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클럽의 출입 정책에 대해
댄스 클럽의 출입 정책에 대해
댄스 클럽의 출입 정책에 대해
2016.01.12 10:21 by 이대화

디제이, 클럽, 댄스 음악과 관련된 핫한 이슈들과 음악들을 이야기한다.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까지 아우르며 댄스 씬을 둘러싼 재밌는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지금은 라이브 클럽만큼이나 댄스 클럽이 많아진 시대다. 새로운 시대엔 새로운 영감이 필요하다.

2015년, 일렉트로닉 씬을 주름잡았던 바로 그 음악을 소개한다. 저스틴 비버의 재발견, 유럽을 뒤흔든 DJ뿐만 아니라 국내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아티스트까지! <이대화가 선정한 2015년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BEST 5>

영어로는 ‘도어 폴리시(Door Policy)’라고 한다. 우리 말로 무엇이라 번역해야 할지 확실치 않지만 그래도 ‘출입 정책’이란 말이 제일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무슨 얘기를 꺼내려는 것이냐면, 이번엔 클럽들의 ‘출입 정책’, 그러니까 누구는 들이고 누구는 들이지 않는 ‘사람 고르기’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이 사진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클럽의 문이 열려있는 것은 아니다.(사진: shutterstock.com)

출입 정책을 논한다고 해서 댄스 클럽들의 ‘손님 골라 받기’, 소위 말하는 ‘물 관리’를 비판하려는 글은 아니다. 오히려 주목하고 싶은 것은 출입 정책 속에 녹아 있는 그 클럽의 지향이다. ‘레전드’라 불렸던 역사적 댄스 클럽들의 출입 정책을 돌아보며 각 시대별 클럽의 특징을 얘기해보고자 한다.

먼저 살펴볼 클럽은 로프트(The Loft)다. 1970년대에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현상에 가까운 인기를 끌었던 레전드 중의 레전드다. 우리에게 익숙한 영국의 하시엔다라는 클럽은 파라다이스 개러지 등의 뉴욕 디스코텍들을 모델 삼아 만들어졌는데, 그 1970년대 뉴욕 디스코텍들의 모태를 제공한 곳이 바로 로프트다. 로큰롤의 조상이 척 베리라면, 뉴욕 클럽의 조상은 로프트라고 볼 수 있다.

로프트는 독특한 출입 정책을 갖고 있었다. ‘초대장’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 초대장은 골프 회원권처럼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로프트의 운영자 데이비드 맨큐소에게 개인적으로 초대장을 받아야만 했다. 뉴욕의 클러버들은 이곳의 명성을 듣고 들어가고 싶어 난리였지만 초대장이 없으면 입장이 불가했다.

로프트(Loft)는 데이비드 맨큐소에게 초대장을 받아야만 출입할 수 있었다.(사진: 구글)

운영자가 인정한 사람만 들여보냈다는 점에서 이게 일종의 ‘물 관리’ 아니냐고 생각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물 관리와는 양상이 조금 달랐다. 로프트는 기존의 클럽들이 소외시켰던 소수자들을 적극 끌어 안았기 때문이다.

1960년대에만 해도 뉴욕 클럽에서 게이들이 춤을 추면 경찰들이 제재했다. 남자 3명 당 여자 1명이 꼭 있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규정이 있었다. 클럽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플로어 입구를 막고 서서는 남자 3명당 여자 1명의 숫자를 세어서 들여보냈다. 게이들 중에서도 흑인 게이들은 더 갈 곳이 없었다. 그때도 클럽 하면 상류층들이 비싼 술과 유흥을 즐기는 곳이란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클럽 업주들이 자꾸만 경제력과 성적 매력을 기준으로 손님을 가려서 받았다. 흑인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르 클럽(Le Club) 같은 초창기 디스코텍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름에 불어를 쓴 것부터가 백인들의 유럽을 향한 동경과 맞닿아 있다.

반면에 로프트는 흑인 게이들이 자주 가는 곳이었다. 초대장을 통해 손님을 제한했지만 그 선택받은 소수가 부자나 백인들이 아닌 흑인 게이들이었던 것이다. 물론 게이들만 갔던 곳은 아니다. 여성도 있었고 스트레이트 남성도 있었다. 하지만 로프트의 흑인 게이 비율은 기존의 클럽들에 비해 상당히 높았다. 때로는 백인 스트레이트 손님들이 소수가 될 정도였다고 한다.

