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 위한 5가지 퍼즐_#프롤로그

2023-02-09     최태욱

누구나 제 살던 때를 제일 힘들다고 말한다지만, 작금의 시절은 유독 벅차게 느껴져요. 매일 밤 떠드는 뉴스에선 암울한 신호들만 가득하고, 매일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도 생기를 잃은 지 오래입니다. 불황은 그칠 기색이 없고 물가는 떨어질 기미가 없으니 내일의 희망을 품어볼 패기조차 사그라집니다.

어느 때부턴가 전문가들은 자꾸 경고만 합니다. 급기야 “전 세계 경제가 끝 모를 추락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저주에 가까운 예언까지 서슴지 않아요. 사실 그런 것까지 신경 쓸 필요도 없죠.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통장 잔고를 보거나, 것도 아니면 그저 형‧누나‧엄마‧아빠의 얼굴만 봐도 충분히 힘들다는 걸 직감하니까요.

이토록 힘든 시기에 홀연히 급부상한 키워드가 바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입니다. 기업가정신이라…뭔가 뜬금없나요? 창업할 생각도 없고, 벤처기업 같은 건 더더욱 관심 없는 우리에겐 마치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립니다. 손에 쥘 수 있는 하나가 아쉬운 때에 왠지 거추장스럽다는 느낌마저 들죠. 하지만 기업가정신, 이 다섯 글자가 품고 있는 가치를 제대로 안다면 귀가 번쩍 뜨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진짜 동아줄이 되어줄지도 모르죠.

 

기업가정신, 그리고 이를 위한 5가지 퍼즐을 톺아보자.

Sub. 1 정신이라기보다는 행동강령, 그래서 더 힘이 있다.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란 용어가 등장한 건 꽤 오래전의 일입니다. 혁신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 경제학자 조지프슘페터(1883~1950)가 체계화했다고 알려져 있으니, 실제론 그 전부터 쓰였겠죠. 우리나라에서 재조명되기 시작한 건 21세기 들어서면서부터였어요. 국내의 벤처 1세대, 소위 황금세대의 활약으로 인해 네이버나 엔씨 같은 회사들이 성장하던 시기와 맞물리죠. 그래서인가, 우리나라에선 ‘창업가정신’의 동의어 정도로 수용하는 느낌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슘페터는 기업가정신에 대해 “변화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라고 정의해요. 대번에 ‘디지털 전환’이라는 변화 속에서 기회를 포착한 플랫폼 경제의 주역들이 떠오르죠. 예전 벤처기업, 요즘에는 스타트업이라고 불리는 혁신 창업기업들의 특징이 ‘3고’(고위험·고수익·고성장)라는 것도 일맥상통하는 듯 하고요.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조금 부족한 부분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주요 선진국에선 왜 기업가정신 교육에 열을 올릴까요? 유럽에서는 기업가정신을 ‘유럽사회 통합을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여기며 다양한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아예 ‘인생이 곧 기업가정신’이라는 철학으로 교육 과정 요소요소에 핵심 가치를 콕콕 심어놨다고 해요. 단순히 경영 마인드나 실전 테크닉을 배우는 창업교육 이상의 뭔가가 있다는 얘기죠. 실제로 기업가정신에서의 ‘기업’은 우리가 아는 그 기업(企業)이 아니라, 기업(起業)이죠. 회사가 아니라 자신의 업, 즉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통칭합니다. 어떤 면에선 우리 모두가 이미 기업가인 셈이죠.

기업가정신이 뜬구름처럼 느껴지는 건 ‘정신’이란 단어의 지분도 크다고 생각해요. 자연스레 실체나 실천 같은 개념 반대편에 있는 것 같잖아요. 정신을 수련하는 건 뭐랄까…어디 산 속에라도 들어가야 할 것 같은 아득함을 주죠. 특정한 기술이나 방법을 익히는 것과는 자못 달라요. 기업가정신에 짝궁처럼 따라붙는 말들, 이를테면 혁신, 창의, 열정, 도전, 미션 같은 단어들도 그렇잖아요. 그저 막연하게만 들리죠.

참고로, 우리 역사를 통틀어 기업가정신 만랩을 꼽으라면, 꼭 들어가는 인물 중 하나가 고 정주영 회장인데요. 당장 검색만 해봐도,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여 큰 기회를 움켜 쥔 사례가 수두룩하게 나올 정도에요. 그분은 평소 “이봐, 해보기나 했어?”라는 말을 달고 사셨다고 하죠. 정신이 아니라 행동강령에 더 가깝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의 어원은 프랑스어 ‘entreprendre’(수행‧시도하다)에서 온 것입니다. 영어로 따지면 나이키의 슬로건인 ‘Just do it’에 가까운 메시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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