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시 주관으로 열린 ‘2014 사회적경제 한마당’은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 영역을 소개하는 자리다. 생활, 문화, 치유, 환경, 일과 미래 등 5개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예를 들어 생활 영역에는 4개의 협동조합이 친환경 도시락, 유기농 식품 등의 먹거리를 판매하고, 대학생들이 각자의 전공을 살려 만든 명지청년협동조합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목걸이와 쿠키 만들기 체험을 진행하는 식이다.
환경 영역에는 버려진 자전거를 수리해 만든 재생자전거를 팔고, 폐현수막으로 화분을 만들어 작은 텃밭을 꾸며 놓았다. 영등포지역자활센터에서 폐자전거 수리를 맡고 있는 자활근로자들이 직접 자전거 조립 방법, 타이어에 펑크 났을 때 대처법 등을 시민들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황병준씨는 회사 소식지에서 이 행사를 눈여겨 봐뒀다가 유치원생 아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황 씨는 “10여 가지의 체험을 전부 해봤다”며 “아들에게 인생을 알려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임사체험’. 새로운 장례문화를 만들기 위해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이 마련한 것이다. ‘고이 잠드소서’라는 글씨가 새겨진 깃발 아래 나무 관이 놓여 있다. 체험자가 상복을 입고 들어가면 위에서 뚜껑을 덮고 못을 박는 시늉을 한다. 비록 가짜 체험이지만 뚜껑이 닫힐 때 느끼는 공포가 죽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뚜껑이 열리면 일어나서 그 때의 감정을 그대로 포스트잇에 기록한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측은 “일상에선 우리가 죽음을 자각하기 어려운데 임사체험을 해보면서 우리도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게 된다”고 체험의 의미를 설명했다.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무료로 자가 진단할 수 있는 체험도 열렸다. 스트레스와 우울증 자가진단표를 작성하고 상담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이 행사를 마련한 해피디자인상담센터는 학교 동아리로 시작해 상담을 계속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 이상근 부이사장은 “현대 사회에서 정신 질환은 늘어나지만 상담의 벽이 너무 높아 일반인들이 쉽게 상담을 받을 수 없다”며 “이 곳을 찾으시는 분들은 무언가 얘기를 하고 싶어서 오신 분들로, 자신의 얘기를 편안히 털어놓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우울증 상담을 받고 나온 A씨는 “내가 직접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보면서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 무엇인지 되돌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행사에 참여한 일반 시민들은 사회적경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목걸이와 팔찌를 고르고 있는 한 시민에게 ‘사회적경제에 대해 알고 있었냐?’고 묻자, 그는 “그게 뭔데요?”라고 답했다. 체험에 참여한 다른 시민들도 ‘들어는 봤는데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다’, ‘그냥 경제랑 다른 거냐’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적극적인 설명이나 홍보도 부족해보였다. ‘사회적경제’의 인식제고를 위해 마련된 행사라는 것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사회적경제 한마당'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행사를 치러내기 위해서는 흥행성 뿐 아니라, 참여하는 사람들이 행사의 본질을 잘 알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사회적경제라는 말이 참여하는 이들에게 낯설지 않은 '사회적경제 한마당'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백수진 청년기자
'청년, 세상을 담다' 1기생입니다. '청년, 세상을 담다'(이하 청세담)는 현대해상, 더나은미래,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가 함께 공익 분야의 저널리스트 및 언론인을 양성하는 아카데미입니다. 청세담 청년기자들은 아동, 청소년, 장애, 노인 등 복지 사각지대는 물론 기업 사회공헌, CSR, NPO, 사회적경제 등 영리와 비영리를 넘나드는 이슈를 배우고 취재하고 기사화 합니다. 백수진 청년기자는 소외된 사람들이 이야기, 때로는 따뜻하고 때로는 부조리한 사회의 이야기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기사를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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