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래와 첨단과학기술
북한의 미래와 첨단과학기술
북한의 미래와 첨단과학기술
2015.12.23 20:21 by 이주철

철옹성 같던 북한이 변화하고 있다. 대중들은 드라마와 영화 등 남한의 대중문화를 암암리에 접하고 있고, 평양에서는 스마트폰이 유통되기 시작했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식량난, 질병 퇴치 등 고질적인 과제와 함께 체제 유지라는 상반된 문제에 봉착해 있다. 본 시리즈에서는 현재 KBS 남북교류협력단 연구위원,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의 글을 통해 북한 사회를 조명해보고, ‘통일’이라는 과제를 안은 지금의 세대에 메시지를 전한다.

“하늘에는 드론이 날고 땅 위에서는 자동차가 혼자 달린다. 기계가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인간과 같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첨단기술 경쟁에 세상이 정말 뜨겁다. 조금 과장하면 한 달이면 벼를 수확하는 농업혁명, 한두 달이면 100킬로그램 돼지가 성장하는 유전공학, 피 한 방울이면 병을 진단하고 암 수술 대신 알 약 하나면 암세포가 제거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아직 이런 과학기술이 이루어지지는 못했지만, 세계의 많은 나라들은 기본적인 생명의 문제에서 해방된 곳이 많이 있다. 첨단 유전공학과 상관없이 식량문제가 없고, 다양한 방법으로 암과 같은 심각한 질병도 관리되고 있다. 이렇게 식량문제와 질병 문제가 해결된다면 인간 세상의 기초적인 근심은 없어진다. 먹고 살 수 있고, 질병과 죽음의 고통이 제어된다면 그 곳은 이미 새로운 세상이다. 이런 날들을 과학의 힘으로 해결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이 북한의 독재자라면 의외일까?

2007년 8월, 평양에서 열린 아리랑 축제 중 '과학기술 최첨단수준으로'라는 문구가 등장한 모습. (사진: Maxim Tupikov / Shutterstock.com)

‘아리랑’과 ‘평양타치’라는 스마트폰이 평양에서 유통되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에 기아가 가장 큰 국가적 과제였던 북한의 변화가 흥미롭다.

김정은 비서가 아이폰을? 첨단과학으로 감지되는 북한의 변화

지금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북한은 석유와 같은 자원이 많지도 않고, 과학과 시장경제도 발전하지 못했다. 정권 성립초기부터 김정은에 이르기까지 북한 권력자들이 과학기술을 강조해 왔지만, 아직 북한에는 장거리로켓 같은 군사부분을 제외하면 내세울만한 과학적 성과가 특별한 것이 없다. 과학기술뿐만이 아니라, 벤처기업들이 춤을 출 시장경제 무대도 없다.

하지만 20여 년간의 고난의 시기를 거치며 성장한 시장경제의 싹은 북한에서도 변화하는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중요한 근거이다. 민주주의가 없는 왕국에서도 식량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고, 자국의 과학기술이 첨단이 아니어도 무역을 통해 첨단과학기술의 성과를 누릴 수도 있다. 시장경제의 싹을 꺽지만 않는다면, 과학기술이 북한 내부를 자극하는 성과는 가능하다.

북한의 스마트폰 '아리랑' (사진: 로동신문)
북한의 스마트폰 '평양타치' (사진: 조선신보)

시장경제가 작동하면서 북한에서 중대한 변화가 생겼는데, 그것은 첨단 과학상품의 공존이다. 대표적으로 유통되는 첨단 상품이 바로 스마트폰이다. 김정은비서가 애플 아이폰을 사용하는 것이 알려졌고, ‘아리랑’과 ‘평양타치’라는 스마트폰이 평양에서 유통되고 있다. ‘아리랑’과 ‘평양타치’는 중국에서 생산되었거나 중국 등 외국의 부품이 조립되어 국제적인 수준의 상품 경쟁력은 없다. 하지만 불과 10여 년 전에 기아가 가장 큰 국가적 과제였던 북한의 변화가 흥미롭다.

