 31일까지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진행됐던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에서도 이정이 작가의 꿈과 상상력의 세계는 화려하게 펼쳐졌다. 최근 들어 NFT아트 시장에 큰 관심을 갖고 있던 작가에게 NFT와 메타버스를 키워드로 하는 국제 공모전은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는 무대였다.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에서 작가가 선보인 작품은 ‘허밍버드’라는 8초 분량의 그래픽 아트. 주말마다 작업했던 그림에 영롱한 배경음과 반짝이가 흩날리는 모션 효과를 덧대어 마무리한 작품이다. 해당 작품에 등장하는 건 벌새와 꽃. 동식물을 특히 좋아하여 그림으로 엮어내길 즐긴다는 작가의 기호가 십분 반영된 결과물이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만든 작품이에요. 밑색을 깔고 어둡고 짙은 색을 덧칠한 다음 스크래치 기법으로 그렸죠. 뒤에 조명을 놓고 촬영까지 하여 색상의 대비를 더욱 부각시켰고요. 이를 통해 어둠속에서 빛나는 형태를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생명체들 모두 각자의 방법으로 애쓰면서 사는 게 일상이지만, 그 모습마저도 아름답다는 의미를 담고자 했죠.”

 

‘허밍버드’(스틸컷)_오일파스텔_스크래치
‘허밍버드’(스틸컷)_오일파스텔_스크래치

이정이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자연스러움’을 강조한다. 머릿속에서 한번 구상한 걸 그려내지 않으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자연스럽게 붓을 잡는다는 것이다. 일상의 색다른 풍경을 찍어놓은 사진 한 장, 꿈의 한 장면을 묘사해둔 메모 한 장은 그런 식으로 작가의 예술 세계의 일부가 된다. 

이러한 작업 패턴은 그 기원조차 찾기 힘들다. 초등학생 시절 처음 그림을 접했을 때부터일 수도, 중학교 때 그림 모임을 열었을 때나 고등학교 미술부 시절부터일 수도 있다. 보석 세공사에 대해선 6년차라고 단정하면서도, 작가로서의 경력에는 뜸을 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작가에게 미술은 그래서 평생친구다.  

“앞으로의 작업 계획도 크게 다를 것이 없어요. 반복적이고 무미건조한 일상 속에서 잠깐이나마 벗어나 그림으로 상상의 자유를 누리고 싶어요. 그 자유를 관객들과 함께 만끽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죠?(웃음)”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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