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는 눈,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2016.02.05 17:00 by 시골교사

임신‧출산 등으로 학업이 중단되는 여학생들을 수수방관하지 않는 나라 독일. 그들은 어떻게 여성의 잠재력과 경쟁력을 지켜나갈까?

큰 딸은 깡마른데다 몸도 약하다. 그런데 학창시절 동안 누군가에게 놀림을 당했다거나, 맞고 들어온 적이 없었다. 독일에서 유치원 시절부터 배운 ‘독특한 가르침’ 때문일 거다.

 

| 동양 꼬마, 독일 유치원에 가다.

독일에 온지 일주일 만에 큰 딸은 유치원에 다니게 됐다. 사실 이만저만 걱정되는 일이 아니었다. 말 한 마디 못하는 동양 여자애. 혹시 놀림을 받진 않을까? 화장실은 잘 찾고, 음식은 잘 먹을까? 주변 어른들은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빨리 적응한다”며 격려했는데, 그 분들 말씀이 옳았다. 큰 아이는 부모보다 더 빨리 말을 배웠고, 유치원 음식도 잘 먹었다. 밝고 둥글둥글한 성격 덕분에 같은 반 아이들과도 잘 지냈다. 유치원에서도 아이의 적응상태를 살피면서 한 발, 한 발 내디딜 수 있도록 도왔다.

큰 아이의 유치원 생활 모습. (사진:시골교사 제공)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순차적으로 적응시키는데 일주일 정도가 필요했다. 첫날은 아이와 함께 그곳 유치원에서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한 시간 정도 지켜봤다. 다음날은 두 시간을, 그 다음날엔 혼자서 보게 했다. 이런 과정을 겪은 후 아이는 유치원에서 하루 종일 혼자 지낼 수 있게 됐다. 뭣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한 유치원 생활이건만, 별 탈 없이 잘 적응해 준 큰 딸이 고맙고 대견스럽다.

독일의 부모들이 유치원에 들어가는 자녀에게 꼭 해주는 말이 있다.

"다른 친구가 너를 치면 너도 똑같이 쳐라"

(사진:Sunny studio/shutterstock.com)

유치원 교사들 역시 남학생이 머리채라도 잡아당기면 피해를 당한 아이에게 똑같이 하라고 시킨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몸소 배우는 거다. 남이 때리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남을 때리면 똑같이 당한다는 것을. 어떻게 보면 약간 매정하게 들리기도, 살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를 언제까지 따라 다니며 지켜줄 수 없다. 문제가 생겼을 때 능동적으로 자기방어를 하다 보면 문제 해결력도 생기고, 상황에 맞게 대응하는 요령도 익힐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차츰 부모로부터 정서적인 독립이 이뤄지는 것 같다. 

구타나 왕따 가해자에게도 유익한 가르침이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로 돌아온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배우기 때문에 함부로 상대방을 괴롭히지 않게 된다. 독일 부모들 역시 이런 부분에 대해 서로 공감하기 때문에, 누가 누굴 때리고, 맞받아치고 하는 일로 시비 트는 일이 없다.

독일은 ‘눈눈이이’ 조기교육의 나라다.

 

| 친구는 찐하게 사귀어라

독일 유치원 아이들의 노는 방식은 참 독특하다. 꼭 친구 한 명을 정해서 일대일로 논다. 그러다 친해지면 그 친구 집에 가서 놀고, 더 친해지면 그 집에서 먹고 잔다.

독일 유치원 생활은 그렇게 일주일에 한 번씩 자기 집과 친구 집을 번갈아 가며 함께 놀고, 먹고, 자는 생활의 반복이다.
사실 이런 관계 맺기는 부모의 수고와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데려다 주고 데려오고, 먹이고, 재우고, 그리고 함께 놀아주는 일까지. 다 부모의 몫이다. 아이가 둘인 내가 그런 문화에 맞추려면? 거의 매일 아이들과 친구들을 평상시보다 일찍 유치원에서 데려와야 하고, 친구 집에 가서 아이를 찾아와야 한다. 이것은 나에게 색다른 문화였고, 따라 하기 귀찮은, 또 하나의 일거리였다.

그런데 독일 부모들은 이 일을 부모의 당연한 역할로 여긴다. 아이들이 한 명의 친구를 사귀되, 아주 가깝고 친밀하게 사귀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고 돕는다. 자칫 부모가 이 일에 소홀하게 되면 아이는 또래집단에서 고립되기 십상이고 사회성을 기르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골교사_2_이모저모

독일교육 이모저모

‘넓게 보단 좁고 깊게’

독일 교육은 친구를 사귀는 것과 비슷합니다. 넓게 보단 좁고 깊게 가르치죠. 자연수업을 예로 들어볼까요? 초등학교 자연시간은 교과서가 따로 없어요. 교사 재량으로, 학습 주제를 교사가 정하죠. 그렇게 정해진 주제에 대해 학습지가 준비되고, 학생들은 한 달 가량 그 주제만 공부하게 된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면 해당하는 주제에 관한 50~60장의 학습지가 아이들의 파일철에 차곡차곡 쌓이게 되죠. 어느 날, 큰 아이가 자연시간에 곡물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는데요. 가지각색의 곡물을 그리는가 싶더니, 씨 뿌림, 성장, 수확 등을 배우고 있더라고요. 그 곡물을 가지고 만들 수 있는 음식과 곡물에 포함된 영양소 등도 학습지의 빈 공란을 채워가며 꼼꼼하게 배워나갔고요. 마지막 시간엔 배운 곡물을 이용한 샐러드도 만들었죠. 교사는 한 달간 나눠준 프린트물의 정리 상태를 점검하여 채점하고, 잘된 것은 학부모 모임 때 공개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한 가지 내용에 대해 지독하게 배우고 나면 아이들은 모두 곡물 박사가 되어 있답니다.

(사진: bubutu/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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