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이 휘어 보이고 글자가 흐릿하다면…‘황반변성’ 의심해야?

2026-10-04     임한희

신문이나 책을 읽을 때 글자 일부가 흐릿하게 보이거나 창틀, 타일처럼 곧은 선이 휘어 보인다면 황반변성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단순한 시력 저하와 달리 사물의 일부가 찌그러지거나 일그러져 보이는 증상은 황반변성에서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시각 이상이다.

황반은 망막 중심부에 위치해 사물의 형태와 세부적인 모습을 선명하게 인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황반변성은 이 부위에 퇴행성 변화가 발생하는 질환으로, 주로 중심 시력에 영향을 미친다. 질환이 진행하면 중심 시야가 흐려지거나 사물이 왜곡돼 보이고, 시야 중심의 일부가 보이지 않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황반변성은 노화뿐 아니라 유전적 요인과 환경·생활습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다인성 질환이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발생 위험이 증가하며 가족력과 유전적 소인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흡연을 비롯해 고혈압, 심혈관질환, 당뇨병 등 전신질환과 식습관, 신체활동 등의 생활습관 요인도 질환의 발생 및 진행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석훈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황반변성은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질환이 진행된 뒤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며 “특히 한쪽 눈에만 변화가 생기면 반대쪽 눈이 시야를 보완해 이상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어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직선이 휘어 보이는 ‘변형시’…중심암점 나타나기도

황반변성이 진행하면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이 변형시다. 글자나 직선이 휘거나 일그러져 보이고, 사물의 형태나 크기가 평소와 다르게 인식될 수 있다. 중심부가 흐릿하게 보이거나 시야의 일부가 가려지는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질환이 더욱 진행하면 시야 중심에 보이지 않는 영역인 중심암점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심 시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독서나 얼굴 인식, 세밀한 작업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한쪽 눈에만 변화가 발생한 경우에는 반대쪽 눈의 시야가 이를 보완해 증상을 늦게 인지할 수 있다. 따라서 평소 한쪽 눈씩 가리고 글자나 직선이 휘어 보이는지, 특정 부위가 흐릿하거나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이상 여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기존에 없던 시각 왜곡이 새롭게 나타나거나 갑자기 심해졌다면 신생혈관성 황반변성 등 망막의 혈관 변화가 동반됐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신속하게 안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 안저검사·OCT 등으로 황반 상태 확인

황반변성 진단은 안저검사 등을 통해 망막과 황반의 상태를 확인하고, 빛간섭단층촬영(OCT)을 이용해 황반의 구조적 변화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필요한 경우 형광안저혈관조영술이나 인도시아닌그린혈관조영술 등을 시행해 망막과 맥락막 혈관의 상태를 보다 자세하게 확인하기도 한다.

황반변성은 임상적으로 크게 건성 황반변성과 습성 황반변성으로 구분한다.

건성 황반변성은 황반의 신경세포와 주변 조직에 점진적인 변화가 발생하는 형태다. 모든 건성 황반변성을 치료해 정상 상태로 되돌리는 치료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기 황반변성 등 일부 환자에서는 AREDS2 제제와 같은 특정 영양보충제가 질환 진행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영양보충제의 필요성과 종류는 황반변성의 단계와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전문의와 상의해 결정해야 한다.

습성 황반변성은 황반 주변에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발생하고 이로부터 출혈이나 삼출액이 발생하면서 시력이 빠르게 저하될 수 있는 형태다. 치료에는 혈관내피성장인자(VEGF)의 작용을 억제하는 항-VEGF 약물을 안구 내에 주사하는 치료가 주로 사용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광역학치료 등을 고려할 수 있으며, 치료 이후에도 질환의 활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지속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정석훈 교수는 “습성 황반변성은 시력 저하가 빠르게 진행할 수 있지만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시력 손실을 줄이고 시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치료 이후에도 황반 상태에 따라 추가적인 주사가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금연·혈압 관리 등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

황반변성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금연이 중요하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규칙적으로 신체활동을 하며 채소와 과일, 생선 등을 포함한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도 권장된다.

강한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는 경우에는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선글라스나 모자를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특정 영양제나 건강기능식품이 모든 황반변성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질환의 단계와 상태를 확인한 뒤 전문의와 상담해 복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석훈 교수는 “황반변성은 단순히 나이가 들면서 시력이 떨어지는 노안과 달리 중심 시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질환”이라며 “글자나 직선이 휘어 보이거나 중심부가 흐릿하게 보이는 변화가 있다면 노안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안과를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황반변성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을 수 있지만, 시각 왜곡이나 중심 시야 변화가 나타난 뒤에는 원인과 질환의 유형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나 새로운 변형시가 발생한 경우에는 진료를 미루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더퍼스트미디어 임한희 기자

도움말=안과 정석훈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