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벽지로 환한 희망 밝힙니다”
“새하얀 벽지로 환한 희망 밝힙니다”
“새하얀 벽지로 환한 희망 밝힙니다”
2016.02.25 19:14 by 조철희

희망브리지 봉사단 충남 청양군 주거환경 개선 봉사 현장

“예서 79년 살았구먼. 나서부터 살았으니 80년도 넘은 집이여. 그래도 이렇게 도배를 싹 해 놓으니 새 집 같잖아. 한 20년은 거뜬하겠어.”

충남 청양군에 사는 박두식(가명‧79) 할아버지가 말했습니다. 20년 전부터 혼자서 생활하시는 박 할아버지는 “30년 만의 도배”라며 반색했습니다. 한낮에야 겨우 영상의 기온을 되찾은 늦겨울 추위. 집이 새 단장을 마치기까지, 할아버지는 아궁이에 연신 불을 지피고 가마솥에서 뜨거운 물을 길어 날라주며 주거환경 개선에 나선 봉사자들의 곁을 지켰습니다.

박 할아버지 댁이 새집처럼 환하게 바뀌었습니다.

지난 2월 19일부터 21일까지 2박3일간, 희망브리지는 옥션과 함께 충남 청양군의 재난위기가정을 대상으로 ‘나눔하우스’를 전개했습니다. 나눔하우스는 전국 각지의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가 도배, 장판 교체, 조명 기구 수리, 방충망 교체 등을 실시하는 봉사활동입니다. 2013년 2월을 시작으로 벌써 12번째 주거환경 개선 봉사를 맞았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희망브리지봉사단과 옥션 고객봉사단 ‘나눔패밀리’ 등 63명이 청양에서 구슬땀을 흘렸습니다.

청양군은 인구 3만의 작은 도시로, 군민의 7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고령화율은 31%로 충남 평균의 2배에 달합니다. 나눔하우스 대상 가구 30곳은 독거어르신 가구를 비롯해 기초수급‧차상위계층 등 경제적으로 어렵고 주거환경이 열악한 가구로 선정했습니다. 청양군의 추천을 받아 후보군을 선정, 희망브리지의 실사를 통해 확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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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하우스가 찾은 소외된 이웃들…
곰팡이로 얼룩진 다문화가정에서
지체장애 아들을 돌보는 노부모까지

“한쪽 벽을 벽돌로만 쌓아올렸더라고요. 그쪽으로 찬 바람이 다 들어오니 겨울만 되면 결로현상이 심각해요. 둘째 아이가 아토피로 고생하는데, 집안 환경의 영향인 것 같아 속상했죠.”

송동수(가명‧53)씨 댁에 들어서자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한쪽 벽면을 중심으로 천정이며 주변까지 시커먼 곰팡이가 번져 있는 상태. 심한 데는 벽면의 절반 가까이가 곰팡이로 뒤덮여있을 정도였습니다. 송씨는 결혼 10년차, 다문화가정의 가장입니다. 필리핀에서 결혼이주 온 부인, 두 딸과 함께 4년 전부터는 혼자 사시던 장모님까지 모셔와 다섯 식구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종일 TV를 보며 겨울 내 지낸 방입니다. 천정과 벽면 구석이 곰팡이로 심하게 오염된 모습입니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새로 도배를 하는 것은 엄두도 못 냈다”는 송동수씨. 그는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 5급으로, 인근의 재활용센터에서 군 자활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노부부가 아들의 병수발을 들며 지내는 안타까운 사연도 접했습니다. 김충선(가명‧84) 할아버지 댁의 이야기입니다. 김 할아버지의 아들 원재(가명‧42)씨는 6년 전부터 온 몸의 뼈가 약해지는 병인 ‘골연화증’을 앓고 있는데, 거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병세가 악화됐습니다. “병원비에 쓰느라 있는 전답을 다 팔아버렸지.” 김 할아버지는 5년간 서울의 병원에서 아들의 병수발을 혼자 감내했는데요. 지금은 아들과 청양의 자택으로 옮겨와 1년에 한 번 통원치료만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나무골조와 바스러지는 흙벽이 그대로 노출됐고, 벽면도 기울었습니다. 실내라고는 믿기지 않는 모습입니다.

