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확실한 존재감, 멸치
작지만 확실한 존재감, 멸치
2016.03.09 01:52 by 이지응

혼자 살며 밥 해먹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다. 더군다나 요리엔 어느 정도 밑천도 필요할진데, 혼자 사는 마당에 밑천 갖추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한참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다행히도,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나름의 주방을 가꿀 수 있었다. 이 일기들은 그런 경험과 기억들의 기록이다.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사정을 견디게 해주는 '감자'. 만만하진 않지만 믿음직스런 나의 밑천.

제일 처음으로 김치찌개를 끓였던 때를 기억한다. 그때까지 먹어본 경험에, 어디선가 주워들은 지식들을 총동원했더랬다. 겉보기에는 그럴싸했지만 먹어보니 어딘가 허전했다. 김치도 넉넉하게 넣었고, 간도 착실히 했고, 참치기름도 조금 따라 넣었는데 맛이 비어있었다. 처음으로 된장국을 끓였을 때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시금치와 두부를 잔뜩 넣은 된장국은 그럴싸했던 겉모습관 달리, 그저 된장을 푼 물에 불과했다. 비어있던 맛의 비밀이 멸치라는 것을 알게된 건 꽤나 나중의 일이었다. 여러 날의 고민과 궁리가 필요했던 이유는, 그 때까지 먹어온 찌개와 국에서 멸치를 건져올려본 일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내 밥상에선 멸치를 자주 볼 수 없다. 그러나 멸치를 쓸 수 있게 된 이후로 멸치가 냉장고에서 떨어진 적은 없다. 게다가 멸치만큼 주방에 자주 출몰하는 식재료도 손에 꼽을 정도다. 심지어 '멸치 수제비'며 '멸치 국수' 하는 것들도 이젠 제법 흉내낼 줄 안다. 밥상에 올라가지 않았다 뿐이지 멸치는 그 어떤 재료보다 확실한 자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멸치로 국물을 우려내면서 어떤 사람들을 생각해본다. 자리에 없으면서도 자리에 있는 것 같은 사람들, 가끔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보다도 중요하게 느껴지는 그런 사람들을 말이다. 

 

| 혼자 먹기, 멸치

육수를 우려내기 위한 멸치는 대량으로 사서 냉동보관하는 편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 
 TIP 통째로 얼려두었다가 조금씩 손질해도 좋고, 손질하여 얼려두어도 좋다. 

새까만 내장을 제거하지 않으면 육수에서 비린맛이 진동해 먹지 못하는 물건이 된다.

육수를 우려낼 멸치는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여 사용한다.
TIP 머리를 떼어낸 후, 멸치의 배 부분을 손가락으로 눌러주면 멸치가 반으로 갈라진다. 갈라진 사이에 있는 내장을 제거한다.

머리와 내장을 분리한 멸치는 약한 불에 볶듯이 말린 후 육수를 내면 그냥 사용하는 것 보다 맛이 더 좋다.

육수를 우린 멸치는 식감도 좋지 않고 미관에도 좋지 않으므로 꼼꼼이 건져낸다.
TIP 육수용 일회용 백이나 철망등을 사용하여 미리 건져내기 쉽도록 준비 하면 좋다.

멸치로 육수를 우릴 때에는 찬물에서부터 끓여야 맛이 더 잘 우러나온다.

 

| 멸치 레시피 : 멸치 수제비

재료

밀가루 350g (2인분 기준)

멸치 15마리

마늘 4 톨

대파 2 줄기

감자 1 알

레시피

1. 밀가루에 식용유 한 큰술과 물 140ml를 넣고 잘 치대어 반죽한다.
TIP 밀가루 반죽에 식용유를 조금 넣으면 더 차져진다.
TIP 반죽은 손에 붙지 않을 때까지 치댄다. 많이 치댈 수록 차진 반죽이 완성된다.

2. 반죽을 냉장고에 집어넣고, 30분간 반죽이 숙성되는 동안 찬물에 멸치와 대파를 넣고 육수를 우린다.
TIP 다시마가 있다면 같이 넣어주면 좋다. 다시마는 오래 우리면 떫어지므로 물이 끓고 10분 정도 우린 후에 건져준다.
TIP 육수는 물이 끓고 약 20분간 우려준다.육수가 우려지는 동안 감자를 0.5 cm 두께로 썰어준다.

3. 육수가 충분히 우려지면 대파를 건져내고, 마늘을 다져 넣고 국간장 한 큰술로 간을 본 뒤 모자란 간은 소금으로 본다.

4. 국물이 완성되고, 감자가 반 쯤 익으면 수제비 반죽을 떼어 넣고 끓여준다.
TIP 반죽이 반투명해지면 익은 것이다.

 

/사진: 이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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