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이 이끈 여정, 그들은 왜 엘도라도를 꿈꿨나’
‘좌절이 이끈 여정, 그들은 왜 엘도라도를 꿈꿨나’
‘좌절이 이끈 여정, 그들은 왜 엘도라도를 꿈꿨나’
2016.01.27 10:05 by 이국재

세계적인 축구선수를 꿈꾸며 스페인을 찾은 이정준(18)군과 자식의 꿈을 위해 뒤늦게 이민 짐을 쌌던 열혈아빠 이국재 대표(월드스포츠매니지먼트‧WSM)의 스페인 정착기. 스페인 현지에서 전해주는 그들의 꿈, 이민, 축구, 그리고 가족 이야기를 만나본다.

축구의 본고장 스페인. 그 중심에서 희망을 위해 뛰는 이정준 군과 그의 가족들을 소개합니다. 

지난해 연말, 반가운 손님이 스페인을 찾았습니다. 한 때 ‘국산폭격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활약한 골잡이였고, 현재는 프로축구팀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수장을 맡고 계신 김도훈 감독님입니다. 비시즌을 맞아 스페인 축구를 참관하기 위해 방문한 것인데요. 방문 기간 중 열리는 프리메라리가 경기와 각 구단의 훈련등을 빠짐없이 관전했습니다. 현재 스페인 성인리그에서 선수로 활약중인 정준이가 통역을 맡기도 했는데, 비록 짧은 일정의 방문이었지만 정준이도 김도훈 감독님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합니다. 이번 스페인 방문이 김도훈 감독님의 앞으로의 행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랜만에 김 감독님을 뵈니, 그의 환상적인 오버헤드킥 데뷔골이 생각나네요.(웃음)

이국재 대표(왼쪽)과 김도훈 감독. 김 감독은 국가대표 활약시절 경기당 0.41골을 기록했는데, 역대 이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던 선수는 차범근과 황선홍 뿐이었다.

우리 가족이 어떤 연유로, 대한민국의 레전드를 여기 머나먼 타국에서 맞이하게 됐을까요?
오늘은 그 얘기를 하려 합니다.

“시계를 40년 전으로 돌려보죠.”

제 어린 시절은 그야말로 땀내 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태권도를 접한 이후로는요. 마치 편의점처럼 운동했죠. 1년 365일. 설날도 크리스마스도 없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친구도 학교생활도 없었어요. 당연히 추억도 없고요.

그렇게 좋았냐고요?

아뇨. 기합과 얼차려가 무서워서였죠. 매일 엉덩이가 붓도록 맞고 또 맞고… 당시에 운동했던 선수들은 아마도 그게 일상이었을 겁니다. 그때 생긴 악과 오기가 근성으로 승화됐으니, 감사한 측면도 있네요.

일화를 하나 들려드리죠.

초등학교 6학년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대회를 준비 중이었죠. 그런데 갑자기 복통으로 쓰러져 그 즉시 병원에 실려 갔어요. 병명은 급성맹장염. 이후 제대로 몸도 추스르지 못한 상태로 대회에 나갔고, 통증으로 울면서 경기를 뛰었습니다. 그 대회에서 우승을 했고요.

이국재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촉망받는 꿈나무였다. 소년체육대회, 전국체육대회 등에서 탁월한 실력을 뽐내며 대학 특기생의 꿈을 꾸었다.

부정입학, 판정비리. 대한민국 학교 스포츠 병폐에 울다

대학에 진학하고, 국가대표가 되고,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따고. 그렇게 선수로서 성공신화를 써내려 가는 줄 알았는데… 허무하게 선수생활을 마감했습니다. 제가 스카우트 될 대학에 갑자기 다른 선수가 들어 온 거죠. 부정입학 비리가 명백한 상황이었지만, 어쩌겠습니까. 당시 우리 집은 굉장히 가난했었는걸요. 아직도 한국에는 이런 상황에 직면한 운동선수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이후 공부란 걸 처음 해봤습니다. 학교생활의 9할을 운동만 했으니, 그럴 만도 하죠.

문턱 밟아본 적도 없는 입시학원을 다니고, 두 세 시간만 자며 입시 준비를 했죠. 운(?) 좋게 대학 체육교육학과에 진학을 하였고, 졸업 후엔 모교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어요. 1년에 수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만큼, 훌륭한 제자들과 함께 했지만 이 또한 평탄치만은 않았어요.

