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 인성 교육, 세계의 학교를 엿보다3[일본]
창의 인성 교육, 세계의 학교를 엿보다3[일본]
창의 인성 교육, 세계의 학교를 엿보다3[일본]
2014.08.08 10:10 by 더퍼스트미디어
  일본…공교육의 한계, 비영리가 교육 변화 이끌어  
일본0
​ 흔히 일본을 ‘매뉴얼 사회’라고 한다. 가장 효율적이고 조화로운 규칙을 만들고 모두가 이를 기준으로 행동하는 매뉴얼이 일본 사회 곳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매뉴얼은 일본 사회에 효율적이고 빈틈없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경제대국 일본을 세우는 큰 원동력이 됐다.

이러한 ‘매뉴얼 사회’ 일본에 21세기 들어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점점 복잡해지고 예측을 불허하는 사회는, 매뉴얼만 잘 준수하는 사람보다 응용을 통해 유연한 문제해결이 가능한 인재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일본 사회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뽑아 든 것이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이었다.

일본은 2002년 이른바 ‘여유교육(ゆとり.育)’을 실행하면서부터 주입식 교육보다는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새로운 교육방법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7년, 여유교육이 심각한 학력저하와 부진한 자기계발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학력 향상을 강조하는 교육정책으로 다시 전환하게 된다. 예전 교육 정책으로 되돌아갔지만, 그럼에도 실제 학교 교육에서 학생들의 자주적인 사고력과 자신만의 표현력을 강조하는 철학만큼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방과후 교실은 여전히 활기를 띠고 있으며 2012년 4월부터 실시된 중학교 교육과정에는 ‘댄스’가 청소년들의 체력 향상과 표현력 증진을 위해 필수 교과목으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공교육에서 창의력 증진을 위한 노력은 진행되고 있지만, 기본 교육 정책이 학력 향상에 맞춰져 있다 보니 사회적 요구에 비해서는 대응이 느리다. 성적을 매겨야 하는 학교 시스템의 특성상 숫자로 성적을 매길 수 없는 창의력 교육의 복잡함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와는 다른 인프라가 요구되면서 기존의 학교에서 소화하는 데에 한계점을 드러냈다.

  ㅣ창의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비영리법인(NPO)의 활성화 : 칸바스(CANVAS)

이렇게 공교육이 아쉬운 대응을 보이자 민간에서 이를 대체할 다양한 시도들이 자율적으로 일어났는데, 그 중심에는 창의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많은 비영리법인(NPO)들이 서 있다.

현재 일본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창의력 증진을 위한 수많은 NPO가 활동하고 있다. 그 중 2002년 11월 설립된 NPO법인 칸바스(CANVAS)는 매우 다양한 창의교육 워크숍을 제공하며 주목을 끌고 있는 단체다. 일본의 명문대학인 도쿄대, 게이오대, 와세다대와 함께 2008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칸바스의 대표 프로그램 ‘키즈 크리에이티브 연구소(キッズクリエイティブ.究所)’의 경우, 조형, 디자인, 영상, 음악, 언어, 환경, 과학, 음식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표현할 수 있는 워크숍을 제공하고 있다. ​

칸바스(CANVAS)의 다양한 창의교육 활동, 사진제공 : 칸바스


 

2012년 1월 게이오대학 히요시 캠퍼스에서 열린 키즈 크리에이티브 연구소 행사에서는 어린이들이 성냥개비나 점토, 사진, 악기 등을 활용하여 자신만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 워크숍에서는 참가자들이 스스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하며 표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어린이들은 많은 도전을 요구 받게 된다. 이야기 내용을 만들기 위해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고, 이를 이야기라는 형식으로 구성하기 위해 논리적인 사고를 요구 받으며, 잘 전달하기 위한 표현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이렇게 힘겨운 과정을 통해 완성된 작품은 발표회를 통해 다른 친구들의 작품과 비교하며 나와 다른 상상력에 자극을 받는다. 칸바스는 이러한 워크숍의 전 과정을 통해 아이들을 많은 자극에 노출시키고 이를 통해 창의력을 성장시키고자 한다.

