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사회적기업가 18인에게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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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사회적기업가 18인에게 듣다
2014.07.08 22:38 by 더퍼스트미디어
사회적기업 이래서 어렵다, 그렇지만 멈추지 않는 이유  

7월은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축제와도 같은 달이다. 매년 7월1일은 2007년 7월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정 및 시행을 기념해 '사회적기업의 날' 로 제정됐으며, 7월 첫째 주 토요일은 '세계 협동조합의 날'로 세계 곳곳에서 행사가 열린다.

지난 주였던 7월 첫째주는 사회적경제 주간으로 연이어 토론회가 열렸다. 2일에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주관으로 고려대학교 LG-포스코관에서 ‘토크 콘서트’가, 다음 날에는 서울시청에서 ‘아시아 청년 사회혁신가 국제 포럼’(서울시, 한겨레신문사 주관)이 마련됐다.

두 토론회에는 국내외를 대표하는 사회적기업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효리, 이상순 부부의 결혼식을 맡으며 '에코 웨딩'을 널리 알린 '대지를 위한 바느질'의 이경재 대표 ▲저가형 보청기 보급으로 보청기 시장의 판도를 바꾼 '딜라이트' 김정현 대표 ▲쓰나미 이후 피해 지역 주민들을 지원하는 '월드 인 아시아'의 가토 데쓰오 대표 ▲빈곤층 여성들을 수공예 패션 장인으로 변모시킨 '랙스투리치스'의 리스 페르난데스 루이스 대표 등이다.

사회적기업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이들은, 사회적기업을 일구는 과정에서 겪었던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과연 이들이 사회적경제에 던지는 과제는 무엇일까?

  ㅣ가장 큰 애로 사항은 역시 '돈'  

“보청기 가격이 평균 200만원 정도였는데 정부 보조금은 30만 원밖에 안 됐어요. 그래서 2010년에 친구 두 명과 사업을 시작했죠. 첫해 수익은 100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회사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했죠. 사업을 접을 고민도 했고요.”

김정현 딜라이트 대표가 자본금 부족에 시달리던 사업 초기를 떠올리며 말했다. 사회적기업가들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는 건 역시 돈 문제.

친환경 소재 옷을 만드는 김방호 오르그닷 대표는 “초기는 물론, 현재도 경제적인 문제로 고민한다”고 토로했다.

성교육 전용 모바일 앱을 개발하는 태국의 사회적기업 '오픈드림'은 설립초기부터 매년 10만 달러(약 1억원)씩의 적자를 봤다. 빠띠팟 수삼파오 오픈드림 대표는 “이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지난 2일, 서울시 안암동 고려대학교 슈펙스홀에서 열린 '2014 사회적기업 토크콘서트' 현장. 김정현 딜라이트 대표, 김방호 오르그닷 대표, 이경재 대지를위한바느질 대표, 우상범 메이커스 대표(왼쪽부터)가 자리했다.


  ㅣ돈이 안 되는데 왜 하냐? VS 돈이 있는데 왜 안 하냐?  

“영리기관에서는 ‘돈이 안 되는데 왜 하냐?’고 묻고 비영리 기관에서는 ‘돈이 있는데 왜 안 하냐?’고 묻습니다.”

쓰나미 이후 피해지역 주민들을 돕고 있는 가토 데쓰오 월드 인 아시아 대표는 NGO와 영리기관의 관점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가토 대표는 “쓰나미와 지진을 겪은 취약 계층 아동들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영리 교육기업과 협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리기관에게 사업의 필요성을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았다”며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이기 위해선 둘 사이를 연결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김영석 씨즈 대표는 "사회적기업 내부적으로도 영리 기관의 방식으로 풀어갈지, 비영리(NGO) 방식으로 풀어갈지 고민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영리와 비영리 사이의 이해가 부족한 것은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ㅣ사회적기업에 대한 일반인들의 선입견 깨야 한다  

“저희 회사는 ‘에코 웨딩’이라는 슬로건으로 일해요. 그래서인지 고객들이 웨딩드레스도 누럴 것 같고 포장도 노끈으로 할 것 같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사회적기업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데 정말 오래 걸렸습니다.” 이경재 대지를 위한 바느질 대표의 말이다.

