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자 ‘내 손으로’
집을 짓자 ‘내 손으로’
2016.01.13 10:43 by 김광일

인간이 결핍으로부터 벗어나는 법. ‘자력갱생’(自力更生‧남의 힘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어려움을 타파해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 일)의 삶. 골판지 공기청정기 탄생 비화를 통해 스스로 창조해 나가는 삶의 의미를 되새긴다. 

하우스푸어, 미친 전세값, 깡통주택… 최근 뉴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슈는 단연 집이다. 집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살아가는데 필요한 의식주. 인간 삶의 최소 30% 이상의 의미를 차지하는 집. 그래서 이번엔 집 짓는 이야기를 해보겠다.

얼마 전 대구에 갈 일이 있었는데 우연히 6개월 동안 스스로 집을 지었다는 지인을 만났다. 직접 집 짓기에 나선 위인이라니. 무척 반가웠다. 몇 해 전에 일본에 갔을 때 작고 꼼꼼하게 지어진 집을 보고 감탄한 나머지 작은 집 짓기 관련 책을 몇 권 읽었던 터였다. 그래서일까. 기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드디어 한국에도 손수 집 짓는 분위기가 무르익는구나’라는 생각에.

사실 원인을 따지고 보면, 높은 집값 때문이긴 하지만 그러면 또 어떠한가. 인간이 만든 것은 필요와 결핍에 의해서 이루어지니 어떤 이유라도 결과는 스스로 만든 집으로 이어지리라.

집 짓는 것.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큰 돈 들어가고 실패하면 데미지도 크다. 시공은 경험이 필요한데, 일반인이 처음 집을 짓는다는 건 결국 경험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대부분 전문 시공사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건축을 한다. 건축에 대해서 모르니 어디서 무엇을 절약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집 짓기 DIY에 성공한 지인과 하루에 두 번 미팅 끝에 귀를 쫑긋 세워 들은 노하우. 인터뷰 형식을 빌어 여기 고스란히 옮겨보겠다. 이를 통해 집 짓는 것이 어렵기만 한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거나, 나도 해 볼 수 있겠단 자신감을 얻거나, 혹은 그저 재미있겠단 기대감만 생겨도 대만족이다. 실제로 인터뷰 하는 내내 눈앞에서 직접 집을 짓는 것 같은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었다. 독자 여러분들도 같은 것을 느끼시길.

*건축법과 관련된 사항은 세심한 검증이 필요하니 일단 생략하고 추후 전문가의 의견을 검토해 추가하겠습니다. 참고로 25평 이하의 전원주택은 신고제입니다.

 

큰따옴표

우리나라는
도심에 작은 집을 짓기가
어려워요.

용적률, 건폐율 같은 까다로운 법규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보단 작은 자투리 땅이 없다는 게 더 크죠. 일본의 경우 15~30평대의 대지에 건축을 한 경우가 많은데 우린 그렇게 하고 싶어도 도심의 자투리 땅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초심자가 집을 지으려고 하면 일단 열심히 공부를 합니다. 그리고 종이에 다양한 건축 도면을 그립니다. 그냥 스케치 수준이지만 열심히 그리며 꿈을 꾸죠. 근데 그거 가지고 실제로 진행하면 100% 실패입니다. 도면을 대충 의도만 전해지게 그려놓고 설계전문가를 만나서 충분히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사실 도면보다는 배치계획이라고 해야 정학한 표현입니다. 방, 거실, 욕실 등의 배치를 말하죠. 그럼 건축 가능여부가 고려되고, 구체적인 시공도면이 나옵니다. 잊지 마세요. 시공도면은 반드시 전문가와 함께!

집 짓기 시공도면의 예(사진:shutterstock)

설계결정 후에는 이제 집터를 다듬습니다. 터에 틀을 만들어 콘크리트로 굳히는 작업, 일명 ‘터파기’라고 하죠. 집의 하중을 견디는 제반력 확보를 위한 것임으로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죠.

