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강의 선물_이집트의 지리
나일강의 선물_이집트의 지리
2016.01.27 13:55 by 곽민수

파피루스 기록물을 통해 고대 이집트인들의 생활상을 그렸던 ‘고대 이집트 엿보기’. 이제 그 현장으로 직접 가본다. 이집트 연구가 곽민수의 두 번째 연재물 ‘고고학자와 함께하는 이집트 유적 기행’은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이집트의 매력을 소개하고, 현지 유적을 통해 5000년 전 역사속 세계로 초대한다.

투탕카멘, 람세스 2세 같은 이집트 왕들의 무덤은 피라미드가 아니다? 본격적인 여정에 앞서 살펴보는 고대 이집트의 역사

지난 회에서 개략적인 역사적 배경을 살폈으니, 이제는 이집트가 어떠한 모양새로 놓여있는가를 이야기할 차례입니다. 다시말해 이집트의 지리적 배경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집트의 지리를 이해하기 위한 첫 번째 키워드는 바로 '나일강'입니다. 

중앙아프리카의 빅토리아 호수와 아비시니아 고원에서 시작돼 지중해에 이르게 되는 나일강은, 지중해로 빠져나가는 최후의 관문인 이집트 지역에 ‘위대한 고대문명’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안겨주었습니다.

기원전 5세기의 인물인 헤로도투스(Herodotus). 역사학자, 지리학자 혹은 인류학자로 명성이 높지만 동시에 허풍쟁이라는 악명도 갖고 있는 그가 유명해진 건, ‘이집트는 나일강의 선물’이란 멋들어진 표현 덕분이었죠. 사실 이 표현은 그보다 이전 시대부터 있었던 레토릭을 가져다가 쓴 것이기는 하지만 군더더기 하나 없으면서도 아주 정확하고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최고 수준의 카피입니다. 그의 표현대로 어떤 이들은 존경을 표하였고, 또 다른 이는 한 없이 부러워하였던 찬란한 이집트 문명은 나일강의 은혜로 위대한 업적을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이집트인들도 이런 나일강의 축복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었기에 나일강을 ‘하피(Hapy)’라는 신으로 신격화시켜서 숭배하기도 하였습니다.

사막과 나일강변의 분명한 대조를 확인할 수 있는 이집트의 위성사진 (출처: 구글어스)
나일강을 상징하는 하피신: 멤논의 거상이라 불리는 아멘호테프 3세의 거상 측면 부조 (출처: 곽민수)

해매다 여름철이면 일어나는 나일강의 범람은 다른 강들의 범람과는 다르게 거의 항상 예측이 가능한 범위에서 일어났으며, 나일강 주변으로 펼쳐져있는 경작지에 매년 상류로부터 기름진 흙을 가져다주어 이집트인들은 큰 노력 없이도 양질의 곡물을 수확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규칙적인 리듬은 이집트인들의 시간 관념에도 큰 영향을 끼쳐 이집트인들은 나일강의 리듬에 따라 만들어진 날짜 시스템을 갖고 있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달력은 세 계절로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첫 번째 계절은 아케트(Akhet)라고 불렸는데, 이 계절은 나일강이 범람하여 이집트 전역이 홍수에 잠기게되는 ‘홍수의 계절’입니다. 오늘날 사용하는 달력으로는 대략 6월에서 9월에 이르는 기간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10월에서 1월 사이에 페레트(Peret)라고 불리는 계절이 이어집니다. 이 시기는 범람했던 나일강 물이 다 빠지면서 토지가 새롭게 생명력을 얻게 되고, 그렇게 비옥해진 토지에 농부들이 씨앗을 뿌리며, 이 씨앗들이 자라나는 ‘생장의 계절’입니다. 마지막 계절은 셰무(Shemu)라고 불립니다. 현대의 달력으로 2월과 5월 사이에 해당하는 이 시기는 태양신 ‘라’의 축복을 받으며 자라난 작물들을 거두어들이는 ‘수확의 계절’입니다.

나일강은 이집트 전역을 연결하는 효율적인 교통로도 제공하였습니다. 지중해 쪽에서 불어오는 북풍은 배의 돛만 펼치면 빠르게 남쪽으로 이집트인들을 데려다 주었고, 다시 북쪽으로 뱃머리를 돌릴 때에는 돛은 접어둔 채 키만 조정하면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나일강의 흐름이 원하는 목적지까지 별 어려움 없이 그들을 인도하였습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예로부터 삶의 기반이었던 이 나일강 유역을 따라 전 국토를 상ㆍ하 이집트 두 지역으로 나누어 이해하였습니다. 상(上)이집트(Upper Egypt)는 이집트 남부의 나일강 계곡 지역, 다시말해 나일강 상류지역을 의미하며, 하(下)이집트(Lower Egypt)는 이집트 북부 나일강 하류의 삼각주 지역을 의미합니다. 오늘날의 수도 카이로와 이집트 제 2 의 도시 알렉산드리아, 그리고 거대한 피라미드들이 세워져 있는 기자나 사카라는 하(下)이집트에, 신왕국 시대에 가장 번성었던 룩소르, 그리고 룩소르와 더불어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아스완과 아부심벨 등은 모두 상(上)이집트에 포함됩니다.

상이집트의 나일강: 룩소르 지역 (출처: 곽민수)
하이집트의 나일강: 카이로 지역 (출처: 곽민수)
나일강 하구: 로제타 지역 (출처: 곽민수)

이집트를 둘로 구분하는 것은 단순히 지리적인 구분법에 그치지 않고 사회-문화-정치적인 의미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최초의 파라오가 두 이집트를 통일 한 후에 새롭게 건설한 수도가 삼각주 지역의 꼭짓점, 다시 말해 상ㆍ하의 경계인 멤피스(Memphis)에 세워졌던 만큼 상ㆍ하 이집트의 구분은 정치적으로 이집트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집트 전역을 지배했던 파라오들은 어김없이 ‘두 땅의 지배자(Neb-tawy)’라는 칭호를 갖고 있었으며 그들이 썼던 왕관은 상ㆍ하 이집트의 왕관을 합쳐놓은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 왕관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이집트에는 상ㆍ하 이집트 구분 이외에 또 한 가지 무척이나 중요한 지리적인 구분이 존재합니다. 이 두 번째 구분은 이집트를 둘러싸고 있는 사막과 그 사막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나일강이 만들어놓은 자연경관의 차이에서 기인합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그들이 살아가는 나일강 유역의 비옥한 지역을 ‘검은땅(Kemet)’이라 부르며 찬미하였고, 그 검은땅 너머에 있는 황량한 ‘붉은땅(Deshret)’은 죽음과 동일시하며 파괴와 혼돈의 신인 세트(Seth)의 땅으로 믿었습니다. 고대 이집트 문명은 상ㆍ하 이집트로 구분된 검은땅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이 붉은땅과 투쟁해온 30 세기 동안의 드라마입니다.

‘검은 땅’과 ‘붉은 땅’이 분명하게 대조되는 룩소르 서안의 위성사진 (출처: 구글어스)
‘검은 땅’과 ‘붉은 땅’이 분명하게 대조되는 룩소르 서안의 풍광 (출처: 곽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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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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