아직도 식량문제가 남아 있고, 기초적인 전염병인 결핵치료를 국가가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북한도 이제 세계와 함께 가고 있다. 특히 수동적이거나 고립적으로 사용되는 첨단과학제품과는 달리 사람과 사람의 소통을 확대하는 휴대전화 보급은 그 의미가 매우 큰데, 휴대전화 보급의 급격한 증가는 시장경제의 또 다른 얼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한번의 급격한 발전이 예고되어 있는데, 휴대전화를 쓰는 다수의 북한주민들이 앞으로 몇 년이면 스마트폰 사용으로 변화할 것이다.

그리고 단순하게 전화기로 사용하던 휴대폰과는 달리, 외부 정보를 중심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 본래의 기능이 북한주민들을 또 한번 변화시키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외부 인터넷에서 차단된 스마트폰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겠지만, 점차 인민들은 자신이 가진 첨단기계가 절름발이 기능밖에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불만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불만은 경제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체제와 정권에 대한 불만으로 변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빠진 최고권력자와 인민들은 둘 다 첨단기술 상품과 자본주의의 맛을 보았다. 이 강한 중독성 맛의 하나는 민주주의의 맛으로 연결될 것이다. 민주주의로 가는 길은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2013년 공개된 김정은 집무실의 모습. 그는 미국 애플사의 아이맥(i Mac)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 로동신문)
북한사회에 넘실거리는 변화의 물결

북한의 김정은정권은 변화의 큰 물결에 떠 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망가지면서, 이미 김정일정권부터 변화의 물결을 선택했다. 하지만 변화의 작은 물결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김정일정권이 마감되었다면, 김정은정권은 변화의 물결에 이미 올라 타 있는 상태이다. 중국공산당의 경제적 성공이 바로 옆에서 확인되었지만, 김정일-김정은정권의 경제적 성공은 전망하기가 어렵다. 중국공산당은 개혁개방정책으로 수많은 엘리트 유학생을 선진 자유세계로 내보냈고, 해외 기업들이 국내로 쏟아져 들어오도록 했다. 그러나 김정은정권은 독자적인 체제와 권력으로서 존립하기에는 세력이 작고 정당성이 약하고, 변화의 큰 물결을 스스로 헤쳐 나가기에는 능력이 벅차다.

하지만 북한인민들은 이미 시장경제라는 변화의 큰 물결에 몸을 싣고 즐기기 시작했다. 김정은정권이 첨단과학제품과 자본주의 상품에 마음을 뺏긴 인민들을 권력의 주변에 충성의 밧줄로 묶어두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인민들과 한 물결을 타고 그 물결을 이끌어야만 권력은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김정은정권이 그 변화의 물결을 이끌기는 어렵다. 변화의 물결을 타고 새로운 세상을 향하는 인민들과 그들을 잡아 끌어당기려는 북한정권의 힘겨루기는 북한정권의 이길 수 없는 싸움일 뿐이다.

세차게 흐르는 물에 배가 떠 있을 때는 앞에서 끌고 가지 않으면, 뒤에서 매달린 채 따라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핵에 몸이 묶인 김정은정권이 배 뒤에 매달려 방향을 잡으려 하지만, 배의 방향을 흔들 수는 있어도 뒤로 가거나 멈출 수는 없다. 스마트폰에 빠진 최고권력자와 인민들은 둘 다 첨단기술 상품과 자본주의의 맛을 보았다. 이 강한 중독성 맛의 하나는 민주주의의 맛으로 연결될 것이다. 민주주의로 가는 길은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어차피 권력이란 것은 영원할 수 없는 것이다. 3대를 잇는 권력은 봉건 왕조에서도 흔하지 않았다. 김정은정권이 통제와 억압으로 권력 유지에 미련을 갖기보다는 인민들이 과학기술을 누리고, 첨단 과학기술에 참여할 수 있게 세상을 열어주어야 한다. 그래서 단순한 저임 노동력으로 동원되는 북한주민이 아니라, 첨단 과학기술의 세계에서 함께 호흡하는 북한인민들이 될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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