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품률 제로에 도전하는 언더웨어 편집숍의 등장…“피팅노트에서 ‘속’편한 쇼핑하세요.”
연봉근 안티그래비티 대표 인터뷰
반품률 제로에 도전하는 언더웨어 편집숍의 등장…“피팅노트에서 ‘속’편한 쇼핑하세요.”
2023.01.27 15:38 by 최태욱

‘Age of STYLE Tech’는 테크와 융합한 패션·뷰티 분야 기업들을 발굴‧지원하는 ‘스타일테크 유망기업 지원 프로그램’(4기)의 참여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시리즈입니다. 

팬데믹이 야기한 대전환의 시대, 세상의 모든 무게중심이 온라인‧모바일로 옮겨졌다. 그중에서도 유통 생태계의 변화는 가장 직관적이며 또한 극적이다. 이커머스(E-Commerce)는 이제 대세를 넘어 일상이 됐다. 국내 소매시장의 이커머스 침투율이 지난해 이미 50%를 넘겼을 정도. 하지만 너무 가파른 속도에 난맥상이 포착되는 영역도 존재한다. 직접 만져보고 입어볼 수 없는 패션의류 분야가 대표적이다. 사이즈·핏·색상은 물론 ‘실착’했을 때의 감성까지, 넘어야 할 관문이 수두룩하다. 

그중에서도 여성 속옷은 난감함이 배가된다. 실제 구매자조차 정확치 않은 사이즈를 화면상으로만 대충 고르다보니 성공률이 뚝 떨어진다. 온라인 쇼핑의 여성 언더웨어 반품률이 40%에 육박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승승장구하는 이커머스 시장의 골칫거리가 된 여성 란제리 분야를 정조준해온 스타트업이 있다. 부피기반 사이즈 추천 알고리즘으로 여성 속옷 사이즈 측정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안티그래비티’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 초 야심차게 론칭한 편집숍 ‘피팅노트’는 지난 4년여 시행착오가 총망라된 기업의 현주소다. 

 

연봉근(사진) 안티그래비티 대표
연봉근(사진) 안티그래비티 대표

| 어느 연쇄창업가가 브래지어에 꽂힌 이유
지난 2018년 안티그래비티를 창업한 연봉근(39) 대표는 자신의 기업가정신을 수차례 시험했던 혁신 유경험자다. 피트니스 프랜차이즈 ‘애플트리피트니스’(2011)와 피트니스 고객관계관리 솔루션 ‘투비크로스’(2013) 등이 창업에서 매각까지 그와 운명을 함께 했던 회사들이다. 

세 번째 기회는 전혀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맞닥뜨렸다. 세 번에 걸친 임신‧출산으로 신체의 변화를 겪으며 이내 우울증까지 앓았던 아내의 곤욕이 직접적인 계기였다. 

“엄마가 되는 과정을 겪는 동안 가슴 모양이 계속 바뀌더라고요. 호르몬의 영향 때문이라는데 적잖이 힘들어했어요. 그 일로 브래지어 공부를 하다가 기존의 사이즈 측정 방식이 꽤나 구닥다리라는 걸 발견한 거예요. 온라인 쇼핑이 대세인 시대에는 더욱 골치 아플 것 같았죠.”

연 대표가 포착한 맹점은 3차원의 가슴을 2차원, 즉 길이를 기준으로 측정하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이에 가슴의 부피를 기반으로 사이즈를 측정하는 알고리즘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 가설일 뿐,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가설 검증을 위한 데이터가 필수지만, 민감한 신체 부위의 측정 데이터를 함부로 요구할 수도, 타 브랜드의 데이터를 무턱대고 요청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안티그래비티의 선택은 ‘징검다리’를 놓는 전략이었다. 자체 브랜드를 제작‧판매하는 활동을 선행하며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한 것. 부피를 조절할 수 있도록 고안된 ‘아나콘다’ 브랜드와 원단의 기능성을 테스트하는 ‘해즈소울’ 브랜드가 그 과정의 산물이다. 연 대표는 “초기 단계에는 브래지어 제조사처럼 활동했지만 이는 고객의 엔드 데이터를 얻기 위한 초석이었다”면서 “우리 정체성은 설립부터 지금까지 IT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연봉근 대표는 브래지어의 사이즈를 길이로 측정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문제를 인식했다.
연봉근 대표는 브래지어의 사이즈를 길이로 측정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문제를 인식했다.

