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roy the rules!(규칙을 깨부숴라!)
Destroy the rules!(규칙을 깨부숴라!)
2016.05.10 11:26 by 오혜미

오늘의 펀치라인은 독일 출신의 스위스 작가 헤르만 헤세의 명작 <데미안> 속 대사다. 소설을 안 읽은 사람은 있어도 다음의 구절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진: 위키피디아https://en.wikipedia.org/wiki/Hermann_Hesse)

Who would be born must first destroy a world.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

*전문 : The bird struggles out of the egg. The egg is the world. Who would be born must first destroy a world.(새는 알 속에서 빠져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기를 원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위대한 작가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1962)는 상당히 격정적인 십대를 보냈다. 자퇴, 신경쇠약증, 자살기도는 모두 그의 10대에 일어났던 일이다. 당시 국가고시를 봐야 입학할 수 있었던 명문 신학교에 들어갔으면서도 1년 만에 ‘시인이 아니면 아무 것도 되지 않겠다’며 학교를 뛰쳐나왔다. 광기어린 그의 예술혼은 신경쇠약증으로까지 이어졌다. 건강하지 못한 정신에 깃든 짝사랑의 열풍은 자살 시도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불러오기도 했다.

부적응과 방황으로 얼룩진 십대의 후반이 되어서야, 헤르만 헤세는 본격적으로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들끓는 예술혼을 풀어내서인지, 차츰 안정을 찾은 그는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싯타르타>, <유리알유희> 등의 명작을 쏟아낸다.

헤르만 헤세는 분명 틀에 갇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울타리란 울타리는 다 부수고 나온 십대 시절은 물론이고, 성인이 되어 작가로 성공한 후에도 고국 독일의 나치 정권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매국노라는 비난과 정권의 억압을 온몸으로 받아내다가 결국 국적을 바꾸었지만, 소신은 굽히지 않았다. 헤르만 헤세의 전기를 작성한 휴고 발(Hugo ball)은 그를 “찬란한 낭만주의 대열의 마지막 기사”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틀을 부수고 나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 낭만주의자 헤르만 헤세와 꼭 닮은 몇몇 스타들이 있다.

  1  

(사진: 정준영 페이스북)

정준영은 남다른 사람이다.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너나할 것 없이 그를 ‘4차원’ 또는 ‘돌+I’라고 표현한다. 그의 무엇이 그렇게 남들과 다른 걸까.

(사진: 정준영 페이스북)

그것은 바로 그의 로커(Rocker) 기질이다. 정준영은 그가 추구하는 록(Rock)의 파격을 닮았다. 일단 돈이 안 되는 장르, 대중이 싫어하는 장르인 로커의 길을 가겠다는 것부터 기존의 상념을 파괴하는 ‘록 정신’을 보여준다. Onstyle에서 방영했던 리얼리티 프로그램, <정준영의 BE STUPID>는 정준영이 첫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았다. “정말 록음악을 할거냐”는 물음이 끝나기도 전에 무조건 “록!”을 외치는 그의 대답에 회사 관계자들을 할 말을 잃는다. 이들의 싸한 반응은 한국 음악시장에서 록음악 장르가 가진 어려움을 보여준다. 정준영은 그런 반응에도 굴하지 않으며 거침없는 룰브레이커적 면모를 드러낸다.

 

 

회사와의 투쟁 끝에 탄생한 정준영의 데뷔곡 '병이에요' MV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정준영은 록이다. KBS <1박2일>에서 정준영이 들어간 자리는 원래 ‘막내’라는 캐릭터가 구현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정준영은 보기 좋게 룰을 깨버렸다. 말을 잘 듣거나 애교가 많은 순둥이 막내 대신, 빠른 두뇌회전으로 형들을 골려먹는 악동 캐릭터를 만들었다. 새 캐릭터는 오래된 프로그램에 모처럼 신선한 바람을 가져왔고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2013년 12월 정준영이 처음 출연한 <1박2일>은 시청률 14.3%(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동시간대 일요 예능 코너별 시청률 1위를 차지 했다.

(사진: 정준영 페이스북)

예상을 깨는 행동은 정준영의 모습 곳곳에 숨어 있다. 어떤 프로그램에서든 금세 반말을 내뱉는 격 없는 인물 같다가도, 촬영 중인 제작진이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폐가 되지 않게 예민하게 단속한다. 깡마른 체격에 밤새 게임을 하느라 끼니를 거르기 일수라면서도, 먹을 때는 배달음식보다 제대로 재료를 갖추어 요리하는 것을 선호한다. 롤링스톤즈와 본조비의 야성미를 동경하면서도, 직접 만든 요리나 프라모델 장난감과 여행 사진을 꼼꼼히 올리는 본인의 블로그가 유명해지기를 바라는 소소한 꿈이 있다.

