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전해지는 진심의 감동, 도트윈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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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으로 전해지는 진심의 감동, 도트윈 스튜디오
손끝으로 전해지는 진심의 감동, 도트윈 스튜디오
2016.02.19 08:57 by 조철희

치열한 세상이다. 부대끼며 살다 보면 한 번씩 이런 물음을 던지게 된다. ‘이게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일까…’ 지금부터 들려드릴 이야기는 이 물음에 응답한 사람들의 스토리다. 누군가는 창업을 했고, 어떤 이는 공방을 열었다. 무작정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고 갈 길은 멀다. 제대로 구조를 갖추지 못해 고군분투하기 일쑤다. 그래도 고무적인 건, 이들 모두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는 점이다. ‘언더 스탠드 에비뉴(Under Stand Avenue)’는 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공간이다. 롯데면세점이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성동구청과 함께 꾸려가는 사회공헌 창조공간으로, 우리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혁신기업가‧예술가‧비영리기획자 등이 함께한다. 더퍼스트는 이들의 도전이 활짝 꽃피우는 그날을 기대하며 ‘변화를 만나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지난 1년,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작업실도 꾸미고, 동지도 생겼죠. 다른 기업과의 협업 프로젝트로 바쁜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요. 우리가 꿈꿨던 브랜드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걸 느낍니다.”

박재형(23‧연세대 사회복지학과)씨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4월, 쌍둥이 형제 재성(23‧서울대 건축학과)씨와 함께 가죽 브랜드 ‘도트윈(Dotween)’을 설립했다. 여전히 대학생 신분인 두 사람은 주독야경(晝讀夜經)하듯 회사를 일구며 지난 1년을 보냈다. 작업실이 위치한 곳은 서울 성수동. 수제화 거리를 비롯, 크고 작은 가죽 공방들이 즐비한 동네다. 최근에는 사회적기업‧소셜벤처 등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젊은이들의 무대로 떠올랐다.

성수동에 위치한 도트윈의 작업실

도트윈 제품의 특징은 가죽 표면에 오돌토돌한 점자가 새겨져 있다는 점. 쌍둥이 대표는 점자는 시각장애인에겐 문자지만 비장애인에게는 암호와도 같다는 데 착안했다. 소비자가 누군가에게 평소 표현하지 못했던 진심을 점자에 담아 전할 수 있도록 한 것. 도트윈이 스스로 ‘진심 제작 스튜디오’라고 소개하는 이유다.

(사진: 도트윈 제공)

지금이 아니면 못 할 일

“지금이 아니면 못할 것 같았어요.”

학업과 병행하면서까지 창업을 결심한 이유를 묻자 쌍둥이 대표가 입을 모아 말했다. 재성씨는 “10년 후에 같은 주제로 브랜드를 만들더라도 분명 지금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라며 “지금 나이 때 낼 수 있는 우리 브랜드의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제품에 점자가 새겨지는 모습(사진: 도트윈 제공)
제품에 점자가 새겨진 모습. 사진 속 제품은 도트윈의 여권케이스다. (사진: 도트윈 제공)

이들이 처음 점자 디자인을 구상한 건 이미 4년 전의 일. 당시 두 사람은 점자 디자인으로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사회적기업 모델로, 소셜벤처 경연대회(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주관) 전국대회 청소년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부산에서 30년 가까이 가죽공방을 운영해오고 있는 부모님의 노하우와 디자이너를 꿈꾸는 재형씨의 아이디어가 합쳐진 결과다.

“고등학생 다닐 때 학교에서 디자인에 관심 있는 학생이 저 밖에 없었어요. 이를 계기로 남들과 다른 걸 인정해주지 않는 데 반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게 소수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죠. 제가 하고 싶은 일(디자인)에 있어서 ‘가장 소수자가 누굴까’ 생각해 보니 시각장애인 분들이더라고요. 점자 자체가 매력적으로 보였던 것도 큰 이유고요.”

재형씨가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게 된 것도 사회적 소수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자신이 꿈꾸는 다지인의 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믿음에서였다. 반대로 동생 재성씨는 사람들, 즉 일반 대중의 삶에 관심이 많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묻자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몸이 하나라 아쉽다”고 할 정도. 두 사람의 상반된 성향은 도트윈이 소수자의 이야기를 담는 대중적인 브랜드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됐다.

