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오래’보다 ‘원하는 만큼만’…요즘 우리 시대의 인간관계

2026-09-30     최태욱

‘평생 친구’는 과거의 전유물일까? Z세대를 중심으로 ‘손절’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 Z세대 3명 중 1명이 최근 1년 새 인간관계를 끊어낸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개개인의 감정과 시간, 에너지를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SNS를 통해 관계를 맺고 끊는 일이 한층 쉬워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관계의 지속보다 관계의 ‘질’을 중시하는 세대적 변화와 맞닿아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계의 지속보다 관계의 ‘질’을 중시하는 시대다.(사진: shutterstock)

알바천국은 9월 중순 Z세대 1085명을 대상으로 인간관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Z세대(1995~2010년생)의 77.3%가 “살면서 인간관계를 손절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중 37.8%는 최근 1년간 인간관계를 손절했다고 밝혔는데, 대상으로는 ‘초·중·고등학교 친구’가 50.2%로 절반을 넘었다. 손절 대상과 알고 지낸 기간은 ‘1년 이상 3년 미만’이 24.9%로 가장 많았다. 

Z세대는 왜 인간관계를 끊고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태도였다. ‘나를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행동’(43.2%), ‘필요할 때만 연락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행동’(31%), ‘뒤에서 흉보거나 험담하는 행동’(23.9%) 등이 손절의 배경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를 끊어내는 방식도 흥미롭다. 절반가량(48.5%)은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고 손절한다는 것. ‘자연스럽게 멀어졌다’는 답변도 큰 비중(39.%)을 보여줬다. 

갑작스러운 관계의 단절이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을까? 손절 이후의 평가를 묻는 질문에는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무려 85.9%의 답변자가 “매우 혹은 대체로 잘했다”는 반응을 보여준 것. 그에 반해 ‘손절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의 비율는 1.5%에 불과했다.

 

(이미지: 알바천국)

이번 조사 결과는 ‘손절’을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과거 인간관계의 단절에는 갈등이나 실패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불필요한 관계를 정리하고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에게 집중하기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관계의 수를 늘리고 오래 유지하는 것보다 ‘누구와 관계를 이어갈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하는 일이 중요해진 셈이다. 인간관계에서도 ‘많이, 오래’보다 ‘필요한 만큼, 원하는 사람과’라는 새로운 기준이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