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영화인과 마주친 성수동
청소년 영화인과 마주친 성수동
청소년 영화인과 마주친 성수동
2016.01.05 15:59 by 윤민지

02_상영회_영화상영

아트드림 영화제작소 2기 ‘小笑한 상영회’

“조금만 더 왼쪽으로”
“됐어?”
“거기서 조금만 위에. 그래, 됐어”

최근 변화하는 성수동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인 폐공장을 개조해 만든 아트스튜디오 ‘베란다 인더스트리얼’이 시끌벅적합니다.

부슬비는 아랑곳없이 포스터를 붙이는 손들은 분주했습니다. 한쪽에선 상영회 안내책자를 나눠주고, 다른 한쪽에선 청소년 사회자들이 대본을 외우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청소년 진행 요원은 관객들에게 쿠키를 권하고, 자신들이 만든 영화를 곧 보게 될 청소년 관객들의 웅성거림은 더욱 커졌습니다. 지난달 14일에 열린 아트드림 영화제작소 2기 ‘소소(小笑)한 상영회’ 현장은 청소년들의 열정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소소한02

영화인으로 한 걸음 다가가는 길 <아트드림 영화제작소>

현대자동차그룹이 후원하고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가 주관하는 <아트드림 영화제작소>는 청소년 영화 인재육성 프로그램입니다. 총30회기동안 청소년들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영화감독, PD, 작가, 촬영감독 등 전문가에게 교육을 받은 후, 직접 시나리오 작성 ‧ 연출 ‧ 연기 ‧ 회계 등 영화제작 전 과정을 경험합니다.

지난 해 8월 시작한 <아트드림 영화제작소> 1기는 올해 2월 개최한 청소년 영화제에서 총8편의 영화를 상영하며 끝을 맺었습니다. 그 중 영화 <인생을 쓰는 사람>은 ‘2015 대한민국 청소년 미디어 대전’에서 총장상(건국대)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아트드림 영화제작소>는 청소년들이 꿈을 향해 한 발 다가갈 수 있는 다리가 되고 있습니다. <인생을 쓰는 사람>의 시나리오를 쓴 1기 최형준 학생(19)은 수상과 더불어 서울예술대학교 영화과에 수시 합격하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아트드림 영화제작소> 2기는 지난 8월, 4일 간의 워크샵을 시작하며 약 7개월여의 대장정의 막을 올렸습니다. 이날 상영회는 중간 점검의 일환입니다. 전문가와 함께 청소년들이 직접 만든 단편영화를 감상한 후, 2016년 2월에 있을 최종상영회에서 더욱 완성도 있는 영화를 선보이기 위해 조언을 듣는 들었습니다.

작은 웃음이 커다란 꿈으로

‘소소(小笑)한 상영회’라 이름 붙은 이날 상영회는 ‘작은 웃음’이란 의미와는 다르게 커다란 박수소리와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2기 청소년 영화인들은 친구들이 스크린에 나오자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하지만 ‘은둔형 외톨이’처럼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장면에서는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10대만이 생각할 수 있는 재기발랄함과 성찰적 시선은 또래 관객들의 공감을 사기 충분했습니다.

성수동 곳곳을 탐방한 흔적들


아트드림 영화제작소 2기이자 이날 상영회의 사회를 맡은 두 청소년 사회자의 인사로 상영회의 막이 올랐습니다. 팀별로 성수동 구석구석을 관찰한 탐방 영상은 ‘성수동’이란 주제를 다양하게 연주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성수동은 길을 헤매게 만드는 미로였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래된 빌라와 옛날 세탁소가 있는 정다운 동네였습니다. 공장에서 땀 흘리는 어른들과 혁신을 꿈꾸는 젊은이가 공존하는 성수동에서 영감을 얻은 청소년들도 있었습니다.

‘산체스’조의 <시야> 중 한 장면


다양한 모습이 공존하는 성수동. 이곳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가 본격적으로 상영됐습니다. 첫 순서였던 ‘산체스’조의 <시야>는 시력을 잃어가는 경수가 이혼한 부모님과 다시 행복하게 살기를 꿈꾸는 가족이야기입니다. 이어 ‘아바타’조의 <나가다>는 이미 사회적 문제가 된 은둔형 외톨이를 소재로 했고, 성수동 골목길을 탐방했던 <골목길>을 만든 ‘무빙’조는 돈을 쫒는 현실에서 가족에 대한 사랑을 깨닫는 것에 중점을 뒀습니다. 실제로 서울숲과 골목길을 연결해주는 다세대 주택의 대문을 주인공의 심적 변화에 대한 상징으로 사용했습니다.


