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의과학대 박준호 교수 연구팀, 세포 20개로 단백질 5600종 분석 기술 개발

2026-11-08     임한희
▲차 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의과학교실 박준호 교수 연구팀

차 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의과학교실 박준호 교수 연구팀이 세포 수십 개 분량의 극미량 시료에서 수천 종의 단백질을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분석 장비의 측정 조건을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고가의 전용 장비를 추가 도입하지 않고도 분석 효율과 정밀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연구는 서울대병원 병리과 유한석 교수팀, 메테오바이오텍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ACS)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Analytical Chemistry’에 게재됐다.

단백체 분석은 세포나 조직에 존재하는 단백질을 종합적으로 측정해 질병의 원인과 생물학적 특성을 파악하는 기술이다. 최근 암 조직의 특정 부위나 소수의 세포 집단을 정밀하게 분석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분석 시료의 양이 적을수록 검출할 수 있는 단백질 수가 줄어드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펩타이드의 미약한 신호를 효율적으로 검출하는 박스카(BoxCar) 측정 방식에 분석 정밀도를 높이는 내로우 윈도우 데이터 독립적 분석(narrow-window DIA) 방식을 결합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측정법인 ‘nbDIA’를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분석법을 적용한 결과, 세포 약 20개 분량의 극미량 시료에서 5600여 종의 단백질을 검출했다. 반복 분석에서도 측정값의 편차가 크지 않아 안정적인 분석 성능을 확인했다.

실제 임상 시료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조직에도 해당 기술을 적용했다. 연구팀은 유방암 조직에서 세포 약 30\~60개에 해당하는 미세 영역 20곳을 분리해 분석했으며, 이 과정에서 6100여 종의 단백질을 검출했다.

분석 결과 같은 종양 안에서도 HER2 단백질 발현량이 높은 영역과 낮은 영역 사이에 단백질 구성이 서로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하나의 종양 내부에서도 부위별로 생물학적 특성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연구팀은 동일 조직의 유전자 발현 정보와 단백질 분석 결과도 비교했다. 그 결과 유전자 분석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던 HER2 관련 신호전달 경로의 활성화가 단백질 분석을 통해 관찰됐다. 단백질 수준의 분석이 유전자 발현 정보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조직의 생물학적 특성을 보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박준호 교수는 “개발된 기술을 통해 극미량 시료의 단백체를 심도 있게 분석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암 조직 내 이질성 연구와 소수 세포 집단 분석, 임상 바이오마커 발굴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분석 장비의 측정 조건을 개선해 극미량 시료의 단백체 분석 가능성을 넓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종양 내부의 부위별 단백질 차이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향후 암 조직의 이질성 연구와 정밀의료 관련 바이오마커 발굴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실제 진단이나 치료 전략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환자 시료를 통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의 강점은 고가의 신규 장비 도입보다 기존 장비의 분석 조건을 개선해 극미량 단백체 분석의 접근성을 높였다는 점이다. 특히 동일 종양 내부에서도 부위별 단백질 구성이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암 조직의 이질성을 이해하는 데 의미가 있다. 향후 다양한 암종과 환자군을 대상으로 재현성을 검증하고 실제 임상 바이오마커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더퍼스트미디어 임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