베트남의 ‘블룸 마이크로 벤처스’는 관광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무담보로 소액대출해주는 사회적기업이다. 응우옌 블룸 마이크로 벤처스 대표 역시 사회적기업이라는 편견 때문에 겪었던 어려움을 토로했다. “관광사업과 마이크로 파이낸싱이 결합되는 사업 특성상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인재 확보가 관건이었지만, 사회적기업은 수익성이 낮고 급여가 낮을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인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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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ㅣ방향성에 대한 내부 공유, 놓쳐서는 안 된다  

빠띠팟 수삼파오 오픈드림 대표는 사회적기업의 정신과 맞지 않는 중간 매니저와 갈등했던 경험을 들려줬다. “2009년부터 회사가 성장하기 시작했어요. 사업이 번창해 외부에서 중간 매니저를 영입했는데 그들은 수익성을 최우선시하더군요. 결국 관점 차이로 각자의 길을 갔습니다.”

이경재 대표도 “직원들과의 소통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직원들이 내 의도를 몰라줘 혼자 끙끙 앓는 시간이 많았고, 작년 말에는 창업 초기멤버를 포함해 전 직원이 퇴사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며 “지금은 일하는 직원들과는 언제든 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편”이라고 털어놨다.

  ㅣ국제 무대 사회적기업, 현지화가 성공의 관건  

외식업을 기반으로 아시아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오요리 아시아’의 이지혜 대표는 태국 시장으로 진출할 때 현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태국의 ‘오요리 더 그릴’ 매장에는 6명이 일하는데 그 중에는 고산족 고아, 약물경험 청소년도 있어요. 그런데 고산족은 행정상 국적이 없어서 채용 허가를 받는데 행정적인 어려움이 많았죠. 행정당국에 우리가 어떤 취지로 활동하는 기업인지도 이해시켜야 했죠. 그래서 현지 사정을 잘 알면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가 높은 로컬 파트너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랙스투리치스’는 버려지는 자원을 공예품 재료로 적극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 리스 페르난데스 루이스 대표는 “현지인들의 마음을 얻는 것을 절대 만만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현재 저희와 일하고 있는 에거밍이라는 장인은 14년 동안 쓰레기더미에서 먹을 것을 구해서 살아왔어요. 그녀를 비롯한 지역 사회의 빈곤층들이 쓰레기 더미 옆에 살았고요.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가 손도 못쓰고 떠났기 때문에 그분들은 불신의 벽이 높았어요. 신뢰를 얻기까지의 3년 동안 말다툼도 많았고 울기도 많이 울었죠."

  ㅣ "사회적기업가가 된다는 것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  

사회적경제 주간에 만난 국내외 사회적기업가들은 “힘들지만 가야하는 길”이라며 사회적기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빠띠팟 수삼파오 오픈드림 대표는 “사회적기업가가 된다는 것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라고 했다.

김정현 대표는 “학창시절에 IMF를 겪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는데 그때 문제집을 챙겨주시고 등록금도 대신 내주신 은사님의 도움으로 어려움에서 벗어난 경험이 있었다”며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의 삶이 나아졌을 때 제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방호 오르그닷 대표는 “우리가 지향하는 건 돈이 아니라 가치”라며 “그게 우리가 사회적기업으로 힘들게 버티어 내는 이유”라고 했다.

1200개에 달하는 국내 사회적기업들, 그리고 아시아의 수많은 사회적기업들이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해 나갈 수 있게 하는 힘은 사회적기업가의 비전과 열정이 아닐까?

 

* 용어 설명-사회적경제(Social Economy) 자본보다 사람을 우위에 두는 경제개념이다. 사회적 가치 실현을 우선으로 하며 경영의 자율성, 구성원에 의한 민주적 통제, 잉여 분배 시 사람과 목적이 자본에 우선한다는 등의 특징이 있다. 자립적 경제 행위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면에서 복지ㆍ기부와는 차별성이 있다. 대개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 사회적금융 등이 사회적경제 범주에 속한다.

 



글/박찬근 청년기자

박찬근청년기자
'청년, 세상을 담다' 1기생입니다. '청년, 세상을 담다'(이하 청세담)는 현대해상, 더나은미래,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가 함께 공익 분야의 저널리스트 및 언론인을 양성하는 아카데미입니다. 청세담 청년기자들은 아동, 청소년, 장애, 노인 등 복지 사각지대는 물론 기업 사회공헌, CSR, NPO, 사회적경제 등 영리와 비영리를 넘나드는 이슈를 배우고 취재하고 기사화 합니다. 박찬근 청년기자는 '득실재아 훼예재인(得失在我 毁譽在人)', 얻고 잃음은 나에게 있고 헐뜯고 기림은 남에게 있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기사를 쓴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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