이야기 중심의 영화가 있는가 하면 음악과 영상에 집중한 영화도 있었습니다. ‘천만영화’조의 <Carpe Diem 카르페 디엠>은 상영작 중 유일하게 음악이 중심을 이뤘습니다. 서울숲에서 음악에 대한 꿈을 그린 이 작품은 서울숲에서 ‘달려라 피아노’ 행사가 열릴 당시, 때마침 서울숲을 탐방했던 경험을 살렸다고 합니다. 상영 마지막 순서였던 ‘타(他)’조의 <썸Day>는 젊은 남녀가 썸(연인 관계가 되기 이전 서로 호감을 갖는 것)을 통해 연인이 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청소년들이 제작한 영화는 성수동의 현재와 같이 오래됨과 새로움이 공존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용기와 감동을 주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영화 상영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관객과 영화제작자로서의 진지한 질의응답이 오갔습니다. 한 관객이 은둔형 외톨이를 소재로 한 <나가다>의 연출의도를 묻자, 연출을 맡은 고다선 학생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와 감동을 주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답해 박수를 받았습니다. 주인공이 왜 하필 ‘콜라’를 사기 위해 밖으로 나오냐는 질문에는 “제가 코카콜라를 정말 좋아한다”며 “영화에 나온 콜라캔 절반이 내 것”이라고 말해 관객석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청소년 영화인들과 관객과의 대화 시간


무빙조의 <골목길>에는 제작과 동시녹음을 맡은 김세희 학생의 사촌동생이 주인공으로 출연해 환호를 받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남자’역을 맡은 김용환 배우는 무빙조가 영화배우 섭외 사이트를 통해 섭외한 배우로서, 이날 상영회를 찾아 청소년 영화인들을 응원하기도 했습니다. 한편의 뮤직드라마 같았던 <Carpe Diem 카르페 디엠>의 우성이 감독은 “주인공은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지만 주위의 반대로 꿈을 접어야 했다”며 ‘현재를 즐기라’는 메시지를 강조했습니다.

멘토들의 따끔하지만 진심어린 조언

상영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한 초청 멘토들의 조언이 이어졌습니다. 2010년 <황해>의 김경환PD는 “아트드림 영화제작소처럼 다양하게 지원을 받으며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며 “그만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말로 서두를 뗐습니다. “한정된 소재와 여건 속에서 영화를 만드는 건 아주 힘들다”고 솔직하게 말한 김PD는 “많은 압박 속에서도 영화를 만드는 것을 즐겨야 좋은 영화가 나온다”며 청소년 영화인들이 더욱 분발하기를 요청했습니다.

김경환 PD(<황해>(2010))

 

임찬익감독(<체포왕>(2011))

<체포왕>(2011)을 연출한 임찬익 감독은 장면 하나 하나를 열거하며 세심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날 상영작들을 보고 “1997년도에 첫 영화를 만들던 때가 생각났다”는 임 감독은 “화려한 기술로 볼거리를 만드는 영화도 있지만, 무엇보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중요하다”며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무엇인지 고민한다면 나중에 좋은 영화인이 될 것”이라고 예비 영화인들을 격려했습니다.

<아트드림 영화제작소> 2기의 김도희 지도교사는 지난 8월부터 4개월여 간 지켜본 청소년들의 변화를 “책임감”이라고 말했습니다. “워크샵 때와는 달리 청소년들이 자신의 작품에 애착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는다”며 “자신이 원해서 영화를 만들고, 제작 과정을 통해 즐겁다는 감정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습니다. <아트드림 영화제작소> 2기는 내년 2월 최종상영회를 앞두고 있으며, 청소년 영화인재를 선발해 지원합니다.

미래의 대한민국 영화계를 이끌 청소년들의 위대한 도전을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아트드림 영화제작소 1기 선배들의 응원 릴레이

최형준 군(19) 인터뷰
(<인생을 쓰는 사람> 시나리오 작,서울예술대학교 영화과 수시합격)

Q: ‘아트드림 영화제작소 1기’ 과정에서 시나리오를 쓴 영화 <인생을 쓰는 사람>으로 ‘2015 대한민국 청소년 미디어 대전’에서 총장상(건국대)을 받았다. 게다가 서울예술대학교 영화과에 수시 합격까지 했으니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

A:날아갈 것 같아요. 부모님께서도 제 얼굴이 밝아졌다고 하세요. 제가 원하는 대학교, 학과에 들어가서 아주 기뻐요. 제 생일에 합격 발표가 났는데, 부모님과 계획에 없던 외식을 하러 나갔어요.(웃음)

Q:‘아트드림 영화제작소 1기’ 과정에 참여하면서 재미있었던 경험이 있다면.

A:팀원들 모두 본격적인 영화촬영은 처음이었어요. 막상 촬영장에 갔는데 불이 안 켜지거나 갑작스레 촬영이 연기되기도 했죠. 하지만 힘들면서도 촬영 과정은 언제나 즐거웠어요. 스크린에 상영될 때는 정말 뿌듯했습니다.

Q:본인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A:고2 때까지만 해도 ‘대학은 억지로 가야하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트드림 영화제작소를 통해 영화 만드는 재미를 느꼈고, 영화인이 되겠다는 꿈을 공고히 했습니다. 제 생각을 영상으로 풀어내는 힘이 생겼다고 할까요.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재미난 영화를 만들겠습니다.

Q:아트드림 영화제작소 2기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저처럼 꿈을 발견하고 같이 촬영하는 친구들과 많이 친해졌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멋진 영화 기대하겠습니다.


김다용(17) 양
(아트드림 영화제작소 1기 졸업생. <어게인>, <인생을 쓰는 사람> 제작)

Q:‘아트드림 영화제작소’를 통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A:예전에는 꿈이란 게 없었는데, 아트드림 영화제작소 1기를 하면서 미래의 직업이 달라졌어요. 앞으로 영화제작자가 되고 싶어요.

Q:2기 친구들에게 응원의 말을 한다면.
A:어렵게 얻은 기회니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 마무리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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