명함지갑. 도트윈이 처음 출시한 제품이다.(사진: 도트윈 제공)
도트윈의 이어폰 줄감개.(사진: 도트윈 제공)

손 끝으로 전하는 진심

본격적인 채비는 2014년부터다. 부모님이 부산 해운대에서 운영하는 공방 ‘엠 크래프트(m craft)’가 첫 무대가 됐다. 새로운 로고도 만들고, SNS채널도 운영하는 등 1년간 브랜딩과 마케팅에 힘썼다. 하지만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도트윈이 만드는 제품을 내놓기엔 브랜드 색채가 너무 달랐다.

“우린 아이디어 기반의 제품을 만들어야 하지만, 부모님의 공방은 빈티지한 분위기로 브랜드 이미지가 굳어졌어요. 타깃 고객층도 달랐죠. 결국 독립 브랜드로 고객들을 만나기로 했죠.”(박재형 대표)

(사진: 도트윈 제공)

도트윈의 가죽제품은 전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제품에 사용되는 가죽은 천연 재료로 가공한 것으로, 사용감에 따라 색이나 질감이 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처음 선 보인 명함지갑을 시작으로, 이어폰 줄감개, 여권커버 등으로 점차 제품군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캔버스백 라인이 추가됐다. 점자가 새겨진 가죽라벨이 포인트. 이달 말엔 노트, 필통, 연필꽂이, 마우스패드 등 가죽 소재의 오피스용품 라인 출시도 앞두고 있다. 모두 사용하는 사람의 손을 많이 타는 것들. 재형씨는 “관상용 제품은 출시하지 않는다”며 “가죽도, 점자도 손끝으로 느낄 때 그 매력이 전해진다”고 설명했다.

도트윈의 캔버스백 라인. 지난 1월 갤러리 '우리들의 눈'(서울 종로구)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을 당시의 사진이다.(사진: 도트윈 제공)
점자가 새겨진 가죽라벨이 도트윈 캔버스백의 포인트다.

모든 제품엔 ‘진심 메시지’가 담긴다. 주문 시 신청을 받아 점자로 제작되는 것. 고객 대부분이 선물용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다. 점자에 담긴 의미는 함께 전달되는 해석지를 통해 알 수 있다.

“생각보다 기발하고 창의적인 고객 분들이 많았어요. 전하시고자 하는 진심 메시지를 보고 감동하고, 힘을 얻기도 하죠.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는… ‘아빠는 나의 영웅’이였죠.(웃음)”(박재성 대표)

도트윈의 제품 패키지. 동봉된 유리병 속에 제품에 새겨진 점자의 해석이 들어 있다.(사진: 도트윈 제공)

도트윈의 진심

최근 도트윈은 새로운 크라우드 펀딩을 전개했다.(1월 4일~2월 2일, 와디즈) 서울 소재 동네책방 일곱 군데와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로, 각 서점의 스토리를 담은 책갈피를 판매하는 것. 홍대 앞의 ‘땡스북스’, 이태원의 ‘다시서점’, 서울숲 인근의 ‘이노베이터 라이브러리(Innovator's Library)’ 등이 도트윈과 뜻을 모았다. 수익금은 시각장애인들의 스토리를 담은 독립출판물을 출간하는 데 쓰일 예정. 출간 과정 전반은 시각장애아동 미술교육을 진행하는 비영리단체 ‘우리들의 눈’과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진다.

크라우드 펀딩의 리워드로 증정된 책갈피에는 함께한 7개 서점의 진심 메시지를 담았다. 사진 속의 책갈피에는 '땡스북스'의 메시지인 'Thank you for being you'가 점자로 새겨져 있다. (사진: 도트윈 제공)

“시각장애인의 주변인들의 목소리로 담아내면 더욱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우리 할머니는요, 시각장애인인데요’, ‘제 친구는 이래요’와 같은 느낌인 거죠. 장애에 관한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전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에요. 도트윈도 그런 생각에서 출발한 거고요. 누구나 쉽게 보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됐으면 좋겠습니다.”(박재형 대표)

오는 3월에는 작업장 근처인 서울숲 앞에 조성되는 창조적 문화공간 ‘언더스탠드에비뉴’의 오픈스탠드에도 참가하게 됐다. 도트윈은 3개월간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고객들과 직접 소통할 예정이다.

(왼쪽부터) 박재형•박재성 공동대표, 함께 일하고 있는 김애나씨.

도트윈 박재형·박재성 대표 인터뷰 영상

필자소개
조철희

늘 가장 첫번째(The First) 전하는 이가 된다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