칸바스의 부이사장 이시도 나나코씨는 “칸바스의 모든 워크숍은 강사의 개입을 최소화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친구들과 토론하고 자극 받으면서 성장하도록 유도한다”고 밝히며, 자유롭게 상상하고 자극받는 환경에서 창의력이 키워질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워크숍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때때로 가족, 친구들뿐만 아니라 바다 건너 친구들에게 자극을 받기도 한다. 칸바스가 주최한 캄보디아와 일본 어린이 가 함께하는 ‘일러스트 제작 워크숍’에서 두 나라의 어린이들은 인터넷 사이트에 업로드된 바다 건너 친구들의 그림 속에서 새로운 자극을 받았다. 이시도씨는 “캄보디아 아이들이 그린 집은 모두 기둥 위에 서 있는 형태였고, 일본 아이들은 머리 색깔을 모두 검게 칠했다. 이러한 교류를 통해 어린이들은 당연시 여겨졌던 주변의 것들을 되돌아보게 되고, 교과서보다 더 가까이 해외 문화를 느끼게 된다”며 디지털 네트워크가 제공하는 발신력이 어린이들의 창의력을 더욱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줌을 강조하였다.

  ㅣ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유도

최근 일본에서는 네트워크를 통한 교류 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워크숍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2012년 10월 게이오대학에서 열린 ‘키즈 크리에이티브 연구소’에서는 MIT 미디어 연구소에서 개발된 어린이용 소프트웨어 ‘스크래치(Scratch)’를 활용하여 <인간 프로그래밍(にんげんプログラミング)>이라는 워크숍을 개최, 큰 호응을 얻었다.

스크래치는 어린이들도 쉽게 애니메이션이나 음악 등을 만들 수 있도록 고안된 멀티미디어 제작 소프트웨어이다. 컴퓨터 게임에 익숙한 어린이들은 마치 게임을 하듯이 워크숍에 참여하였고 그 과정에서 창의력과 표현력 키우는 것은 물론 IT 기술까지 함께 향상시키는 효과를 얻었다. 칸바스 외에도 일본에는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하여 창의력을 증진시키려는 NPO가 최근 들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워크숍을 제공하는 또 다른 단체인 슈퍼 사이언스 키즈(Super Science Kids)’는 ‘스크이크(スクイ.ク)’라는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를 활용, 어린이들이 스스로 발견하고 창조하는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 2010년 오가키(大垣)에서 진행된 워크숍에서는 어린이들이 스크이크의 사용법을 간단히 배운 후, PC상에 띄워진 자동차를 스크이크의 애니메이션 기능을 활용해 경주를 벌이는 게임을 진행하였다. 참가한 어린이들은 스스로 PC를 활용하여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내게 되고 아이디어를 형태로 표현하는 경험을 통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는 기회를 가졌다.

  ㅣ여러 기업의 창의력 개발 사업에 동참

일본 사회에 창의적 힘을 기르기 위한 노력은 NPO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도요타 자동차는 2004년부터 전국의 창의교육 관련 NPO들과 함께 ‘아티스트 x 어린이’라는 워크숍 시리즈를 개최, 현재까지 전국 약 4,804명의 어린이들에게 창의력 개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아티스트 x 어린이’는 아티스트가 학교나 지역사회로 직접 찾아가 댄스나 미술, 음악 등의 예술활동을 통하여 어린이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지난 해에는 요코하마의 한 학교로 현대무용가가 급습하여 쉬는 시간을 즐기는 학생들에게 춤을 통해 말을 걸고 학생들이 이에 즉흥적으로 춤을 통해 답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였다.

일본의 유명 맥주회사 아사히 맥주는 도쿄 아사쿠사에 위치한 아사히 본사 옆에 아사히 아트 스퀘어(ASAHI ART SQUARE)라는 문화공간을 세우고, 2007년부터 전국의 창의교육 NPO와 파트너십을 구성하여 음악, 미술, 댄스, 연극, 영상 등 다채로운 예술 행사와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2008년부터는 매년 ‘아사히 아트 페스티벌(ASAHI ART FESTIVAL)’을 개최하고 있는데, 이 페스티벌은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전 일본 열도에서 열리는 큰 행사이다. 특히 이 페스티벌은 상대적으로 문화예술활동에 소외되어 있는 도서산간 지방의 주민과 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이들에게도 자신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일본의 PC 제조기업 NEC는 칸바스와 함께 ‘NEC 키즈 아니메 워크숍”을 개최, 점토와 디지털 카메라, PC를 활용한 클레이 애니메이션 제작을 통해 어린이들의 스토리 구성능력과 영상 표현력을 기르는 워크숍을 제공하고 있다.