일반 클럽에선 자신을 당당히 드러내고 놀 수 없었던 게이들은 로프트에서 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들에게 이곳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표현할 수 있는 해방구였다. 예를 들어, 남자와 남자가 키스를 하면서 춤을 출 수 있었다. 게이들 뿐만 아니라 드랙 퀸, 레즈비언, 그밖의 여러 사회적 소수자들이 로프트로 몰려들었다. 다른 클럽에서라면 ‘너 복장이 왜 이래?’라면서 입장이 거부됐을 사람들이 오히려 초대장을 받아 그들끼리의 파티를 즐겼다.

쉽게 말해, 로프트의 폐쇄적 출입 정책은 경제력과 성적 매력으로 사람에 점수를 매겨 몇 점 이상은 들이고 몇 점 이하는 들이지 않는다는 속물적인 손님 고르기가 아니었다. 소외된 사람들이 ‘그들끼리의’ 파티를 만든 것이었다.

뉴욕에서 게이들을 환대했던 또 다른 클럽은 생츄어리(The Sanctuary)라는 곳이었다. 프란시스 그라소라는 전설적인 디제이가 음악을 틀었던 이곳은 성 소수자 및 언더그라운드 성향의 독특한 사람들이 자신의 끼를 마음껏 뿜어낼 수 있는 곳이었다. 르 클럽 같은 폼 잡는 클럽과 달리 인종 및 경제력의 장벽이 낮았기 때문에 훨씬 다양한 사람들이 몰렸다.

전설적인 DJ 프란시스 그라소.

훗날 프란시스 그라소의 회상에 따르면, 흑인들과 게이들은 백인들과 스트레이트들보다 난해한 리듬을 잘 받아들였다고 한다. 예를 들어, 좀 더 아프리카적인 리듬을 틀면 흑인들과 게이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엄청 잘 놀았다는 것이다. 프란시스는 기존의 클럽 음악들보다 더 펑키한 음악들을 틀기를 원했고 이것이 생츄어리의 관객 성향과 맞아 떨어지며 놀라운 에너지가 만들어졌다. 기존 클럽들보다 훨씬 격하고 드센 에너지가 플로어를 꽉 채웠던 것이다.

1990년대에도 출입 정책은 클럽 씬에 큰 영향을 미쳤다. 르네상스, 크림 같은 일명 ‘슈퍼클럽’들이 대표적이다. 슈퍼클럽이란 1980년대 후반의 현상이었던 레이브에 대한 대안이었다. 레이브는 주로 허름한 창고나 항공기 격납고 같은 데서 열렸는데, 경찰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가건물에서 파티를 벌이곤 했던 형태를 일컫는다. 경찰을 피해야 했던 이유는 마약 및 공연 허가 문제 때문이었다. 레이브는 경찰을 따돌릴 배짱이 두둑한 언더그라운드 기획자들에 의해 열렸다. 그들의 공연이니 시설이 좋을 리가 없었다.

클럽에는 자기 나름대로의 출입정책이 있다.(사진: shutterstock.com)

그런데 레이브가 한창 유행하자 반대급부로 ‘고급스런’ 클럽에 대한 수요가 치솟는다. 레이브는 청바지 같은 편안한 옷을 입고 와 엄청 빠른 하드코어 음악에 땀이 흥건할 정도로 춤을 추는 문화였는데, 그들의 우악스런 춤과 땀 냄새 나는 광경에 질린 클러버들이 좀 더 고급스런 분위기를 원하면서 슈퍼클럽들이 각광을 받았다. 슈퍼클럽의 매니저들은 패션 감각 없는 손님들은 받지 않았고, 샴페인 같은 비싼 술을 팔았으며, 값비싼 시설을 갖춰 놓았다. 요즘의 강남 대형 클럽 같은 분위기랄까.

슈퍼클럽들이 레이브를 대체하면서 1990년대의 클럽 씬은 ‘청년 문화’ 혹은 ‘언더그라운드 문화’적인 색깔을 상당 부분 잃는다. 하지만 비주류적 색깔이 적어졌다고 레이브의 실종을 무작정 아쉬워할 것만도 아니었다. 레이브는 시간이 지나며 엑스터시를 먹고 광적으로 빠른 음악을 듣는 ‘스트레스 해우소’처럼 변해갔다. 눈이 멍하게 풀린 아이들이 어지러울 정도의 빠른 음악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광경들이 연출됐다. 이 시기에 마약중독자가 되어 인생이 망가진 아이들도 많았다. 간혹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 ‘위험한’ 분위기를 벗어나자는 것이 슈퍼클럽들의 모토이기도 했다. 무작정 나쁘게만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이처럼 출입 정책엔 단순한 ‘물 관리’ 이상의 의미들이 녹아 있다. 출입 정책을 알면 그 클럽이 보인다. 그 클럽이 시대를 대표하는 경우, 그곳이 대표하는 시대상까지도 읽을 수 있다. 출입 정책이야말로 그 클럽을 이해하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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