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화가 선정한 2015년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BEST 5
이대화가 선정한 2015년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BEST 5
이대화가 선정한 2015년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BEST 5
2015.12.16 12:09 by 이대화

디제이, 클럽, 댄스 음악과 관련된 핫한 이슈들과 음악들을 이야기한다.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까지 아우르며 댄스 씬을 둘러싼 재밌는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지금은 라이브 클럽만큼이나 댄스 클럽이 많아진 시대다. 새로운 시대엔 새로운 영감이 필요하다.

EDM이 먼저일까, 하우스가 먼저일까? 요즘 유행어가 된 'EDM'의 진짜 이야기. <하우스는 EDM의 하위장르일까>

2015년!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씬을 뜨겁게 불태웠던 곡들은?(사진: shutterstock)

다들 ‘EDM’이 현상이라고 말한다. 어딜 가도 ‘지금’을 대변하는 음악은 ‘EDM’이라고들 얘기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올해 그래미 시상식 주요 부문 후보들을 보며 일렉트로닉 댄스가 과연 현상이긴 한지 되묻게 되었다. 메이저 레이저(Major Lazer)의 ‘Lean On’ 정도는 올해의 노래 후보에 올라갈 수 있지 않았을까? 트로피컬 하우스 열풍을 일으켰던 카이고(Kygo) 정도면 최우수 신인상 후보로 적당하지 않나? (정규 앨범이 나오지 않아서?) 켄드릭 라마의 <To Pimp A Butterfly>를 올해의 앨범 후보로 올릴 정도의 심사위원들이라면 제이미 엑스엑스(Jamie XX)의 <In Colour>는 왜 눈에 들어오지 않은 걸까? 여러 아쉬움을 토로하다가 결국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렉트로닉 댄스는 그래미 심사위원단을 구성하는 미국 레코드 산업 관계자들 사이에선 여전히 주류가 아니라고 말이다.

푸념은 접고, 본론을 말하면, 이번 글에선 2015년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베스트를 꼽아봤다. 평론가 1인의 개인적인 리스트에 불과하지만 올해를 돌아볼 가벼운 안주거리로 편하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뽑는 기준 중엔 ‘정말로 내가 즐겨 들었나?’도 있었다. 타인들과의 객관성을 맞추기 위해 즐겨 듣지도 않은 곡을 포함시키는 건 거짓말 같았다. 1인의 리스트는 가장 개인적일 때 돋보인다고 생각한다.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순위는 없다.

잭 유(Jack U) 'Where Are U Now' (Feat. Justin Bieber)

처음엔 이 노래에 그리 끌리지 않았다. 훅이 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계속 여운이 남았다. 아마도 좀 ‘은은한’ 매력의 노래였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한 번 두 번 반복 버튼을 누르다가 올해의 페이보릿까지 되어버렸다. 다른 매체에서도 앞 다퉈 이 곡을 선정하는 걸 보면 그 중독성이 꼭 나만 느낀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 노래의 그 은은한 중독성은 하드한 일렉트로닉 댄스의 대명사인 스크릴렉스와 디플로에겐 없는 것이었다. 이것은 저스틴 비버에게서 왔다. 작업의 시작이 저스틴 비버가 만들어뒀던 피아노 발라드였다고 한다. 아마 본인 앨범에 실으려고 만들어뒀던 곡인 것 같다. 그런데 그 몽롱한 발라드를 잭 유가 최고의 댄스 음악으로 만들었다. 특히 하우스 리듬으로 바뀌는 부분, 그러니까, 트랩과 알앤비가 묘하게 섞인 바이브로 진행되다가 갑자기 드럼이 빨라지는 구간은 특히 매력적이었다. 보컬의 음정을 전환해 하모니로 활용한 것도 흥미로웠다. 잭 유의 일렉트로닉 편곡 감각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Where Are U Now’는 잭 유에게도 큰 도움이 된 곡이지만 저스틴 비버야말로 이 곡의 최대 수혜자가 아닐까 싶다. 이 노래를 통해 비버를 다시 보게 되었다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지 내려 입는 애’ 수준이었던 이미지가 이젠 ‘재능 있는 뮤지션’ 쪽으로 제법 돌아온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비버가 얼마나 괜찮은 보컬인지 이 곡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됐다. 비버의 재발견이었다.