​ㅣ칸바스 비젼 : 창의적 교육의 플랫폼(Plaform)의 역할  

칸바스(CANVAS)의 이시도 나나코(石.奈.子) 부이사장과 창의활동 진행 모습, 사진 제공 칸바스


 

​일본의 창의교육 전문 NPO법인 칸바스의 부이사장 이시도 나나코(石.奈.子)씨의 전공은 교육도, 예술도 아닌 ‘공학’이었다. 도쿄대에서 공학을 전공한 후 미국 MIT대 미디어 연구소에서 객원연구원으로 근무하며 공학도로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던 그녀는 MIT에서 어린이를 위한 참가형 워크숍 현장을 보고 인생의 방향을 선회, 2002년 23세의 젊은 나이에 칸바스를 설립하였다. 공학도 출신이라는 설립자의 배경 때문인지 칸바스는 초기부터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워크숍 개발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현 세대도 그러하지만 특히 미래 세대에게 디지털 미디어는 자신을 표현하는 매우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이시도씨는 특히 디지털 미디어의 손쉬운 사용법이 미래 세대에게 가져다 줄 또 다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었다.

“어린 아이들은 쇼핑을 할 때나 집에서 놀 때 종알거리며 즉흥적으로 리듬을 만들거나 노래를 부르지 않습니까? 음악이란 원래 이렇게 우리의 일상과 가까운 표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음악이나 미술은 우리 일상에서 매우 먼 것이 되어 버렸어요. 디지털 미디어는 이렇게 멀어진 예술을 다시 우리의 것으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영화나 작곡이라고 하면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프로들만의 전유물이었지만, 디지털 미디어가 공급되고부터는 누구나 캠코더를 가지고 영화를 찍고, 그림을 그리고 편집할 수 있으니까요.” 이시도씨는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누구나 예술을 자기 표현의 도구로 쓸 수 있다고 강조하며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해 창의력과 표현력을 향상시키는 워크숍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0년 가까이 칸바스를 운영하며 일본 창의교육을 선도해 왔던 이시도씨는 칸바스가 창의교육의 리더이기보다는 ‘플랫폼(platform)’으로 기능할 것을 추구한다고 하였다. “이 곳은 어린이들의 창의력과 표현력을 기르기 위해 무언가를 하려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입니다. ‘어린이를 위해’라는 공동의 목적을 가진 예술가, 기업, 지방자치단체, 정부, 교육기관 관계자들과 그들을 도우려는 모든 이들이 모이는 곳이지요. 저희 칸바스 직원들은 그들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도록 필요한 자료와 아이디어,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조언하는 역할을 합니다.”

  ㅣ창의력 교육의 궁극적 활성화를 위해 모든 사회 구성원의 협조가 필요

이시도씨는 창의교육 워크숍을 진행하는 데에 있어서 이를 주도하는 것은 칸바스가 아닌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가사키(長崎)교육인 협회에서 자신의 고장을 소개하는 애니메이션 제작 워크숍을 개최했을 때, 현지 교육인 회에서 어린이들을 모집해 주고 지역 방송국이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주는가 하면 기술 스태프들이 재능기부 형태로 아이들을 지도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관광연맹은 워크숍의 소재가 될 자료를 제공해 주었고, 대학은 연구원들을 파견하여 워크숍 고안에 머리를 맞대 주었지요. 모든 프로젝트를 저희가 진행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처음에는 저희가 도와드리더라도 결국 지역 모든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만 지역에 지속적이고 발전적인 창의력 육성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습니다.”

칸바스는 현재 전국에서 연 100~200개의 참가형 워크숍이 개최되도록 활발한 가교(Bridge) 역할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이렇게 쌓은 노하우를 좀 더 공유, 확산시키기 위하여 매년 워크숍 박람회인 ‘워크숍 콜렉션(Workshop Collection)’의 개최, 플랫폼으로써 창의교육 보급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한국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이시도씨는 앞으로 한국과의 교류 활동에 많은 기대를 나타내었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들보다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으며, 꼭 기회가 있다면 한국과 일본 어린이들이 교감하고 자극을 주고 받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차민경 객원 연구원(cremk@hanmail.net) (사)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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