두 브랜드에 내포된 문제의식에 소비자들도 공감했다. 각각의 자사몰을 통해 2년 간 약 50억 원어치의 속옷이 팔려 나간 것. 거래가 왕성하다는 것은 새로운 측정 알고리즘을 위한 데이터가 풍부해진다는 걸 의미한다. 연 대표는 “제품 구매 패턴 및 소비자 후기, 제품 구입 전에 진행하는 별도의 설문조사와 관련 이미지 공유 등을 통해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했다”면서 “그렇게 모인 자료들이 알고리즘 가설을 검증하는 데 오롯이 활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안티그래비티의 ‘부피기반 사이즈 추천 알고리즘’이 기술신용평가에서 Ti-3등급(상위기술기업 인증)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안티그래비티의 PB 제품들. 해즈소울(왼쪽)과 아나콘다
안티그래비티의 PB 제품들. 해즈소울(왼쪽)과 아나콘다

| 피팅노트 론칭…온라인 이너웨어 쇼핑의 게이트웨이 될 것!
창업 5년차를 맞는 안티그래비티에게 올해는 유독 특별하다. “여성 속옷 사이즈 측정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비전을 구체화시킬 원년이기 때문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무대가 올해 1월 베타 론칭한 언더웨어 편집숍 ‘피팅노트’다. 

“일종의 MD마켓이에요. 아나콘다와 해즈소울을 통해 우리 알고리즘의 효과를 직접 체감한 고객들이 해당 알고리즘이 탑재된 피팅노트를 통해서 국내외 다양한 속옷 브랜드를 구입하는 거죠. 각 브랜드 사들은 반품률을 크게 낮추며 물류비용을 개선할 수 있고요. 소비자와 브랜드 모두에게 환영받는 공간이 되는 겁니다.”

실제로 반품률에 대한 고민은 패션 이커머스 분야의 가장 큰 고민이다. 맞춤형 제작 서비스부터 가상 피팅룸까지 반품을 극복하려는 기술적 시도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연 대표가 특별히 자신감을 갖는 것도 이 부분이다. PB브랜드 자사몰의 ‘피팅룸AI’를 통해 구매한 고객의 교환율을 제로에 수렴하도록 유도했던 경험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연 대표는 “자체 조사결과, 교환 및 반품 손실을 줄이면 통상 5% 수준이던 영업이익이 최대 27%까지 증가한다는 수치를 얻었다”면서 “이제 남은 과제는 고객들이 믿고 선택할 수 있는 브랜드를 엄선하여 (피팅노트에) 입점 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3월, 피팅노트의 정식 론칭까지 순조롭게 이뤄지면 나라 밖으로 시선을 확장시킬 계획이다. 이미 자사 브랜드가 제품 형태로 일본, 미국 등에 진출해 있는 상태지만, 조금 더 본격적인 행보가 필요한 시기라는 판단에서다. 소비자에게 각인되는 과정은 국내와 동일하다. 징검다리로 고안된 두 개의 제품을 통해 안티그래비티가 제안하는 새로운 사이즈 측정 방식의 유익을 체감케 하고, 이를 피팅노트로 자연스레 유입시키는 전개다. 100년 간 경직돼 있던 브래지어 사이즈 측정 방식을 허물어뜨리겠다는 연 대표의 큰 그림이다. 

 

안티그래비티의 부피 기반 사이즈 도구 Saas ‘피팅룸 AI’
안티그래비티의 부피 기반 사이즈 도구 Saas ‘피팅룸 AI’

다소 생소한 분야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연 대표지만, 지금까지 자신이 해왔던 도전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한다. 넓게 보면 모두 헬스케어 분야이며, 시대가 가진 결핍과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기획, 개발, 제조, 플랫폼,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취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뚝심의 발로다. 

“다분히 개인적인 계기로 여성 속옷에 집중하는 회사가 됐지만, 어쩌면 이것이 거대한 여정의 시작에 불과할지도 몰라요. 유통의 모든 관문이 온라인으로 완벽히 대체된 시대에 ‘부피’는 생각보다 훨씬 가치 있는 사이즈 측정도구이니까요. 일단 글로벌 속옷 플랫폼으로서 입지를 굳건히 한 후에 더 큰 도전에도 나서보고 싶습니다!(웃음)”

 

/사진: 안티그래비티 제공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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