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마다 반복되는 흉통…검사에서 이상 없어도 ‘변이형 협심증’ 의심
한밤중이나 이른 새벽, 특별한 신체 활동 없이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반복된다면 ‘변이형 협심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협심증과 달리 관상동맥에 뚜렷한 동맥경화성 협착이 없어도 혈관이 일시적으로 수축하면서 심장으로 공급되는 혈액량이 줄어들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이형 협심증은 관상동맥이 일시적으로 심하게 수축하는 연축 현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동맥경화나 혈전으로 혈관이 좁아지는 일반적인 협심증과는 발생 기전이 다르다. 이 때문에 평소 검사에서 뚜렷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운동이나 신체 활동과 관계없이 안정 상태에서 흉통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주로 한밤중이나 이른 새벽에 통증이 나타나며, 비슷한 시간대에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통증은 수 분간 지속되다가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관상동맥 경련이 심하거나 오래 지속되면 심근경색이나 위험한 부정맥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변이형 협심증은 고혈압이나 흡연 등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에게서 나타날 수 있지만, 일반적인 동맥경화성 협심증과 달리 관상동맥에 심한 동맥경화가 없는 사람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흡연은 혈관 경련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이 밖에도 갑작스러운 추위와 과음, 심한 스트레스 등이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문제는 증상이 가볍거나 일시적이면 신경성 흉통이나 소화불량으로 오인하기 쉽다는 점이다. 하지만 관상동맥 연축이 심하게 지속되면 심근경색이나 치명적인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으며, 드물게 급성 심장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고려대 안산병원 순환기내과 서순용 교수는 “변이형 협심증은 운동과 무관하게 새벽에 통증이 반복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협심증과 구별된다”며 “단순 스트레스성 흉통으로 여기고 방치하다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같은 시간대에 통증이 반복된다면 순환기내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단에는 심전도와 심장 초음파, 혈액검사 등이 활용된다. 다만 통증이 없는 상태에서 검사를 시행하면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관상동맥 경련이 흉통이 발생하는 순간에만 나타났다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증상이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경우에는 24시간 활동성 심전도(홀터검사)를 통해 통증 발생 시점의 심전도 변화를 확인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필요하면 관상동맥 조영술을 시행한다. 검사에서 뚜렷한 혈관 협착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변이형 협심증이 의심되면 약물을 투여해 관상동맥 연축 여부를 확인하는 유발검사를 고려할 수 있다. 검사 중 흉통과 심전도 변화가 나타나고 관상동맥의 일시적인 수축이 확인되면 진단에 도움이 된다. 다만 혈관 경련을 유발하는 검사인 만큼 순환기내과 전문의와 응급 대응 체계를 갖춘 의료기관에서 시행해야 한다.
치료는 혈관 경련을 억제하는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관리가 중심이다. 특히 금연은 필수적이다. 흡연은 혈관 경련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이므로 약물치료와 함께 반드시 관리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추위와 과음, 심한 스트레스 등 개인별 유발 요인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약물치료에는 관상동맥의 수축을 억제하는 칼슘통로차단제가 주로 사용된다. 흉통이 갑자기 발생했을 때는 혀 밑에 투여하는 니트로글리세린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반면 일반 협심증에 사용하는 일부 약물은 변이형 협심증 환자에게 적절하지 않거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전문의의 진단과 처방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혈관 경련으로 인한 치명적인 부정맥이 반복되는 고위험 환자에게는 삽입형 제세동기(ICD) 등 심장 박동 이상에 대응하는 장치의 삽입을 고려할 수 있다.
서순용 교수는 “변이형 협심증은 약물치료와 금연, 생활습관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 질환”이라며 “증상이 좋아졌다고 전문의와 상의 없이 임의로 약을 중단하면 재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이형 협심증은 젊은 연령층이나 뚜렷한 동맥경화 위험 요인이 없는 사람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휴식 중이나 밤·새벽에 흉통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스트레스나 소화불량으로 치부하지 말고 심장질환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흉통이 새롭게 발생하거나 심하게 지속되는 경우에는 응급 평가가 필요하며, 반복되는 증상 역시 전문의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변이형 협심증은 일반적인 심혈관 검사에서 이상이 확인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진단 시기를 놓치기 쉽다. 특히 야간이나 새벽에 반복되는 흉통은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증상 발생 시간과 양상을 세심하게 살피고, 금연과 약물치료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질환 관리의 핵심이다. /더퍼스트미디어 임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