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세브란스 이비인후과 박영민 교수 연구팀, 두경부암 전이·면역회피 동시에 이끄는 ‘ETS1’ 새 조절인자 제시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박영민 교수 연구팀이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연구팀과 함께 두경부 편평상피세포암의 전이와 면역 회피에 관여하는 전사조절인자 ‘ETS1’의 역할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scRNA-seq)을 통해 ETS1이 암세포의 전이와 면역 회피를 동시에 조절하는 핵심 인자로 작용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Cancer Research*(IF 22.6)에 ‘ETS1 Orchestrates a Hybrid EMT Program Driving Metastasis and Immune Evasion’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두경부 편평상피세포암은 두경부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악성종양으로, 진행 과정에서 폐와 간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될 수 있다. 또 일부 환자에서는 면역항암제에 대한 반응이 제한적이어서 치료 전략 마련이 과제로 꼽힌다.
연구팀은 암세포의 상피-중간엽이행(EMT) 과정에서 상피세포와 중간엽세포의 특성을 함께 갖는 ‘하이브리드 EMT(hEMT)’ 프로그램에 주목했다. 분석 결과 ETS1이 이 프로그램의 발현과 조절에 관여하면서 암세포의 원격 전이와 연관된 특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실험에서는 ETS1을 억제했을 때 원격 전이가 발생한 비율이 87.5%에서 25%로 감소했다. 이는 ETS1이 두경부암의 전이 과정에 관여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ETS1과 면역 회피의 연관성도 분석했다. 면역관문억제제 치료를 받은 976명의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ETS1 활성이 높은 종양에서 치료 저항성과 관련된 특성이 관찰됐다.
아울러 대규모 약물 스크리닝을 통해 ETS1 발현이 높은 암세포가 열충격단백질 90(HSP90) 억제제인 알베스피마이신(STA9090)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ETS1 활성도를 두경부암 환자의 면역항암제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 후보로 활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한 HSP90 억제제와 면역항암제를 병용하는 전략이 ETS1 활성도가 높은 두경부암에서 새로운 치료 접근법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박영민 교수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두경부암의 전이와 면역항암제 저항성을 하나의 분자 조절축에서 이해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ETS1을 실제 임상에서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로 활용하거나 HSP90 억제제와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으로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전임상 및 임상 연구를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두경부암의 전이와 면역항암제 저항성을 동시에 겨냥하는 치료 전략 개발에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더퍼스트미디어 임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