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하이트진로, '홍보물 탈취논란' 공방전 격화되는 이유?

2021-05-11     김주현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마케팅 경쟁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양사의 단순 자존심 싸움을 넘어 실질적인 국내 맥주 패권전쟁의 서막이라는 관전평도 나온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최근 경기도 성남시 소재 한 식당에서 오비맥주의 '한맥' 홍보물이 분실되는 사건이 수 차례 발생했다. 이에 오비맥주는 식당 업주로부터 CCTV를 확보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조사 결과는 놀라웠다. 오비맥주의 홍보물을 허락없이 가져간 이들이 하이트진로의 영업직원들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경찰이 CCTV를 확인해본 결과, 한맥 홍보물을 허락없이 수거해간 이들이 차고 있던 차량은 하이트진로의 법인 차량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오비맥주는 위 사건을 두고 하이트진로에 법적 대응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하이트진로의 행위는 무단탈취이자 영업질서를 해치는 심각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하이트진로는 영업현장에서 비일비재한 일임에도 갑자기 문제삼는 오비맥주의 저의가 의심된다고 맞받았다. 또 하이트진로는 오비맥주 역시 타 지역에서 진로의 홍보물을 훼손하고 자사 홍보물을 게재하는 행위를 빈번하게 자행해왔다고도 주장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안양 등에서 오비맥주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가게 내 진로 홍보물을 훼손, 한맥 홍보물을 부착했다. 오비맥주가 주장하고 있는 영업질서 저해 행위를 똑같이 저지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이트진로 역시 오비맥주에 대해 자사의 홍보물을 훼손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과거에도 영업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던 마찰로, 대부분 영업직 직원들끼리 서로 조율하며 합의과정을 거치며 해결해 왔다"며 "관행적으로 일어났던 일을 이제와서 문제삼는 것이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사 포스터를 훼손하고 그 위에 경쟁사 포스터를 덧붙이는 행위나 홍보물을 절취하는 행위 등에 대한 사례를 수집하는 중"이라며 "과거부터 최근까지 수사에 근거가 될 수 있는 사례를 모두 모아 수사를 의뢰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오비맥주 관계자는 "하이트진로의 주장은 물타기로밖에 안 보인다"면서 "두 사건은 엄연히 다른 케이스로, 우리는 가게 업주의 동의를 구하고 홍보물을 부착한 것으로 무단으로 타사의 홍보물을 훼손한 하이트진로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진흙탕 싸움' 비난여론 알면서도 뺄 수 없는 이유?

주류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1등 맥주'를 향한 패권전쟁의 전초전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단순히 양사의 자존심 싸움에 그칠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랫동안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에서 1위를 차지해왔던 오비맥주와 그 아성을 넘보는 하이트진로의 패권다툼의 일부로 해석된다는 것.

이번 사건은 영업현장에서의 단순한 홍보물 신경전에 불과한 것으로, 이렇게 확산될만한 이슈가 아니었다는 것이 주류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하이트진로의 주장대로 위 사건들은 영업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고, 대체로 관계자들끼리의 원만한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오비맥주나 하이트진로에게 홍보물 탈부착이나 소실 등의 문제가 조직에게 큰 이득이나 피해를 야기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만 작은 사건으로 인해 빚어진 갈등이 격화돼 서로 굽힐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는 것은 이미 두 회사가 다른 지점에서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다른 주류회사에서 영업직군에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은 "단언하긴 어렵지만 이런 일의 경우 같은지역 영업사원들끼리 합의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라면서 "브랜드간 경쟁이 격화되다보니 영업사원간 갈등의 골도 덩달아 깊어진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고 말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사건 자체는 사소한 일인데도 오비맥주가 이번 사건을 공론화 시킨 의도는 업계 1위 타이틀을 바짝 쫓고 있는 하이트진로에 대한 견제의 측면으로 볼 수 있다"면서 "하이트진로가 비슷한 사례를 들면서 정면 맞대응을 한 것도 오비맥주에게 질 수 없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만 두 회사의 접전양상이 지나친 흑색선전이나 폭로전 형식으로 이어지고 있어 우려스럽다"면서 "소비자들은 이런 진흙탕 싸움에 대해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