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도, 쉬기도 어려운 '무더위 쉼터'
알기도, 쉬기도 어려운 '무더위 쉼터'
알기도, 쉬기도 어려운 '무더위 쉼터'
2014.07.21 21:50 by 권보람
서울시 예산만 8억여원…운영, 홍보 등 면피 수준  

“무더위 쉼터? 뭐가 붙어있긴 하던데...”

“어르신들 더울 때 쉬시라고 만든 곳이에요. 에어컨도 있고요.”

“아유 됐어. 거기 쉬러 가면 설거지라도 한 번 해야 하고, 낮에는 파지 줍느라 가지도 못 해”

체감기온이 35도를 웃돌던 7월 중순,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장충동의 한 경로당 맞은 편 건물 그늘에 앉아있던 어르신은 “들어가서 쉬시는 게 어떠냐”는 기자의 권유에 한사코 손사래를 쳤다.

올해 여름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평년(22~25°C) 보다 무더울 예정이다.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를 포함한 폭염특보 발령일 역시 2009년 2일에서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 해는 19일을 기록했다.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는 6월~9월 사이 최고기온이 각각 33℃, 35℃이상 2일 넘게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기상청에서 발령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폭염특보 발령 기간 중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1195명, 사망자는 14명에 이른다. 사망자 중 9명은 65세 이상으로 고령층이 무더위에 특히 취약함을 알 수 있다. 서울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은 약 10%에 이른다. 이 같은 이상 고온 현상 증가와 인구 고령화로 인해 기후 복지에 대한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이에 소방방재청과 지방자치단체는 ‘무더위 쉼터’라는 이름으로 어르신, 어린이와 저소득층 등 무더위 취약층을 위한 폭염 대피소를 운영 중이다. 무더위 쉼터는 고령층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경로당·주민센터·복지관을 중심으로 설치 됐으며 지역아동센터 등 아동·청소년시설 시설과 쪽방 밀집 지역에도 마련됐다.

 

소공동 주민센터 외벽에 무더위 쉼터임을 알리는 노란 간판이 붙어있다.


소방방재청이 네트워크를 통합 관리하고 있는 전국의 무더위 쉼터는 3만 6000여개소로 서울시에서는 25개 자치구, 2898개소를 운영 중이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일반 쉼터 외에도 오전 9시~오후 9시까지 운영되는 연장운영 쉼터 479개소를 포함한다. 서울시는 올해 무더위 쉼터에만 8억 3900여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구별 지원금과 안전행정부의 특별교부세를 통한 경로당 냉방비 지원은 별도다.

그러나 이처럼 대규모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무더위 쉼터의 실질적인 활용도는 미지수다. 무더위 쉼터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 제공이나 홍보가 이뤄지고 있지 않는데다 유휴공간을 활용한다는 명목으로 쉼터로 지정돼도 냉방비 지원 외에는 일반 주민센터나 경로당과 운영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안전누리홈페이지에 게재된 무더위 쉼터 지도


서울시의 재난 안전 정보를 제공하는 서울안전누리 홈페이지(http://safecity.seoul.go.kr)에는 무더위 쉼터 운영 한 달이 지난 7월 둘째 주까지도 301개소가 누락된 2597개소의 위치만 표시돼 혼란을 빚기도 했다. 시에서 전체 쉼터를 통합 관리하고는 있지만 자치구마다 별도로 지정·운영되는 곳도 있는데다, 접근성이나 냉방시설을 고려하지 않고 각 센터나 경로당이 신청한대로 개소 수를 산출하는 등 허술함이 있었다.

운영에서도 미숙한 점이 드러났다. 더퍼스트가 무더위 쉼터로 운영되는 경로당을 무작위로 선정해 실사한 결과 경로당 일부는 모든 쉼터에는 전담 관리책임자를 둔다는 쉼터 운영계획과 다르게 현장 관리자의 개념이 없거나, 아예 에어컨 등 냉방시설을 가동하지 않는 곳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센터 역시 ‘유휴공간을 활용한다’는 명목으로 평소에도 가동하는 에어컨을 틀어두는 것이 전부였다. 주민센터의 경우 형식적 지정을 지양하고 별도 휴게공간이 있는 경우에만 쉼터로 지정한다는 당초 서울시 계획과는 사뭇 다르다.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주민센터의 담당자가 안내한 주민 휴게공간. 사무실 맨 안쪽에 놓인 이 테이블에서 쉬기에는 심리적인 부담이 있을 수 밖에 없다.


1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무더위 쉼터로 등록된 중구의 A주민센터 사회복지팀 관계자는 무더위 쉼터에 대해 “간판을 보고 알아서 들어오신 분들이 잠시 쉬어가는 개념”이라고 설명하면서 “1층 민원 공간이나 2층 사무공간에 마련된 응접 테이블에 앉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미흡한 홍보도 문제다. 실제 더위에 지친 보행객이 무더위 쉼터를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센터 외벽이나 문에 설치된 노란색 간판이 전부다. 그나마도 소방방재청이 제공한 가이드 규격(0.5m×0.2m)과 자치구별 제작 간판이 서로 다르다. 서울시에서 직접 지정한 곳과 구별 관리 쉼터 모두 시비를 지원받고 있지만 운영은 각기 달리되기 때문이다.

성동구청 무더위 쉼터 담당자는 이 같은 홍보 현황에 대해 “지난해에는 시민 알림용 유인물을 만들었던 같기도 하다"면서 "올해는 독거노인생활관리사 및 재가관리사를 통해 어르신께 직접 알리거나 복지관 이용 어르신들께 개별적으로 전화를 드리는 등 ‘맨투맨’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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