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교수 연구팀, RB1 완전 결손 간암 고위험군 선별 AI 개발
간암 환자 가운데 종양억제 유전자 RB1이 완전히 결손된 환자군의 예후가 상대적으로 불량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병리 조직 이미지를 활용해 해당 환자군을 선별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하고, 세포분열 억제제와 PARP 억제제를 병용하는 치료 전략의 가능성도 제시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심주현·병리과 성창옥 교수 연구팀은 마카오대 심중섭 교수, 포항공대 박상현 교수, 한양대 구리병원 안지현 교수와 함께 RB1 완전 결손을 간암의 새로운 예후 바이오마커 후보로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중개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시그널 트랜스덕션 앤드 타깃티드 테라피(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에 게재됐다.
RB1은 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종양억제 유전자다. 기존 연구에서는 간암에서 RB1 변이가 보고됐지만, 유전자 한쪽에만 결손이 생긴 경우와 양쪽 모두 기능을 잃은 경우의 임상적 차이는 충분히 구분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서울아산병원 환자 206명과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암 유전체 데이터베이스(TCGA) 환자 355명 등 총 561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전장 엑솜 염기서열 분석과 RNA 염기서열 분석 등 다중오믹스 분석을 실시했으며, 별도의 환자 450명으로 구성된 검증 집단에서도 결과를 확인했다.
분석 결과 RB1 유전자 양쪽이 모두 결손되거나 비활성화된 환자는 전체 간암 환자의 약 14.6%를 차지했다. 이 환자군은 암세포의 분화도가 낮고 종양 진행이 빠른 특성을 보였다. 연구에서는 다른 환자군과 비교해 사망 위험이 3.32배, 재발 위험이 3.15배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고비용 유전체 분석 없이도 RB1 완전 결손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도록 딥러닝 기반 병리 AI 모델인 ‘FR-MIL’을 개발했다. 일반적인 염색 병리 조직 슬라이드 이미지를 활용해 결손 여부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외부 검증 집단에서 F1 점수는 84.39~91.58%를 기록했다.
F1 점수는 정밀도와 재현율을 함께 고려하는 지표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실제 진료에서의 진단 성능을 확정할 수는 없으며, 다양한 의료기관과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치료 전략을 찾기 위해 RB1 결손 간암 세포에 876종의 약물을 적용해 반응을 분석했다. 그 결과 RB1 결손 세포가 세포분열이나 DNA 복구와 관련된 특정 약물에 선택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어 세포와 동물모델에서 세포분열 억제제와 PARP 억제제를 병용했을 때 종양 억제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치료 결과는 세포 및 동물실험에서 확인된 것으로, 사람에게서의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것은 아니다.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하려면 적절한 용량과 부작용, 임상적 유효성을 확인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심주현 교수는 간암의 유전적 특성을 바탕으로 고위험군을 선별하고 맞춤형 치료 전략을 찾았다는 데 연구의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RB1 완전 결손이 간암의 예후를 평가하는 지표이자 치료 표적 후보가 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향후 AI 진단 모델의 임상적 검증과 병용요법의 임상시험이 뒷받침된다면 환자별 위험도 평가와 치료 전략 수립에 활용될 여지가 있다. /더퍼스트미디어 임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