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또 보고(report & 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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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5 15:41 by 시골교사

“독일 북부 발트 해 키일 만에 위치, 아름다운 항구도시이자 독일 해군의 본거지, 인구 25만에 조선‧기계‧수산가공업이 발달…”

큰아이 3학년 때였다. 갑자기 자기가 살고 있는 키일(Kiel) 지역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독일 지도에서 우리 고장의 위치를 확인하는가 싶더니 이 도시의 역사와 변천사, 그리고 유적지와 명소까지 섭렵했다. 초등학교에서의 첫 지리수업이 막 시작된 것이다.

우리 동네가 여기 어디쯤인데… (사진:Vasilyev Alexandr/shutterstock.com)


| 블록타임제를 활용한 교과 체험학습

독일의 교육은 단지 학교와 교실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블록타임제’를 실시하여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교실 밖에서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게 보통이다.

기존의 45분 혹은 50분 단위의 수업을 2~3시간 씩 연속으로 붙여 이뤄지는 수업 방식. 교과 내용과 수업방법에 따라 70분, 80분, 90분, 100분 등 여러 형태로 수업시간을 탄력 있게 운영하는 게 특징이다.

지리수업이 좋은 예다. 초등학교에서 지리수업이 시작되면, 아이들은 먼저 자기 고장에 대해 공부한 후, 블록타임제를 적용하여 배웠던 곳을 직접 탐방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렇게 자기 고장을 실감나게 배우고 나면, 그 주(州)에는 어떤 다른 도시가 있는지, 무엇이 유명한지를 점차 확대하여 배워간다. 첫 수학여행 목적지로 동네 명소를 먼저 찾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생애 첫 지리 수업을 자기 고장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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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웠던 곳을 직접 탐방하며 ‘산 지식’을 구한다. (사진:시골교사 제공)

체험형 수업 방식은 비단 지리에 그치지 않는다. 사회 시간에 주 의회를 배우면, 반드시 그곳을 직접 탐방해 시장의 얘기를 듣거나 의회 회의 진행을 견학한다. 이 과정을 통해 지역 사회의 어른들이 어떤 문제를 놓고 어떻게 고민하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미래의 정치 주체로 성장할 준비를 해 나가는 것이다.

종교수업 시간에는 다양한 종교에 대해 이론으로 배운 후 교회, 성당, 모스크를 돌면서 배운 내용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미술시간에 배운 작품은 반드시 전시회나 극장을 찾아가서 관람한다. 이렇게 교과서 안의 내용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생생한 수업이 이뤄지는 것이다.

어, 책에서 배운 거랑 다른데? (사진:Volt Collection/shutterstock.com)


| 반별 단합대회

교과시간을 활용한 체험학습도 있지만 교과시간 외의 반별행사도 있다. 가을에 있는 ‘라테르네(등불제)’와 ‘할로윈 데이’가 대표적이다. 라테르네(Laterne, 등, 램프)는 등이나 램프를 뜻하는 것으로, 세상에 빛을 가져온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아이들은 이 날을 위해 등의 갓을 만들고, 그 안에 불을 붙여 모두 함께 마을을 돈다.

으스스한 복장으로 유명한 ‘할로윈데이’는 독일에서도 잘 지켜지는 문화다. 이 날에 아이들은 도깨비·마녀·해적 분장을 하고 집집마다 돌며 “과자를 주지 않으면 소란을 피우겠다”고 어른들에게 으름장을 놓는다. 엄격한 독일 사람들도 이 날만큼은 아이들의 무례한 행동을 이해하고 초콜릿과 캔디 등을 준비했다가 건네준다.

과자 많이 모았나? (사진:FamVeld/shutterstock.com)

이 같은 행사들은 반별로 진행되기도 한다. 이 날 아이들은 어떤 친구가 어떤 모양의 등불을 들고 올지, 어떤 친구가 제일 멋지게 꾸미고 올지 기대하며 자신도 그에 지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분장하고 집을 나선다. 담임선생님도 흥을 돋운다. 파자마를 입고 오기도 하고, 괴기한 복장과 분장을 하고 학교에 등장하기도 하여 아이들을 즐겁게 한다.

 

| 반별 수학여행

큰아이는 3학년 때, 3박 4일 일정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우리처럼 학년 행사가 아닌 학급 행사라는 게 특징. 담임교사와 보조교사 등 두 명의 교사가 인솔한다. 큰아이가 수학여행을 맞아 방문한 곳은 리조트가 있는 스키장이었다. 그곳에서 스키를 배우고 가벼운 등산도 하며 시간을 보냈고, 리조트 내 수영장과 스포츠시설 또한 마음껏 이용했다고 한다. 그렇게 한 장소에서 특별한 체험활동을 하며 반별 친목을 다지는 게 이곳 수학여행의 목적이다.

독일의 수학여행은 학급 행사다.(사진:시골교사 제공)

잠은 한 방에 세 명씩 자고 음식은 뷔페에서 해결한다. 비용은 한화 20만원 정도인데, 우리 같은 유학생에게는 사실 부담이 되는 금액이다. 하지만 3일 밤을 자는데다, 음식제공과 각종 부대시설 이용금액까지 포함됐다는 점, 거기다 독일의 물가를 고려하면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작은 아이도 2학년 때 2박 3일 일정으로 반별 수학여행을 떠났다. 장소는 목장이었는데, 난생 처음 볏단에서 잠을 자고, 말도 타보고, 말에게 빗질도 해주며 시골의 정취를 흠뻑 느꼈다고 한다.

독일 시골의 정취는… 말똥냄새? (사진: ryrola123/shutterstock.com)

 

시골교사_2_이모저모

독일교육 이모저모

 

요람에서 무덤까지 즐기는 게임문화

아는 친구 중에 독일 남자와 결혼한 중국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결혼과 함께 연세가 구십 넘은 시할머니 집으로 들어가 살게 됐죠. 신혼인데 시조모까지 모시고 사는 것이 불편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그래도 나중에 시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면, 이 집을 물려받을 수도 있다”며 좋은 쪽으로 생각하더라고요.

그 얘기가 오간지 얼마 안 되어 그 친구를 다시 만났는데, 그녀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집을 상속받으려면, 아주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할머니가 너무 건강하시거든요. 특히 카드놀이를 하실 때면 눈이 반짝반짝 하세요.(웃음)”

독일의 체험‧놀이 문화 중에서도 특히 잘 발달되어 있는 게 바로 보드게임입니다. 모임 때면 의례히 그런 종류의 게임을 함께 하며 시간을 보내죠. 그런데 게임을 즐기는 계층이 정말 다양합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죠. 그래서인지 게임용품들도 (그들 광고대로라면) 0세부터 99세까지 누구나, 어디서든 즐길 수 있게 만들어졌죠.

다양한 수요만큼 시장도 활발합니다. 시중에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게임 제품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호기심 많은 새로운 구매자들은 열렬히 반응하죠. 어떤 친구의 말을 빌리면, 이런 게임문화 때문에 독일의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산다고 할 정도로요.

(사진: Monkey Business Images/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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