터파기 작업은 매트식을 추천합니다. 두껍게(최소 400mm 이상) 철근을 깔고 철사로 배근작업(철근+철사를 일정한 간격으로 묶어주는 작업)을 하는 방식이죠. 매트식은 돈이 조금 듭니다. 저렴하게 테두리만 콘크리트로 하는 방식도 있는데 비전문가가 잘못 할 경우 하자가 생길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집의 하중을 견디지 못하면 균열이 오게 되죠. 집이 무너질 수도 있단 얘깁니다.

자 이제 골조작업입니다. 철골조로 뼈대를 세우는 거죠. 주의할 점은 설계할 때 ‘철골도면’을 반드시 그려달라고 해야 합니다. 약식도면으로 저렴하게 하다 보면 빼먹을 수 있는데 이게 없으면 나중에 하자 발생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집니다. 작업이 지연되고 재시공 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건축비 상승을 부르죠.

2층집을 지을 경우, 1층은 튼튼한 H빔으로 시공해야 한다. H빔은 1톤 당 80만원 정도.

우리는 보통 2층집을 원하죠. 그러면 1층은 튼튼하게 H빔으로 시공하고 2층은 경량철골을 사용하면 됩니다. 단층은 그냥 경량철골로 시공해도 되고요. 적합하게 재료와 시공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비용을 아끼는 지혜죠.

여기에 ‘각관’(각파이프)으로 추가작업을 하는데요. 각관은 흑/백관이 있습니다. 흑관은 철로 구성되어 있고 녹이 슬 수 있습니다. 백관은 아연도금을 해서 부식에 강합니다. 습하고 더운 한국에서는 당연히 백관을 사용해야죠. 집은 한번 지으면 최소 30년 정도는 사용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서 중국산 백관을 사용해도 됩니다. 단, 안전을 위해서 한치수 두꺼운 것을 사용하면 좋겠죠. 2.4T에서 2.9T로 변경하면 제법 튼튼합니다.

습하고 더운 한국에선 아연도금으로 부식에 강한 백관을 사용하는 게 좋다.

다음 순서는 지붕입니다. H빔과 C형관을 용접하는 일명 ‘하지작업’을 해야하는데, 용접… 이게 사실 조금 어렵습니다. 누구나 연습 하면 직접 할 수 있긴 한데, 높은 데서 작업할 땐 또 얘기가 달라지죠. 그래서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높은 곳에서 어정쩡한 자세로 용접하는 건 평지에서 작업하는 것과 차이가 크거든요.

창문 들어갈 곳도 용접을 해야 하는데, 창호(창문)가 워낙 무겁기 때문에 작업할 때 하중을 받는 부분은 반드시 튼튼하게 보강 작업을 해야 합니다. 이건 비용상승 요인이 되는데, 감수해야죠. 하중을 견뎌야 하는 이유, 말 안 해도 아시잖아요.

창문 작업 시에는 창호 무게를 견딜 수 있게 보강작업을 튼튼히 해야 한다.

조금 어렵죠? 사실 철골작업까지는 전문가가 하는 것이 좋습니다. 위험하고, 힘들고, 전문성을 요하는 부분이니까요. 부탁할 건 부탁해야죠.

다음 단계로 판넬작업, 즉 벽을 만듭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발품을 팔면 팔 수록 저렴한 판넬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 전국적으로 검색을 하고 가격과 품질을 비교하면 최고의 가성비 제품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이 재미도 있죠. 자재를 알아가는 재미 말입니다. 판넬 구매 시 운반비용도 고려해야 합니다. 공급자가 건설 현장과 멀어질 수록 운반비가 늘어날 수 있거든요.

이제 집 껍데기가 완성되었네요. 말로 집을 짓다 보니 진행이 빠릅니다! 실제로 이렇게 할 수 있다면, 정말 신나겠네요.

기초 내장작업을 해봅시다. 지금까진 좀 어려웠지만, 이 부분은 정말 스스로 할 수 있어요. 우선 공사계획을 세우고 전문가에게 약간의 컨설팅을 받고(기껏해야 질문답변이죠.) 공사를 시작합니다.

