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마켓] '저도酒 전성시대' 전국시장 출사표 던진 한라산소주

2019-06-17     유선이

 

사진=한라산소주

 
"'투명 병'에 담은 제주의 자연"

 

한라산소주(대표 현재웅)가 알코올도수 17도의 '한라산17'을 출시하며 소주 춘추전국시대에 새로운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 5일 한라산소주는 신제품 출시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라산17'을 선보였다. 현재웅 한라산소주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오리지널 제품이 고도주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지만, 저도주 시장을 타깃으로 한 차세대 브랜드에 대한 필요성에 따라 '한라산17'을 개발하게 됐다"고 출시 배경을 밝혔다.

'한라산17'은 제주 한라산 800m 이상에서 자생하는 조릿대를 활용한 점이 특징이다. 조릿대 숯을 활용한 특허 정제공법으로 깔끔한 맛이 돋보인다. 또 고온에서 추출한 조릿대 침출액과 조릿대 잎차추출물을 첨가해 순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조릿대는 벼과에 속하는 키가 작은 대나무로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이다. 조릿대의 잎을 우려 차를 마시기도 하는데 지방 분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유용한 식물이지만 제주에서는 골칫덩이다. 자생력이 강한 식물이기에 한라산의 고유 식물과 희귀식물의 입지를 좁히는 원인으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한라산소주가 조릿대를 활용한 소주 개발에 나서게 된 것.

현 대표는 "향토기업으로서 조릿대 숯과 침출액을 소주 제조에 사용해 환경 문제 해결에 동참해 기업 성장을 지역 상생으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기 위해 '투명 병'을 사용하는 점도 인상적이다. 기존 제품군이었던 '한라산 올래'의 생산은 중단됐으며 '한라산17'은 오리지널 제품과 동일하게 '투명 병'으로 생산된다. 타사 제품군들의 천편일률적인 초록 병과 차별화를 두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한라산소주 관계자는 "투명 병을 고집한 이유는 물속까지 환하게 비치는 맑고 깨끗한 느낌을 통해 제주의 청정원료로 생산한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병의 파란색 라벨링은 깊고 신뢰감을 주는 진한 파랑과, 순수하고 밝은 파란색을 사용해 한라산의 청정 자연 이미지를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사진=한라산소주 공장

"저도주는 시대적 흐름?... 전국 점유율 1%의 과감한 도전"

 

소주 맛은 갈수록 순해지고 부드러워지고 있다. 최근 주류업체들도 앞다투듯 저도 소주 제품들을 내놓고 있어 경쟁은 과열되는 분위기다. 취하기 위해 마셨던 음주 문화가 즐기기 위해 마시는 분위기로 전환되며 고도주의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저도주 트렌드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주의 도수가 앞으로도 몇 도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라산소주가 기존 오리지널 제품의 알코올도수 21도를 고집한다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뒤처지는 발상이다. 결국 소비자들의 새로운 니즈를 반영한 저도 소주 출시는 당연한 수순처럼 보인다. 

소주 시장을 지배하는 대표적인 2강은 하이트진로의 '참이슬'과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이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국내 소주 시장에서 70% 수준의 점유율을 보인다. 다양한 소주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주 춘추전국시대이건만 소비자들의 제품 충성도는 굳건하다.

한라산소주의 전국 점유율은 1.5% 남짓에 불과하다. 제주 내 점유율은 53% 대로 90% 에 육박했던 과거에 비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라산소주는 '성장' 중이다.

한라산소주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한라산소주 유통 도매사는 624개사로 지난 2017년 346개사였던 것과 대비해 약 80% 수준의 성장을 보였다. 제주 지역 시장에 국한됐던 한라산 브랜드가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증거다.

대기업 브랜드와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도내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한라산소주 측은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도내 판매량 하락보다 도외 판매량의 증가추세가 크다는 것.

한라산소주 관계자는 "점유율의 하락보다 소주 시장의 확장을 봐달라"며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한라산소주는 지난해 11월 220억여원을 투자해 신공장을 준공, 1일 생산량을 기존 15만병에서 26만병으로 70%가량 늘렸다. 덕분에 한라산소주는 매출 증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했다. 제주를 넘어 전국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이유있는 투자인 셈이다.

 

사진=한라산소주 현재웅 대표

"'통일소맥'의 꿈, 대한민국 대표 소주로 도약"

 

지난해 정상회담 이후 남북이 평화무드에 돌입하면서 SNS상에서는 '통일소맥'에 대한 염원이 담긴 글들이 쏟아졌다.

내용은 이렇다. 북한의 대동강 맥주와 남한의 한라산 소주를 섞은 '통일소맥'을 마시고 싶다는 것. 해당 글은 수만회 리트윗되며 다수 SNS 사용자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받았다.

남북이 하나가 되는 상징적 매개로 술이 사용됐다는 점, 그 중에서도 대한민국의 대표주자로 한라산소주가 간택됐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점유율 1.5%의 한라산소주가 70%의 점유율의 참이슬과 처음처럼을 누르고 남한의 상징적인 소주가 된 것이다.

물론 한라산이라는 지역적 특성이 담긴 것이 큰 이유겠지만, 지역 소주에서 탈피해 전국에서 인지하는 브랜드가 됐다는 것은 괄목할 만 하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한라산소주가 특색 있는 지역 소주를 넘어 전국적인 브랜드가 된 것은 사실"이라며 "기타 지역 소주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는 것은 큰 장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