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지 박사는 "제3세계 국가들은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부채를 떠 안았고, 그들이 원래 지니고 있던 자급자족력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환경 파괴와 제3세계 빈곤을 부추겼고, '세계화'를 등에 업은 초국적기업만 배를 불리고 있다고는 얘기다.
"'트랜지션 타운 운동' 알고 있나?" 청중들 침묵에 "아, 불행한 일…" 탄식하기도
트랜지션 타운(Transition town·전환 마을) 운동은 2003년 영국에서 시작됐다. 석유 가채량이 정점을 지났음을 인지하고 석유를 사용하지 않는 에너지 자립 공동체를 만들자는 의도다. 호지 박사는 ‘지역화’ 움직임이 해법이라며, 구체적으로 ‘로컬 푸드(Local food) 운동’을 제안했다.
로컬 푸드 운동이란 식량 경제의 지역화를 말한다. 식량의 이동거리가 짧아지면 화석 연료 소비가 감소하고, 환경오염이 줄면서 식량의 안전도가 함께 높아진다는 논리다. 그는 대규모 단일 경작은 결코 효율적이지 않다고 했다. 농업용수와 화학비료의 과도한 사용, 식량의 먼 이동 거리 등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 영어 못하면 존중받지 못하리라는 두려움 있어 … 자존감 회복으로 건강한 지역사회 만들길
그는 영어 사용 강요는 초국적기업 운영상의 편의 때문이며, 서구식 학교 교육도 기업형 인재를 육성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학년별로 나눠 가르치는 방식이 세대 내 경쟁을 유도하고 세대 간 단절을 불러왔다며, 이런 교육이 기존의 지역 단위 공동체를 파괴해 왔다고 비판했다.
호지 박사는 지역화의 중요한 요소로 건강한 인간 기반의 공동체 형성을 꼽았다. 그러기 위해선 세대간 교류 속에서 자아을 발견하고,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독 국가·문화에 대한 자기비난이 심한 것을 지적하며, 사람들이 자기 존중을 가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웨덴ㆍ영국 국적의 언어학자로, 1975년 영화 촬영팀의 통역을 맡아 인도 북부의 라다크지역을 방문했다. 이후 16년간 머물며 라다크인들의 생태학적 지혜와 공동체 중심의 세계관이 서구문명에 의해 파괴되는 과정을 목격, 생태환경운동가로 변신했다. 1986년 대안적 노벨상이라 불리는 '바른생활상(The Right Livelihood Award)'을, 2012년엔 일본의 고이평화상을 수상했다. 저서에는 <오래된 미래>,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옮긴 <행복의 경제학> 등이 있다. ‘에콜로지와 문화를 위한 국제협회(ISEC)’ 대표로 세계 각국을 돌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이번이 여덟 번째 방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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