작업을 용이하게 하는 ‘비계’. 설치비용은 25평 시공 시 100~200만원(사용기간 1개월)

노하우 하나를 알려드릴게요. 바로 ‘비계’(작업이 용이하도록 건축물 내외부에 틀을 만드는 작업)를 설치하는 겁니다. 이것 유무로 인건비가 1.5~2배 정도 차이가 나요. 일견으론, 시공 후 철거하기 때문에 비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비계 없이 시공하면 그만큼 어렵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건축에서 시간은 곧 돈이니까요. 잊지마세요. 비계!(단층이라도 꼭 설치해야 합니다.)

어느덧 외장마감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방수와 단열이 중요하죠. 방수문제가 걱정이 되면 이 부분 작업은 전문가에게 의뢰해도 됩니다. ‘결로’도 조심해야 합니다. 결로는 내외부 온도차이로 인해서 이슬이 맺히는 건데요. 이는 나중에 곰팡이로 인한 피해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해결책은 단열을 잘하는 것. 단열을 잘하면 난방비도 아끼게 되니 꼼꼼히, 그리고 과감히 투자하세요.

최근 외장마감은 ‘징크판넬’이란 걸 많이 사용하는데 비용도 저렴하고 깔끔하며 내구성도 좋다. 목재나, 석고보드, 철을 사용하기도 한다.

싱크대도 한번 설치해 봅시다. 유명회사 제품은 비용이 좀 나갑니다. 이럴 경우 사진이나 검색을 해서 자료를 준비한 후 개인 제작업자를 만나 동일하게 만들어 달라고 하면 정말 똑같이 만들어 줍니다. 당연히 비용은 낮아지죠!

싱크대는 개인 제작업자에게 유명회사 제품 사진을 보여주고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하자!

이제 배관작업입니다. 수도/배수관 배관과 난방배관 작업을 합니다. 우선 난방배관부터 말씀 드릴께요. 주택난방을 위해서는 바닥 배관작업을 해야 합니다. 배관의 종류는 다양하죠. 동관이나 엑셀파이프 배관을 하는데요. 10년 후 리모델링을 각오한다면, 그냥 엑셀파이프로 배관을 하세요. 큰 문제는 없습니다. 굳이 비싼 동관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주택난방을 위한 바닥 배관작업 과정

보일러실은 보통 주택 외부에 설치합니다. 내부에 설치할 경우 환기불량 시에 일산화 탄소로 큰 일 치를 수 있습니다. 보일러실은 반드시 판넬+콘트리트+타일 작업을 합니다. 판넬만 사용하면 나중에 부식될 수 있습니다. 보일러에서 나오는 유독가스로 부식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보일러실은 환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주택 외부에 설치해야 한다.

자, 이제 마루시공입니다. 보통 강마루를 추천합니다. 강마루는 평당 8만원 정도(2015년 기준) 합니다. 접착식인 강화마루(6만원/평)는 조금 더 저렴하고요. 마루는 직접 시공할 수 있습니다. 시공법은 인터넷에 많이 나와있고요. 전기시공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낫겠네요. 충분히 공부해서 안전시공 방법을 잘 알고 있다면 직접 해도 무방합니다.

비용을 나누고 인력을 모아서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하면, 스스로 집 짓기는 결코 꿈이 아니다. 실제로 최근 협동조합을 만들어 땅콩집이나 빌딩을 건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자, 이렇게 완성입니다!
비닐하우스가 아닌,
진짜 ‘집’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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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요. 많이 배우셨나요? 집 짓기. 당연히 어렵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한 단계도 물론 있고요. 하지만 관심과 열정이 있다면 스스로 해 낼 수 있습니다. 관련 서적도 굉장히 많습니다. 방법은 다양하니 여러분도 한 번 도전해 보시죠. 저도 곧 도전하려고 합니다.

자력갱생 프로젝트 – 스스로(?) 집 짓기 편 이었습니다!

P.s 사실 진짜로 혼자 집을 지어낸다면 그건 ㅇㄱㅇㄴ 입니다.
*ㅇㄱㅇㄴ (인간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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