이번엔 판정비리였죠. 한 차례 비리의 피해자로 아픔을 겪었던 터라 이를 악물고 맞섰어요. 정면으로 강하게 대응했죠. 그러다 눈 밖에 났습니다. 체육회와 교육청으로부터 미운 오리새끼가 되고, 결국 학교에서 해고당했습니다. 웃기는 건 나중에 판정비리가 인정되면서 복직했다는 거예요. 그 사이 나와 가족이 겪었던 고통은 사과 한 마디로 유야무야됐죠.

이국재 대표는 “어느 스포츠 분야도 심판들의 판정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귀띔했다. (일러스트: Diego Schtutman/shutterstock.com)

추억 없는 학교생활, 잦은 얼차려, 부정과 비리. 운동하면서 온갖 마음고생을 다 했는데…

운명의 장난일까요? 아들 녀석도 어느새 그 길 위에 있었죠. 축구에 꽂혀 있더라고요. 제법 잘 차는 것 같기도 했고요.

이정준 군의 유년시절. 아버지의 운동신경과 근성을 빼다 박았다고 한다.

정준이가 학교 대표로 데뷔전을 치른 날이 기억나네요. 초등학교 4학년 때였습니다. 그게 준결승전이었는데, 동점 상황에서 (그림 같은)결승골을 넣어버리는 겁니다. 소름이 끼쳤어요. 그 시합이 있고 얼마 후 근교 축구부가 있는 학교에서 코치 선생님이 찾아오셨어요. 전학을 권하셨죠. 이후 몇 번의 면담이 더해지고, 우린 정준이를 그 학교로 전학시키기로 했죠. ‘이제 진짜 축구 선수가 되는 구나’하는 마음에 온 가족이 기대와 희망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축구에 대한, 특히 한국의 학교 축구에 대해 너무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걸 느낀 순간…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무조건 이겨라’ 성화에 멍드는 동심

어느 날 연습경기를 뛰는 정준이를 보러갔는데, 공이 오면 눈을 감고 피하더군요. 세 살 때부터 공을 차던 아이였어요. 처음엔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다그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했는데, 후에 내가 얼마나 한심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무조건 이기기 위한 축구, 이기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교육법. 부모가 보는 앞에서도 자행되는 체벌과 구타, 온갖 욕설들이 난무한 훈련장과 경기장. 이 속에서 아직 가치관이 여물지 않은 어린 아이는 큰 충격을 받았던 겁니다. 이미 정준이의 멘탈은 붕괴되어 있었습니다.

“공이 내게 왔을 때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경기가 끝나고 매를 맞거나 형들에게 욕을 먹는다. 그때부터 공이 무서워졌다.”

정준이가 고백하더군요. 정준이는 이를 이겨내지 못했어요. 몇 개월 만에 축구선수의 꿈을 포기하고 전에 다니던 학교로 돌아와야 했죠. 마치 제가 태권도를 포기했던 것처럼요.

학교 축구부에 적응하진 못하고, 꿈을 잃을 위기에 처했던 이정준 군.

하지만 십 년 간직한 마음이 어디 그리 쉽게 바뀌나요…

정준이는 학교만 가면 매일 밤늦게 돌아왔어요. 주말에도 나가선 함흥차사였죠. 어느 날 ‘도대체 뭘 하나’ 찾으러 다녔는데, 친구들이랑 공을 차고 있는 겁니다. 축구를 내려 놓지 못한 거죠.

“너 아직도 축구를 하고 싶니?”

“네, 너무 하고 싶어요. 아빠.”

마치 묻기를 바랐던 것 같은 대답.

그때 생각했습니다.

‘정준이가 펼치고 싶은 기술을 마음껏 펼치는 곳. 실수를 해도 욕하거나 때리지 않고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주는 곳. 실력 있는 아이들이 돈이나 연줄로 피해 받지 않는 곳. 공부도 하고 추억도 쌓으며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곳. 그런 환경을 갖춘 곳으로 가자!’

그렇게 첫 번째 유학길에 나섭니다.

호날두의 나라, 포르투갈이었습니다.

그래 떠나자. 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다음이야기 한인회가 축구 에이전트를? 돈벌이로 전락한 조기유학 브로커 천태만상.
‘꿈을 볼모 잡힌 아이들, 축구 조기유학의 현주소’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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