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할 것이란 확신 있어 두렵지 않았어요”
“무사할 것이란 확신 있어 두렵지 않았어요”
“무사할 것이란 확신 있어 두렵지 않았어요”
2016.02.18 18:57 by 조철희

“예정된 야근이 취소되고, 지하철 한 정거장을 지나쳐 버리고….

저도, 할머니도 그렇게 만날 인연이었던 것 같아요.”

대구광역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유석(27)씨에게 지난 여름의 일은 아직도 생생하기만 합니다. 화들짝 놀란 마음이 안도의 한숨으로 바뀌었던 그때 그 1분. 하마터면 끔찍한 사고로 번질 뻔 했던 순간을 유석씨는 자신의 몸을 던져 바꾸어놓았는데요. 그는 “친구들 사이에선 그날 이후로 ‘히어로’로 불린다”며 쑥스럽게 입을 열었습니다.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승객을 구해 ‘참 안전인’으로 선정된 그의 이야기를 지금 들어보시죠.

참안전인으로 선정된 정유석씨


전 역을 출발한 전동차 보고도
선로에 뛰어내려 인명 구한 정유석씨

지난해 8월 27일 저녁. 예정보다 이른 퇴근을 하고 집으로 향하던 정유석씨는 그만 한 정거장을 지나쳐서 내리고 말았습니다. 대구지하철 2호선 내당역 승강장에서 전역인 반고개역으로 돌아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때였지요. 갑자기 할머니가 타고 있던 전동휠체어가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스크린도어가 없는 승강장 끝은 선로로 향하는 낭떠러지. 유석씨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전동휠체어를 잡아당겼지만, 육중한 기계의 힘을 이겨내기엔 역부족이었죠. 그만 할머니는 휠체어와 함께 선로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사고가 발생했던 대구지하철 2호선 내당역 (사진: sz1161, ko.wikipedia.org)

‘열차가 전 역을 출발하였습니다.’

그 때 승강장의 전광판은 곧 열차가 도착할 것임을 알렸습니다. 이를 확인한 유석씨는 잠시 열차가 들어올 방향을 확인하고는 지체 없이 선로로 뛰어내렸습니다. “전 역을 출발한 열차가 들어오기까지 1~2분 정도는 걸리니, 시간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열차의 전조등 불빛도 아직 보이지 않았고요.” 유석씨는 할머니가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먼저 승강장 위로 구조했습니다. ‘쿵’ 소리에 놀라 몰려온 다른 시민들과 현장의 공익요원이 구조를 도왔습니다. 유석씨는 휠체어를 승강장 밑 배수로에 안전하게 넣어두는 기지를 발휘하고 마침내 본인도 무사히 승강장 위로 올라왔습니다.

사고 당시 지하철 CCTV의 모습입니다.흰색 셔츠를 입은 정유석씨가 잡아끌다 놓쳐 선로로 떨어진 할머니를 구조하는 모습이 생생히 담겨 있습니다.

“모두 무사할 것이란 확신 있어 두렵지 않았어요”

“선로로 떨어진 할머니 주위에는 저밖에 없었어요. 제가 뛰어들지 않으면 할머니께서 큰 사고를 당하실지도 모르는 일이잖아요. 열차가 들어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있다고 판단했고, 여차 하면 할머니와 함께 선로 옆 배수로에 몸을 피할 생각이었죠. 그래서 두렵지 않았어요.”

선로 옆 배수로가 안전한 공간임을 알았던 유석씨. 급박한 순간 속에서도 할머니와 자신의 안전을 확신하고 뛰어내릴 수 있었습니다.

이날 사고는 전동휠체어 조작 미숙으로 발행한 것이었습니다. 비오는 날씨에 휠체어 조작부를 비닐로 덮고자 하다가 버튼이 잘못 눌린 것이죠. 할머니는 70대의 고령이었지만 팔꿈치와 새끼손가락에 비교적 가벼운 찰과상만 입었습니다.

“모두 무사할 것이란 확신 있어 두렵지 않았어요”


같은 사고 반복되는 것에 안타까움 느껴…
평소 ‘비상정지버튼’ 등 지하철 안전시설 이용객이 숙지해야

“지난 1월에도 대구에서 같은 사고가 발생했는데, 선로로 뛰어들어 생명을 구한 분이 계셨어요. 사고를 당한 분은 시각장애인이셨더라고요. 계속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만 대구에는 2017년에나 전 역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될 예정이라고 하니 아직은 멀었죠.”

정유석씨는 비슷한 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실정에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서울만 해도 거의 모든 역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지만 대구나 부산 같은 지방의 오래된 지하철은 환승역 등 주요 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죠.

수도권전철 선바위역에 설치된 비상정지버튼(사진: http://blog.naver.com/miniputri/220049999695)

유석씨는 그날 사고 이후 지하철을 이용할 때 한가지 습관이 생겼다고 합니다. 바로 역내 승강장에 설치된 ‘비상정지버튼’을 확인하는 것인데요. 비상정지버튼은 승강장 기둥 등에 설치된 것으로, 사람이나 물건이 선로에 떨어져 사고 발생의 위험이 있을 시 열차에 알려 진입을 막는 장치입니다. 유석씨가 할머니를 구조했던 그날에도 근무 중이던 공익근무요원이 비상정지버튼을 눌러 열차의 진입을 지연시켰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언제 또 일어날지 모르는 지하철 안전사고. 유석씨는 “평소 역내 안전시설만 숙지하더라도 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역 승강장마다 비상정지버튼, 비상전화가 비치돼 있어요. 평소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면 금방 찾아볼 수 있죠. 만약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첫째는 구조자의 안전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주변 사람들이나 역 관계자에게 빠르게 구조요청을 하고, 급박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꼭 먼저 비상정지버튼을 누르고 선로에 진입하시길 바랍니다.”

필자소개
조철희

늘 가장 첫번째(The First) 전하는 이가 된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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