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주 소재 A종합병원에 진료재료를 공급하고 있던 모 진료재료구매대행사(Group Purchasing Organization, GPO)가 갑작스럽게 공급을 중단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태로 인해 GPO와 거래하던 수많은 공급업체들은 대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했고, 현재는 법적 분쟁이 진행중이다.
위 사태는 GPO업계의 위태로운 재무 상황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대다수의 국내 의료기관들은 약 500~1000여개 이상의 공급사들로부터 수술 및 진료 등에 필요한 진료재료 등을 공급받고 있다. 너무나 많은 공급사들에 대한 관리가 어려워진 까닭에 의료기관들은 약 10년전부터 구매비용 절감과 물류 효율화를 위해 IT 시스템과 통합물류를 수행할 수 있는 GPO업체를 선정해 진료재료를 공급받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역할을 하고 있는 GPO 업계의 재무적 불안정성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본지는 지난 2020년 10월 13일자 보도를 통해 '적자의 늪에 빠진 진료재료 구매대행사'를 분석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보도 내용에서 결국 영업이익과 순이익에서 계속 적자상태가 지속 중이라고 분석 보도했던 '가디언'은 결국 시장에서 퇴출되는 결과를 맞이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문제의 사례가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업계 탑을 달리는 업체마저도 이같은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내 GPO 업체의 대표격인 케어캠프의 재무제표를 분석해보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지난 2022년 9월까지 케어캠프는 외형적으로 5670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기 21년 5043억원 대비 12.4%가 성장했다. 매출 총이익은 145억원을 기록, 전기 152억 대비 -4.6%를 기록했다.
언뜻 물가 상승폭이 가파른 시장과 세계적인 경제 불황 추세를 고려하면 한 자릿수 마이너스 성장은 나름의 선방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심각한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케어캠프의 영업이익은 21년 3분기 까지는 64.8억원을 기록했으나 22년 동기에는 31.2억원을 기록, 무려 -51.8%나 급감했다.
더 심각한 것은 당기순이익이다.
21년 3분기까지 32.7억원을 기록했던 케어캠프는 22년도에 -95.1%가 감소한 1.6억원만을 달성하는데 그쳤다. 특히 22년 3분기(7~9월) 실적은 -2.4억으로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즉 22년 1월 1부터 9월까지 9개월동안 달성한 매출이 5670억원에 달하지만 실상은 한달 평균 남짓 겨우 1800만원의 수익을 남긴 셈이다.
케어캠프의 이 같은 당기순이익 악화의 원인중 가장 큰 부분은 판관비 및 매출채권 처분손실로 나타났다.
케어캠프는 21년 9월까지에는 87.1억원의 판관비를 지출했으나 22년 9월까지 113.8억원을 지출해, 전년 동기대비 30.6%나 증가했다.
판관비 중 지급수수료는 32.8%가 더 증가 되었고, 운반비 및 임차료는 각각 53.5%, 55.8%나 더 들었고, 기타 비용도 전기 대비 27.6%를 더 지출했다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케어캠프의 매출채권처분 손실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케어캠프가 공급업체로부터 물품을 공급받아 의료기관에 납품한 이후 의료기관으로부터 지급받을 매출채권액이 공급업체에 지급할 매입 채무액보다 부족한 상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매출채권은 간단히 말해 계약한 병원으로부터 받을 돈이다. 매출채권처분손실은 병원으로부터 받을 돈을 금융기관 등 3자에게 이른바 '깡'하고 이에 대해 지급한 수수료를 말하는 것인데 22년 9월까지 '깡'을 통해 지급한 수수료가 무려 32억원이다. '깡' 수수료를 2%로 매우 낮은 수준으로 가정할 경우에도 5670억원 매출액 중 무려 28%에 해당하는 1600억원 수준에 달한다.
