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최종영·가톨릭의대 조미라·전주연 교수팀 공동연구, "간이식 환자 면역상태 영향 주는 기능성 장내균총 첫 규명"

2022-09-27     임한희

[더퍼스트 임한희 기자] 간이식은 말기 간질환자가 간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한 최선의 치료 방법이다. 수술 후 새로 이식받은 간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간이식 수술만큼 중요하다.

국내 연구진이 체내 전체 미생물 집단인 장내균총(microbiomes)이 간이식을 받은 환자의 면역상태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증명했다.

이번 연구는 간이식 뒤 장기간이 지난 후 장내균총과 환자의 면역상태의 상관관계를 밝힌 첫 연구로,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장내 미생물(Gut Microbes)’(5-year IF: 11.724) 8월 11일자에 발표됐다.

▲왼쪽부터 이순규 교수, 최종영 교수, 조미라 교수, 전주연 연구교수.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순규 교수(공동 제1저자)팀은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최종영 교수(공동 교신저자)팀과 함께 진행한 연구에서 간이식 후 평균 10년 이상 지난 환자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건강한 사람에 비해 기능성 장내균총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는 가톨릭대 의과대학 의생명과학교실 조미라 교수(공동 교신저자)팀과 전주연 연구교수(공동 제1저자)팀도 함께했다.

연구팀은 간이식 후 장기간이 지난 환자 27명과 건강한 대조군 20명의 혈액 및 장내균총을 비교했다. 27명의 간이식 환자들은 모두 혈액검사 결과 간 기능이 정상으로 유지되는 환자였다. 그 중 22명은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5명은 면역억제제를 중단한 면역관용 환자다.

 혈액 면역세포 분석 결과, 간이식 환자들은 대조군에 비해 면역항상성(immune homeostasis) 유지에 중요한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가 감소돼 있고, 염증성 세포인 T 도움 17세포(T helper 17 cell)는 증가돼 있음을 확인했다. 면역항상성은 면역반응 활성화와 억제력 간 균형을 유지하는 기능이다.

또 장내균총 분석에서 간이식 환자들은 이식 후 장기간 지났음에도 대조군에 비해 장내균총의 다양성이 떨어지고, 균총의 구성 역시 달랐다.

연구팀은 세부 균총과 면역상태(면역항상성)에 영향을 주는 균총을 규명하기 위해 세부분석을 시행했다. 그 결과 간이식 환자의 면역력을 높이는 장내 유익균인 페칼리박테리움(Faecalibacterium)이 가장 감소돼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페칼리박테리움 또는 그 대사산물(metabolite)인 부티르산(butyric acid)을 투여한 결과 조절 T세포가 회복(증가)되는 것을 확인했다. 즉, 간이식 환자의 페칼리박테리움 감소와 불안정한 면역상태가 연관돼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그리고 간이식환자들과 면역억제제를 중단하고도 면역상태를 잘 유지하는 면역관용 환자들과 비교하였을 때, 페칼리박테리움과 조절 T세포가 회복되어 규명한 기능성 장내균총의 역할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순규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기능성 장내균총을 규명할 수 있었다”며 “이는 간이식 환자의 면역상태를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biomarker)와 면역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약제 개발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최종영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교수는 “간이식은 이식 수술 후 새로운 간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연구로 기능성 장내균총을 이용한 신약이 개발된다면 간이식 환자가 이식 후 면역상태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