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주식 매매 계약서, '쌍방대리' 변호사 재촉으로 작성"... 전면 무효 주장

2022-06-21     유선이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와의 주식 매매계약 과정에서 법률대리를 맡은 변호사로부터 기망을 당했다며 계약 무효를 주장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정찬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의 피고 자격으로 출석한 홍원식 회장은 "당시 소송 대리를 맡았던 김앤장법률사무소 소속 박 모 변호사가 '추후 협상 내용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해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은 "(매매 계약서)는 일종의 제안서일 뿐 무슨 의미가 있겠나"며 이같이 말했다.

홍 회장 측 소송대리인은 이날 신문에서 "(홍 회장은) 계약 당일(2021년 5월 27일)까지도 쌍방이 합의에 이르지 못해 계약 체결 후에도 거래 종결일 전까지 확약을 마무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대변했다. 관련해 홍 회장은 "계약 당시 대리를 맡았던 변호사가 왜 이리 다그치는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며 "2∼3일 늦어도 남양유업이 도망가지 않는데 왜 이렇게 다그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홍 회장은 계약상 '쌍방대리'를 주장하며, 계약이 무효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쌍방대리'란 동일한 대리인이 매도인과 매수인 양쪽을 대리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말한다. 어느 한 쪽의 이익 혹은 권리가 보호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통상적인 인수·합병(M&A)에서는 쌍방대리를 금하고 있다. 실제 민법 124조는 대리인 본인의 허락이 없으면 본인을 위해 자기와 법률행위를 하거나 동일한 법률행위에 관해 당사자 쌍방을 대리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쌍방대리는 예외적으로 사전에 본인 허락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는데 홍 회장 측은 이번 계약 체결 전까지 한앤코 측의 대리인도 김앤장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즉 계약 체결 과정에서 김앤장 변호사들이 홍 회장에게 불리한 계약을 하도록 유도했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또한 홍 회장 측은 한앤코가 계약 전 약속했던 백미당 사업권 보장과 홍 회장 가족들에 대한 임원 예우 등이 계약서에 빠져 있다며 계약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홍 회장은 이날 재판에서 종전의 주장을 재확인하면서 "(박 변호사가) 계약서 날인이 조건부라고 분명히 얘기하며 '나중에 (계약 조건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는 주식 매각의 전제 조건으로 지목된 백미당 분사에 대해, 홍 회장이 백미당 운영을 계속하겠다는 제안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한편, 홍 회장 측과 한앤코는 지난해 5월 남양유업 지분(53.08%)을 매각하는 SPA를 체결했으나 홍 회장 측이 계약을 파기하면서 대립 중이다. 한앤코는 계약 파기 후 홍 회장 등을 상대로 계약의 조속한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걸었지만 홍 회장은 계약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