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 몽골 광산 근로자 건강·작업환경 조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가 국내에서 축적한 진폐증 진료와 직업보건 경험을 몽골 광산 현장으로 확대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명준표 교수는 지난 9월 15일부터 18일까지 몽골 부르운두르 지역의 철광산과 형석광산을 찾아 광산근로자를 대상으로 건강실태조사와 작업환경 평가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는 세계보건기구(WHO) 협력기관 사업의 하나로 진행됐다.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는 국내 최초의 민간 직업보건 협력기관으로, 근로자 건강증진과 직업성질환 예방, 현지 전문인력 역량 강화 등을 중심으로 국제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명 교수는 몽골국립의대 호흡기내과와 몽골직업환경의학회 전문가들과 함께 광산 채굴 현장을 방문해 굴착·파쇄·적재·운반 등 공정별 분진 발생 양상을 확인하고, 근로자의 호흡기 건강상태와 직업적 노출력을 연계해 평가했다.
현장에서는 굴착과 파쇄 과정에서 결정형 유리규산을 포함한 광물성 분진에 노출될 가능성이 확인됐다. 결정형 유리규산은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체 발암물질인 1군으로 분류한 물질로, 장기간 흡입할 경우 규폐증 등 직업성 호흡기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팀은 향후 호흡성 분진 농도와 결정형 유리규산 함량을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근로자 건강검진 결과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하 형석광산에서는 제한된 공간과 환기 여건으로 분진이 정체되기 쉬운 환경도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적절한 환기시설과 개인보호구 관리의 중요성이 제기됐다.
폐쇄된 일부 갱구에서는 광산배수와 침출수가 유출되는 현장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문제는 진폐증과 별개로 주변 하천과 지하수의 중금속 오염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 환경보건 문제로 평가했다.
진폐증은 여전히 국내외에서 산업보건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세계질병부담연구(GBD) 자료를 분석한 2025년 연구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진폐증 신규 환자는 6만2866명, 사망자는 1만8323명으로 추정됐다.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는 향후 몽골 협력기관과 함께 광산근로자의 정기적인 건강평가와 분진 및 유해요인 노출평가, 진폐증 등 직업성 호흡기질환의 조기 발견과 관리, 현지 의료진 교육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명준표 교수는 “이번 조사는 광산근로자의 건강상태뿐 아니라 실제 작업환경을 함께 평가해 직업성질환 위험요인을 구체적으로 파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국내 탄광 근로자 진료에서 축적한 진폐증 예방·치료·관리 경험을 현지 전문가들과 공유해 직업성 호흡기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는 1962년 국내 최초 직업보건 전문기관으로 설립됐으며 1965년 국내 첫 직업병 클리닉을 개설했다. 1973년에는 WHO로부터 국내 최초 민간 직업보건 협력기관으로 지정됐다. 국내 전공의 수련병원 가운데 진폐증 전문 치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20년 넘게 진폐재해자 밀집지역을 방문해 건강강좌와 상담을 진행해왔다.
또 2016년부터 몽골 의료진 교육을 시작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울란바타르에서 현지 호흡기 전문의 150여명이 참석한 직업성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현장조사는 한국이 산업화 과정에서 축적한 직업성 호흡기질환 관리 경험을 광산업 비중이 높은 몽골의 산업보건 현장에 적용하고 현지 의료진과 공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실제 건강관리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현장 조사에 이어 지속적인 노출 측정과 건강 추적관찰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퍼스트미디어 임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