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후를 내다보는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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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후를 내다보는 학교
30년 후를 내다보는 학교
2015.12.27 17:41 by 황유영

치열한 세상이다. 부대끼며 살다 보면 한 번씩 이런 물음을 던지게 된다. ‘이게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일까…’ 지금부터 들려드릴 이야기는 이 물음에 응답한 사람들의 스토리다. 누군가는 창업을 했고, 어떤 이는 공방을 열었다. 무작정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고 갈 길은 멀다. 제대로 구조를 갖추지 못해 고군분투하기 일쑤다. 그래도 고무적인 건, 이들 모두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는 점이다. ‘언더 스탠드 에비뉴(Under Stand Avenue)’는 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공간이다. 롯데면세점이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성동구청과 함께 꾸려가는 사회공헌 창조공간으로, 우리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혁신기업가‧예술가‧비영리기획자 등이 함께한다. 더퍼스트는 이들의 도전이 활짝 꽃피우는 그날을 기대하며 ‘변화를 만나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북한이탈청소년을 품다'…
30년 후를 내다보는 학교

청소년과 통일.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의 미래’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때문에 북한이탈청소년들의 교육은 통일한국을 대비하는 초석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통일부와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북한이탈주민 출신 청소년의 학업 중단율은 2.2%에 불과하지만, 고등학생의 중도 탈락률은 7.3%나 된다.(2015년 말 기준) 나이가 올라갈수록 이탈하는 이들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 이 아이들을 마음에 품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이들이 있다.

"북한이탈청소년이 대한민국 통일 외교관"
셋넷학교

박상영 셋넷학교 교장과 북한이탈청소년들의 만남은 특별했다. 지난 1999년 중국 용정 봉사활동을 갔던 곳에서 만났던 아이와 3년 후 재회했을 때, 아이는 낯설고 각박한 사회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안교육을 위해 일 하던 박 교장이 북한이탈청소년들은 품기로 결심한 순간이었다.

박상영 셋넷학교 교장

탈북청소년을 위한 문화적응주말학교 셋넷교실, 탈북청소년을 위한 대안문화학교 똘배학교를 거쳐 2004년부터 현재의 모습인 탈북청소년교육공동체로 운영되고 있는 셋넷학교는 4개월이 한 학기인 1년 3학기제로 꾸려진다. 보통 중등 1년, 고등1년, 미래준비반 1년 등 졸업까지는 총 3년이 걸린다. 이 기간 동안 북한이탈청소년들은 언어교육, 기초학습, 적성 및 IT 교육, 자격증 취득 등 남한에 적응하고 스스로 살아갈 힘을 키운다. 허울뿐인 대학 교육이 아니라 진로 교육을 통한 실질적인 자립을 강조한다.

학생은 10명 안팎이지만 맞춤 교육을 위해 과목당 3~4명의 선생님이 배정돼 있고, 10년 이상 학교와 학원에서 근무한 교육자들이 자원봉사자로 아이들의 학습을 돕고 있다.

셋넷학교가 중시하는 것은 정체성이다. 억지로 사투리를 고치고 남한식 생활방식을 강요하지 않는 대신 출신을 당당히 밝히며 살아갈 것을 권한다. 그것이 대한민국 사회가 북한에 대한 이질감을 좁히고 통일 한국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10년 간 셋넷학교를 거친 아이들은 150명 남짓. 한때 하나원에서 방탕한 생활을 했다는 졸업생 A씨는 셋넷학교에서 중장비 자격증 6개를 취득하고 번듯한 직장인이 됐다. 더불어 지역사회와 북한이탈주민 사이에서 가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셋넷학교 10주년 기념 공연 ‘동지 섣달 꽃 본 듯이’에서 (사진: 셋넷학교 제공)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다,
여명학교 

탈북 청소년을 위한 도시형 대안학교인 여명학교는 2004년 23개 교회와 탈북자 지원 사업을 하던 사람들이 힘을 모아 개교했다. 개교 당시 학생 23명, 교사 8명이었던 학교는 11년 동안 총 172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2010년 서울시 교육청으로 부터 고등학교 과정 대안학교 학력 인가를 받았고, 14년에는 서울시 위탁형 대안학교(중학교 과정)로도 지정됐다.

여명학교는 북한이탈 청소년들의 치유와 회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탈북 과정에서 많은 역경과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이 과거의 상처를 딛고 존엄성을 회복해야 남한 사회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탈북 과정에서 아이들은 1~3년 정도 교육 공백을 겪는데, 이때 많은 상처를 받기 때문에 치유가 가장 먼저라는 판단이다. 여명학교는 수준별 교육은 물론 사회 적응 교과, 예술 놀이와 치료(분노조절 프로그램, 미술치료, 심리상담)도 함께 하고 있다.

조명숙 여명학교 교감

이 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도시형이라는 점이다. 북한이탈청소년들 대부분 도시에서 거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남한 적응이 보다 수월한 측면이 있다. 실생활에 필요한 교육도 놓치지 않는다. 은행이나 통장, 이자의 개념조차 낯선 북한이탈청소년들이 남한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기 위한 교육이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조명숙 교감은 2015년 사회혁신가 발굴지원단체인 아쇼카 한국으로부터 아쇼카 펠로우에 선정됐다. 아쇼카는 지난 1980년부터 뛰어난 행보를 보이는 사회혁신 기업가를 아쇼카 펠로우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