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같은 연휴기간이 끝났어. 이젠 무슨 희망으로 살지?”
한국에 있는 친구의 넋두리다. 어린이날을 중심으로 이어진 나흘 연휴의 끝은, 일상의 시작을 의미했다. 그 친구는 “더 놀지 못한 게 한이 된다”고 했다. 어린이날에, 어버이날까지 있던 연휴였지만, 어떤 이들에겐 그저 노는 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 같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우리에게 어린이날로 인식되는 5월 5일이지만 세계의 반대편, 멕시코에선 보다 의미 있는 날이다. 프랑스의 침략에 맞서 기적적인 승리를 이뤄낸 ‘푸에블라’ 전투를 기념하는 날로 ‘싱코 데 마요(Cinco de Mayo)’라고 불린다. ‘멕시코의 현충일’ 정도로 이해해도 무방하겠다.
멕시코 현지에선 전쟁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날이지만, 또 한편으로 이 날은 멕시코 문화와 음식을 즐기는 축제의 날이다. 해외거주 멕시코인들이 중심이 되어 이 날을 멕시코 문화와 음식, 그리고 축제를 즐기는 날로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때문에 멕시코가 아닌 해외에서도 싱코 데 마요를 즐기는 사람들을 꽤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미국에서 싱코 데 마요의 열기는 무척 뜨겁다.
사실 현대사회에서 국경일, 기념일, 명절 등은 주로 노는 날 정도로 인식되기에 댓글은 주로 파티, 술, 놀 거리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 WW Point
Get hammered : 술을 진탕 마시다.
직역하자면 ‘망치에 얻어맞다’라는 뜻인데 망치에 얻어맞아 머리가 울릴 정도로 술을 진탕 마신다는 의미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예문) You will have less opportunity to get hammered, if you get married. (결혼을 하게 된다면, 술을 진탕 마실 수 있는 기회는 적어질 것이다.)
때문에 기념일의 역사적 의미와 유래에는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않은 채 그저 이 날을 노는 날, 술 먹는 날, 혹은 멕시코 음식 먹는 날 정도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네티즌도 보였다.
또한 최근 테러사건, 이민자 및 난민문제, 세계경제불황 등으로 반이민주의 및 고립주의가 만연하면서 인터넷상의 여론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특히 이민자를 대거 배출하는 멕시코의 기념일을 자국에서 축하하는 것에 반감을 가진 네티즌들이 꽤 보였다.
어쨌든, 분위기가 조금 안 좋긴 했지만 별 다를 것 없이 평범하게 넘어가는 듯 했던 이 날, 페이스 북에 하나의 게시 글이 올라오면서 인터넷은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러한 인증샷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 글을 올린 장본인은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멕시코와 그 이민자들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던 미국 차기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였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게시 글이지만, 이는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행동과는 너무나도 달랐던 것이다. 많은 언론과 네티즌들은 이러한 트럼프의 행보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 WW Point
At its finest (at its best) : ~의 최고봉. 단순히 the best라는 형용사를 쓰는 것보다 더 세련된 느낌이 나기 때문에 광고나 매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문구.
예문) Wall Street, the Capitalism at its finest.(월스트리트, 자본주의의 최고봉.)
: WW Point
Playing the Card : 카드를 꺼내다. ~를 (정치적) 전략으로 삼다. 행보를 보이다.
‘Card’라는 단어가 정치적 전략, 행동을 뜻하는 말로 자주 쓰인다. 유명 미국 정치드라마의 제목 “House of Cards”도 ‘정치적 전략과 행동의 요람’이라는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다. 여기서 ‘히든카드를 꺼내다’라는 표현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사실 ‘히든카드’는 영어권에서 주로 쓰는 표현이 아니다.
예문) Politicians will never stop playing the “military service” card. )(정치인들은 군복무문제를 정치적 전략으로 삼는 것을 절대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WW Review
In Cinco de Mayo, college kids just get hammered and politicians play the race card at its finest while underpaid Mexican immigrants still work all day to make a living.
(싱코 데 마요가 오면 대학생들은 술을 진탕 퍼마시고 정치인들은 최고의 ‘인종화합’ 기회를 맞아 정치적 행보를 보이는 반면, 저임금의 멕시코 이민자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 날도 하루 종일 일한다.)
(일러스트:Lonely/shutterstock.com)
월드&워드 세상은 지금 무엇을 보고, 어떻게 말하는가? 나라 밖 이슈와 그들의 반응을 갈무리한다. 외쿡에서 요긴히 써먹을 만한 실전 영어표현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