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얘기 들었니
배 불룩해서 다니던 그 여자 말야
남편이 있다는데 코빼기도 안 보였지 아마
혼자서 배 내밀고 이래이래 다니는 걸 보니 안쓰러웠는데
요새는 그 여자도 안 보이대 글쎄
남편이 말도 못하는 놈이었다지
집에만 들어오면 허구헌날 지 마누라를 두들겨패고 돈 뜯어가고
그것도 모자라서 딴 여자를 데리고 들어오질 않나
그 불한당 같은 놈이 집에 들어오는 날이면
그 여자 우는 소리가 우리집까지 들려오더라니까
그런 놈팽이를 남편이랍시고
도망 안 가고 같이 산 거 보면 그 여자도 참 대단하지
얼굴은 다 죽어가면서도 그래도 꼬박꼬박 집청소하고
남편 밥 해먹이고 뒷바라지하고
내 딸이었으면 당장 끄집어냈을 거야
그런데 남편이란 놈이 돈은 안 벌어다주면서
씨는 잘 뿌렸던 모양이야 그 여자 배가 점점 부풀어오르더라고
그때부터였나
남편이 집에 발길을 끊게 된 건
아이를 낳지 말라고 했다지
내 아이가 맞냐고 이 뭐 같은 년 뭐 같은 년 하면서
알잖아 맨날 하는 소리들
그 여자는 아이를 낳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야
듣기로는 남편이 화가 풀릴 때까지 남편이 아이를 반길 때까지 아이를 사랑할 수 있을 때까지 내가 좀 더 잘 할 때까지 내가 좀 더 잘 할 때까지
아이를 속에 품고 있겠다고 했다던데
그렇게 아이는 그 여자의 뱃 속에서
아버지가 허락할 때까지 아버지가 돌아올 때까지 아버지가 웃어줄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이게 뭐하는 짓이야 애한테
그렇게 아이는 태어나지 못하고
애미애비 눈치만 보면서 살아있었다고 하지
그 여자는 한파가 몰아치던 어느 날
어느 길가에서 발견됐고 말야
그 여자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