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피하고 기술 선점하자”…해외 스타트업 투자 나서는 대기업들

2020-09-07     이창희

기술 기반의 해외 스타트업을 주목하는 국내 대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해외 기업들처럼 우리 대기업들도 국경을 넘어 투자처를 찾고 있는 것이다. 신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통해 혁신을 이루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다. 여기에는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국내 현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글로벌 투자사인 ‘디지털 스카이 테크놀로지(DST) 글로벌’이 조성한 신규 투자 펀드에 740억원을 출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대상은 유럽 지역의 스타트업들로, 네이버는 이미 지난 4월에 460억원을 출자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네이버가 유럽 시장 공략을 통해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미국·중국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기술력 독점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는 이를 위해 해외 연구소를 신설하고 유명 대학과의 협력을 추진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삼성전자의 투자 전문 자회사인 삼성벤처투자·삼성넥스트 등은 지난해부터 적극적인 해외 스타트업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AI)·디스플레이·로봇기술·데이터 등 4차산업 분야가 타깃으로, 옐로브릭데이터·필로헬스·실반이노베이션랩스·눔·나노포토니카·센스포토닉스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4월 이스라엘 스타트업 ‘가우지’에 25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다. 이는 정의선 부회장의 첫 해외 스타트업 투자로, 가우지는 차량용 유리와 선루프 등에 적용 가능한 스마트글래스 광학 기술을 보유했다.

앞서 동남아와 인도의 차량공유 스타트업인 ‘그랩’과 ‘올라’에 각각 3000억원과 35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차량공유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분야에 도움이 될 스타트업도 눈여겨보고 있다.

LG그룹은 지난 2018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투자 기업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설립하고 4개 계열사가 4억달러를 투자해 투자펀드를 조성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6개월 동안 미국 스타트업에 모두 1900만달러를 투자했다.

지난해에는 차세대 리튬 이온 배터리와 광학 필름 관련 기술을 보유한 ‘옵토닷’, 레시피 제공 및 식재료 배달 서비스 플랫폼 ‘사이드쉐프’, 모바일 벤처투자사 ‘노틸러스 벤처 파트너스’ 등에도 투자를 진행했다.

국내 한 투자사 관계자는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주목하는 것은 국내나 해외나 마찬가지”라며 “투자에는 국경이 사라진 지 오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특히 국내에는 아직까지 여러 규제가 남아 있다는 점도 대기업들의 해외 투자를 촉진하는 요소”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