훗... 뭘 이 정도 가지고...(사진: http://coercioncode.com)
비셉(Bicep) ‘Just’

믹스매거진이 선정한 2015년 100개의 트랙들 중 1위 BICEP 'JUST'(출처: http://www.mixmag.net/feature/top-100-tunes/189)

작년까지는 「믹스매거진」을 정기 구독하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디제이 매거진」으로 잡지를 바꿨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하도 「디제이 매거진」이 잘 팔린다기에 비결이 뭘까 궁금해서 갈아타봤다. (구독해보니 별 차이는 없었다. 내년엔 다시 「믹스매거진」으로 갈아탈 생각이다.) ‘Just’는 올해 「디제이 매거진」이 내게 선물한 최고의 곡이었다. 이 잡지는 매월 호마다 ‘Killers’라는 코너를 통해 필청(必聽) 곡을 추천하는데 6월호에 이 곡이 추천되어 있었다. 듣자마자 빠져들어 6개월 내내 듣고 다녔다. 그들의 디제잉 영상을 찾아다니게 만들었고 넋을 잃고 보게 만들었다. 심플한 힙합 비트 위에 몽롱한 블립을 얹은 테크노 음악인데, 그 미래적이면서도 음울한 분위기가 너무도 매력적이었다. 비셉은 아일랜드 출신의 2인조 프로듀싱 팀이다. 영상을 보니 디제잉은 그리 잘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프로듀싱만큼은 당장 이들을 따라갈 신인들이 많지 않아 보인다. 내게 이 노래를 추천해준 「디제이 매거진」은 연말 결산에서 'Just'를 올해 최고의 음악 중 하나로 선정했고 「믹스 매거진」은 2015년 100개의 트랙들 중 1위로 선정했다. 올해는 비셉의 해였다.

제이미 엑스엑스(Jamie XX) ‘Gosh’ 

올해 제이미 엑스엑스의 <In Colour>를 좋아한 사람이라면 도대체 왜 ‘Loud Places’나 ‘I Know There’s Gonna Be (Good Times)’가 아니라 이 음악을 꼽았는지 의아할 것 같다. 그런데 놀란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Loud Places’는 다소 팝 같았고 ‘I Know There’s Gonna Be (Good Times)’는 다소 힙합 같았기 때문에 일렉트로닉 댄스 팬들은 대부분 ‘Gosh’를 꼽을 줄 알았다. 그런데 「믹스매거진」도 이 노래는 언급조차 안 했고 위에 언급한 두 곡만 순위에 올렸다. (아니 평소엔 그리도 정글 계열을 좋아하던 잡지가!)

‘Gosh’의 백미는 초반이 아니라 중반 이후에 있다. 초반의 로-파이 정글 비트를 지나면 1분 50초부터 멜로디컬한 신스가 등장하는데, 그 웅장한 사운드와 아름다운 하모니가 너무도 압도적이어서 한동안 계속 빠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전자 음악 특유의 돌돌 말려가는 음색 변화도 좋았고 어쿠스틱 피아노로 화성을 맺어주는 대중적 안배도 완벽했다. 주류 음악에선 좀처럼 듣기 힘든 육중하고 어두운 서브 베이스는 또 어떻고. 이 1곡만으로도 제이미 엑스엑스는 올해 최고의 뮤지션 중 하나였다.

에릭 프리즈(Eric Prydz) ‘Opus’ 

요즘 일렉트로닉 음악이 열풍이어서 그런지 팝/록을 대표하는 음악 잡지 「롤링 스톤」의 올해의 음악 순위에도 일렉트로닉 뮤지션들의 곡이 많이 들어갔다. 처치스도 그렇고 제이미 엑스엑스도 그렇고. 그런데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가?) 유독 에릭 프리즈가 리스트에 없었다. 왜일까. 묘한 괴리감을 느꼈다. 일렉트로닉이 열풍이라곤 하지만 에릭 프리즈, 올리버 헬덴스, 자우즈 등은 그냥 늘 듣던 사람들만 듣는 걸까? 스크릴렉스도 한때는 그랬던 걸 감안하면 언젠가는 상황이 달라지는 걸까?

에릭 프리즈의 ‘Opus’는 올해 최고의 명곡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믹스매거진」은 포텟(Four Tet)의 리믹스 버전을 2위로 선정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원곡이 더 좋았다. 똑같이 거대한 드랍을 터트리더라도 에릭 프리즈는 천천히 점층하고 세련되게 폭발시킨다. 페스티벌 댄스의 매력을 알면서도 천편일률적인 EDM들과 적당한 거리를 둔다. 올해 ‘Opus’만큼 프로그레시브의 미학을 잘 구현한 곡은 없었다. BPM이 빨라지며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동안 듣고 있는 마음도 같이 흥분되고 설렌다. 그의 팬들은 유독 충성도가 높고 열광적이다. (「빌로우 매거진」은 ‘반인반신’이란 표현도 쓴다.) 이 음악을 들으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커널스트립(Kernelstrip) ‘고양이’

국내에서 발표된 일렉트로닉 음악들 중에선 이 곡이 제일 좋았다. 프로듀서 커널스트립이 영기획 3주년 컴필레이션 <3 Little Wacks>에 수록한 곡이다. 커널스트립은 대학에서 정규 음악 교육을 받은 뮤지션이고 그래선지 클래시컬한 피아노 선율을 자주 등장시킨다. 그 차분하고 정적인 바이브에 딥한 전자 음악적 접근들을 뒤섞는데, 그게 정말 멋지다. 이 곡도 신시사이저를 이용한 사이키델릭 연출이 탁월하고, 단단하면서도 로-파이적인 힙합 비트가 정말 매력적이다. 올해 가장 감탄했고 가장 즐겨 들은 일렉트로닉 음악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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