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엔 야독(夜讀), “북티크에서 책과 놀아요”(전편)
불금엔 야독(夜讀), “북티크에서 책과 놀아요”(전편)
불금엔 야독(夜讀), “북티크에서 책과 놀아요”(전편)
2016.02.03 16:47 by 강연우

“동네서점은 오래 사귄 친구의 집과 같다.” (작가 피코 아이어)
친구의 집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전국에 남은 서점 1624곳(2013년 기준), 10년마다 4곳 중 1곳이 문을 닫는다. 이런 ‘종이책 멸종 시대’에 살아남은 동네서점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눈물 나는 분투기와 훈훈한 사람 냄새가 함께하는 그곳. 동네서점의 문을 열어본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계룡문고 이동선 대표가 눈시울을 붉힌 이유는? 이대표의 유별난 책 사랑과 지역사랑.

불타는 금요일 밤 12시, 유흥가의 현란한 불빛과 휘청거리는 주객들의 실루엣이 떠오르는 그 시각. ‘누군가 서점에서 책을 읽고 있다’는 제보를 입수했다. 이 야심한 시각, 그것도 불금에 독서를? 의심의 눈초리로 찾은 곳은 논현역 6번 출구. 몇 발자국 뒤, 노란 시계모양의 ‘북티크’ 간판이 보였다. 빨려 들어가듯 내려간 지하 2층 바닥에서 의미심장한 문구가 기자를 맞았다.

‘KEEP CALM AND READ A BOOK’

서울시 강남구 학동로 105 제이빌딩 지하 1층. 강남 한복판에 20년 만에 생긴 도심 속 동네서점. 올해로 오픈 2년째를 맞았다. 밤을 새서 다 같이 책만 읽는 심야서점을 비롯해 북콘서트, 독서모임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돼 있다. 트레이닝 받은 리더가 주관하는 독서모임은 입문자도 쉽게 참여할 수 있어 인기다. 최근 ‘책 읽지 않는 것’을 사회적 문제로 여기고, 책 권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사회적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북티크 입구

“나 그냥 가도 되지? 너희 커피 만들고 다 할 줄 알지?”

회색 양복의 박종원 대표(34, 북티크)가 수염을 만지며 웃었다.

“네, 그럼요! 그냥 가셔도 괜찮아요.”
“아시잖아요. 알아서 잘 해요!(웃음)”

응? 이게 책방 주인과 손님들의 대화인가? 언뜻 누가 손님이고 주인인지 모를 정도. 그만큼 친근하고 편하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다른 손님들도 껄껄 거리며 따라 웃더니 계산대 주변으로 옹기종기 모였다. 지난 8일 자정, 야심한 시각이지만 도심 속 책쟁이들의 아지트는 여전히 북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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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 지겨우면 이렇게 수다도 떨죠”

대학생 김동건(28)씨는 작년 6월부터 북티크 단골이 됐다. ‘독서삼매경에 빠져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서점 방문이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매주 월요일에 있는 독서모임이 원동력이 됐는데, 모임 회원들에게 금요일 밤마다 북티크 심야서점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심야에도 발을 들였다. 또 다른 의미의 ‘불금’이다.

북티크 단골이 되었다는 김동건씨(28)

반년 간 매주 한 두 번씩 꼬박꼬박 만나다보니 서로 얼굴도 트게 됐다. 이젠 다 같이 모여 농담도 주고받을 정도. 김씨는 “이렇게 떠들다가도 다시 책 읽을 땐 조용하다”며 “북티크 만이 가진 책 읽기에 최적화된 공간 덕분”이라고 말했다.

북티크의 가장 큰 특징은 높은 천장. 지하 2층에 달하는 높이가 한 층으로 뚫려 있다. 적당히 밝은 조명도 책읽기엔 안성맞춤이다. 오래 앉아 있다 해서 지겨울 일도 없다. 소파, 의자, 무릎 높이의 스탠드 등 취향을 고려한 책읽기 장소가 눈에 띈다. 집중을 방해하는 소음은 차단돼 있다.

“도심에 이렇게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 잘 없잖아요. ‘북티크’에는 오로지 책에만 집중할 수 있는 묘한 분위기가 있어요”(김동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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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티크 전경

매주 금요일 밤 10시, 다른 가게들의 불이 꺼질 때, 북티크 조명은 밝아진다. 매주 10명 이상 꾸준히 심야서점의 문을 두드린다. 퇴근길에 들른 직장인부터 가방을 맨 대학생까지, 입장료만 내면 누구나 심야서점의 손님이 될 수 있다. 편안한 분위기의 클래식 음악과 박 대표가 직접 내려주는 커피 향기는 덤이다.

세 시간째 혼자 책을 읽고 있다는 직장인 최수진(30)씨는 북티크를 ‘도심 속 오아시스’로 표현했다.

“사실 오늘 처음 와봤어요.(웃음) 심야에 하는 서점은 파주에 있는 ‘지혜의 숲’ 밖에 몰랐는데 SNS를 통해서 북티크를 알게 됐어요. 심야서점에서 책 읽어주시는 영상을 봤거든요. 직접 와보니 조용하고 정말 좋네요. 앞으로 계속 이용하게 될 것 같아요.”

최수진씨(30)는 북티크를 '도심 속 오아시스'로 표현했다.

심야서점은 해외에서 먼저 생겼다. 3-4년 전 대만과 베이징에 생긴 ‘청핀서점(誠品書店)’과 ‘싼롄타오펀(三聯韜奮)’이 시작이다. 밤을 잊은 올빼미 족을 겨냥했다. 지역민과 관광객들에게 입소문이 나자 심야서점은 금세 명소가 됐다. 기사를 접한 박 대표는 우리나라에도 심야서점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다른 나라에 심야 서점이 많다는 기사를 계속 접했어요. 마침 서점 오픈을 계획할 때랑 시기가 맞아서 ‘우리도 시도해볼만하겠다’ 했죠. 정말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와서 책을 ‘즐기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심야서점이 대표적으로 그런 공간이에요”

대만의 심야서점 ‘청핀서점(誠品書店)’ (사진:Young Juan/flickr.com)'

북티크의 심야서점은 책을 읽는데서만 끝나지 않는다. 새벽 두 시면 한 두 사람씩 눈을 비비면서 모인다. 서점 안의 모든 사람들이 둘러앉아 입을 열면 금세 심야책방 ‘토크모임’이 꾸려진다. 정기적이진 않지만 자발적인 참여로 모임이 이루어진다는 게 장점. 대화 주제는 물론 책이다. 박 대표는 “졸리기 시작하면, 한 명이 먼저 ‘편하게 이야기나 하자’면서 시작한다”면서 “이를 통해 이뤄지는 대화 주제는 당연 책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종원 북티크 대표

안 읽고는 못 배길 걸, 북티크의 추천 도서!

추천책01

<한스 라트,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나 신이야 상담 좀 해줘” 정신과 의사를 찾아간 자칭 신의 재밌는 상담 이야기. 입문 독자도 충분히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면서 읽을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다.

추천책02

<대니얼 키스, '빵가게 찰리의 행복하고도 슬픈 날들'>

IQ 70에 30살 주인공이 뇌수술로 IQ 180이 됐다. 몰랐던 걸 알게 된 주인공은 주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에게 ‘더 똑똑해지면 더 행복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절판된 책.

다음이야기 북티크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 ‘심야서점’은 빙산의 일각이다! 달력에 빼곡히 들어찬 북티크의 느낌 있는 이벤트들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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