이러한 매출채권의 유동화로 확보한 자금이 케어캠프에 물품을 공급한 다수의 공급사에게 정상적으로 지급될 경우는 문제가 없어보인다. 다만 케어캠프가 해당 자금을 다른 용도로 선지출할 경우, 공급사는 물품대금을 지급 받는 기간이 증가될 수 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에는 물품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
공급사에게 지급할 매입채무와 병원으로부터 받는 매출채권과의 관계로 살펴보면 문제는 명확해진다.
케어캠프는 해마다 매출채권 처분손실 금액이 대규모로 발생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병원으로부터 받을 돈에 비해 공급사에게 지급할 돈의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케어캠프는 전기 21년 9월까지 매출채권(병원으로부터 받을 돈) 규모가 2495억이고, 매입채무(공급사에게 줄 돈)규모가 3020억으로 525억이나 부족했었다.
22년에는 매출채권규모가 2618억, 매입채무가 3202억으로 공급사에게 지급할 돈의 부족분이 59억이나 늘어난 584억원으로 나타났다.
단순계산으로 봐도 584억 이라는 규모는 영업이익 31억을 기록하고 있는 케어캠프가 약 19년을 한푼도 쓰지 않아야 하는 수준이다. 당기순이익 1.6억을 기준으로 봤을 때 무려 365년이나 걸린다.
가장 큰 의문점은 32억원이나 되는 '깡'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병원으로부터 받을 돈을 유동화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공급사에게 지급할 돈의 규모(매입채무)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즉 케어캠프가 병원으로부터 지급된 대금을 수많은 공급사들에게 원활하게 지급해야 하는데, 그만한 여력이 충분해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
케어캠프의 자기자본 비율을 보면 21년에는 3.7%, 22년에는 3.6%로 매우 낮다.
특히 부채비율은 21년 2586.6% 22년에는 2670.2%로 83.5%포인트나 증가했다. 이 같은 부채비율은 지난 2014년 1007% 수준에서 두배를 훨씬 넘게 뛰어넘는 등 매우 가파르게 급증하고 있다.
이 같은 재무 안정성의 물음표는 자금지급의 안정성 지표인 유동비율과 당좌비율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케어캠프는 전기 유동비율이 97.9%를 기록했으나 22년 현재 97.6%를 기록하면서 -0.3%포인트가 또다시 하락했다. 당좌비율에서는 전기 94.0%를 기록했으나 현재 93.2%를 기록, -0.8% 포인트가 다시 하락 하는 등 12.4%라는 외형적 매출성장 이외에는 재무 건전성 및 안정성 등 자금지급에 대한 불안정성이 지표상으로 계속 나타나고 있다.
케어캠프는 그동안 방사성의약품의 제조 및 판매사업을 벌여왔다. 전체 매출액대비 차지 하는 비율은 2~3 %정도 밖에 차지하지 않음에도 영업이익이 25~28%에 달할 만큼 알짜 사업이었다. 하지만 이를 지난 21년 방사성의약품부문을 인적 분할해 코넥스 상장사인 계열 방사성의약품 업체 듀켐바이오와 합병시켰다.
이 같은 분할로 인해 케어캠프의 자기자본 240억원이 합병사로 이전됐다. 불안정한 재무상태는 방사성의약품을 떼어내면서 자본구조가 더 급속히 악화됐다. 당시 일시적이지만 기업분할 후 총자산이 부채보다 적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지기도 했다.
케어캠프의 자금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에는 공급업체는 케어캠프에게 공급한 물품대금 회수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특히 이러한 문제 발생시 케어캠프가 거래하고 있는 수많은 공급사는 물론 의료기관의 피해도 우려된다.
한 의료업계 관계자는 "GPO 업계의 재무적 불안정성이 심화 지속될 경우, 연관돼 있는 수많은 제조사, 총판, 대리점 등 공급사는 물론이고, 거래하는 병원과 그리고 그 병원을 찾는 환자 등 국내 의료계 생태계를 일시에 무너트릴 위험도 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