현재 김 할아버지 댁 세 식구가 지내는 집은 60여 년 전 할아버지가 직접 지은 집입니다. 나무 기둥과 흙벽 곳곳이 내려앉고 바스러졌는데, 특히 아들 원재씨의 방 상태가 심각했습니다. 한쪽 벽은 나무 뼈대와 흙벽이 그대로 노출돼 있고, 지붕도 내려앉은 모습인데요. 원재씨가 “한 번씩 위에서 흙이 뚝뚝 떨어져 깜짝 놀랄 때가 있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지방의 소도시에서 주거환경 개선 봉사가 주로 전개되는 만큼, 김 할아버지 댁과 같은 오래된 흙집이 봉사자들에겐 낯설지 않습니다. 수년간 주거환경 개선 봉사에 참여하고 있는 차동현(24‧강원대)씨는 “오래된 집들은 한쪽이 기울거나 내려앉아 천정이나 벽면이 고르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벽지를 재단하거나 도배할 때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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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배부터 장판 교체까지 ‘구슬땀’
“내 손으로 변화 만들 수 있어 뿌듯하죠”

하루 안에 주거환경 개선 작업을 완료해야하기 때문에 5~7명의 봉사자들이 한 조를 이뤄 진행합니다. 이번 청양 지역 봉사에 나선 63명의 봉사자들도 총 10개의 조로 구성돼 매일 1가구씩 전담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꼬박 땀을 흘려야 작업이 끝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참가자들이 봉사를 실시할 집에 도착하자마자 제각기 역할을 나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이유죠.

주거환경 개선 봉사는 가구와 가재도구를 집 밖으로 빼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어, 낡은 벽지와 장판을 걷어내는 동시에 한쪽에서는 각 벽면의 치수를 재서 벽지를 재단합니다. 필요에 따라 벽지가 잘 붙도록 돕는 초배지, 습기와 곰팡이를 억제하는 방습지를 시공한 후에 미리 풀칠을 해 둔 벽지를 바릅니다. 천정부터 바닥과 맞닿는 낮은 곳까지 작업을 하다 보니 온 몸의 근육을 쓰게 되는 고된 작업입니다.

봉사자들 대부분은 대학생들로, 이날 처음 참가했다는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주거환경 개선 봉사 유경험자들입니다. 희망브리지는 서울, 경기, 강원, 충청, 영남 등 전국 각지 대학의 봉사 동아리와 연계한 희망브리지 봉사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평소에도 해당 지역에서 월 1회 이상 자체적으로 주거환경 개선 봉사를 실시하며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봉사자들의 열정도 대단합니다. 홍태화(21‧충북대)씨는 “집이 청양인데, 우리 고장에서 열리는 봉사에는 꼭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어제까지 감기몸살로 고생했지만, 오늘 현장에서 땀을 흘리면 몸도 더욱 개운해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도배가 마무리되면 장판 시공이 이어집니다. 넓고 무거운 장판을 반듯하게 깔아야 하기에 팀워크가 중요합니다. ‘추운 날씨에 혹시 장판이 깨지지는 않을까’ 하며 더욱 세심하게 다루는 봉사자들입니다.

주거환경 개선 봉사는 전등 및 방충망 교체 등 실내 개‧보수 작업과 함께, 가구와 가재도구를 원상복구 시키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이번 나눔하우스가 첫 봉사 참가였다는 우승희(23‧충북대)씨는 “도배를 해 본 경험이 없어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는데, 같은 조원들이 차근차근 가르쳐 준 덕분에 생각보다 잘 해냈다”며, “하루 만에 집이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게 놀랍고, 내 손으로 할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말했습니다. 옆에서 승희씨를 이끌었던 봉사자 차동현씨는 작업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며 발을 떼지 못했는데요.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이 마무리라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무리가 잘 돼야죠. 그래야 새집 같은 느낌도 들고 보람도 커지니까요. 작업이 끝나면 벽지가 좀 들떠있거나 삐뚤빼뚤한 부분은 없는지, 보일러 스위치나 콘센트 주변은 매끄럽게 마감되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게 돼요.”

주거환경 개선봉사 전·후 사진. 도배와 장판 교체로 새집처럼 말끔해진 모습입니다.

충남 청양에서 3일간 전개된 나눔하우스는 19일 청양읍과 대치면, 20일 남양면과 화성면, 21일 운곡면과 비봉면의 재난위기가정 총 30가구를 찾아 주거환경 개선 봉사를 실시했습니다. 김삼렬 희망브리지 구호사업팀장은 "희망브리지 봉사단의 올해 첫 활동을 청양군에서 시작하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나눔하우스를 비롯한 다양한 봉사활동을 전개해 전국 곳곳의 재난위기가정을 찾아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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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조철희

늘 가장 첫번째(The First) 전하는 이가 된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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