(사진:정준영 블로그, http://blog.naver.com/poketchu)

정준영은 일반적인 예측을 무너뜨릴 때 유발되는 재미를 이용할 줄 안다. 사소한 것에도 나름의 룰과 정해진 방식이 있는 이 세상은 어쩌면 정준영에겐 클리어할 단계가 무척이나 많고 다양한 하나의 게임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재빠른 감으로 가장 포인트가 많은 쪽을 무너뜨리면서 레벨을 높여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2  

(사진: www.tailorcontents.com)

<언브레이커블 키미슈미트>라는 미드가 있다. 사이비 목사에게 납치되어 15년 동안 지하 벙커에 감금되어 있던 4명의 여성이 구조된 후, 세상에 나와 겪는 일들을 코믹하게 그려낸 드라마다. 주인공 키미(엘리 켐퍼)가 대도시 뉴욕에서 겪는 코믹한 일상에는 현대 사회의 여려 병폐에 대한 지적이 숨어있다. 이 드라마의 매력은 속된 말로 ‘약을 빨았다’고 평가받을 정도로 뛰어난 각본에 있는데, 그 각본을 집필한 이는 미국의 대표적 여성 코미디언 티나 페이다. 티나 페이는 여성 인력의 입지가 좁은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희화함으로써 문제점을 부각시킨다. 요즘 한국에도 차별적인 현실을 희화 시켜서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한국의 티나 페이라고 할 수 있는 김숙의 이야기다.

(사진:MBC 라디오스타 방송화면 중)

‘퓨리오숙’, ‘숙크러시’, ‘갓숙’, ‘가모장숙’이라는 별명은 그녀가 꼬집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쉽게 보여준다. 가부장 문화라는 거대한 나무에 대담히도 영역표시를 하고 있는 김숙은 심지어 선후배 문화 마저 통쾌하게 깨부순 이력이 있다. KBS <해피투게더>에서 유재석이 직접 밝힌 바에 따르면, 신인 시절의 김숙에게 한 개그계 선배가 10만원짜리 수표를 주며 담배 심부름을 시키자 김숙은 담배를 10만원어치 사왔고 그 후로 아무도 심부름을 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p0509

 

(사진: KBS 해피투게더 방송화면 중)

가부장문화든 선후배 문화든 부당한 관계를 그대로 뒤집어 똑같이 되받아치는 그녀의 대담함은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들을 후련하게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단짝 송은이와 일이 없던 시절 시작한 팟캐스트 ‘비밀보장’이 좋은 반응을 얻자, 둘은 <비보(비밀보장)TV>라는 모바일 방송국을 만들었다. 모바일용 버라이어티를 만들어 흥행시키겠다는 두 개그우먼의 계획에는 최종적으로 방송국과의 갑을 관계를 전복시키겠다는 음모가 숨어 있다.

 VIVO(비밀보장)TV 개국영상

VIVO TV인기 영상, “나는 급스타다, 제주도 별장편”. 김숙이 직접 출연하는 콘텐츠가 많다.

김숙의 코미디는 대담하다. 그 코미디의 바탕에는 한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즐거움’을 알기에 어떤 상황도 두렵지 않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그녀는 지금의 인기가 식은 후엔 홀연히 떠날 것이라고 한다. 김숙이 부수고 있는 것은 단순한 가부장 문화, 선후배 문화가 아닌 것 같다. 결국엔 모든 ‘관계’에서 벗어나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의 본성을 깨부수는 것이 아닐까.

  3  

(사진: MBC라디오스타 방송화면 중)

설리와 김흥국. 외적으로 볼때 가장, 세상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을 것 같은 둘의 행보가 요즘 무척 비슷해보인다. 본인의 역할을 보란듯이 무너뜨리는 점이 그렇다. 김흥국이 방송에서 주로 맡는 역할은 ‘패널’이다. 패널은 메인 MC의 진행에 따라 프로그램 주제를 이리 논하고 저리 논하면서 방송에 ‘살’을 붙인다. 하지만 김흥국 아저씨는 어느 순간 프로그램이 논점을 휙 뛰어 넘어 뼈도 아니고 살도 아닌 수염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모두가 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불쑥 저 얘기를 꺼내서 다른 출연자들을 당황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당혹스러움은 시청자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프로그램의 진행방식을 무너뜨리고 혼란시켜 주는 재미, 김흥국아저씨의 흥행 포인트다.

 

p0511

 

(사진:SMTOWN)

반면 설리는 여성 아이돌이 해서는 안 된다고 무언으로 약속했던 것을 무너뜨리고 있다. 바로 매우 적극적인 공개 연애다. 다이나믹 듀오 최자와의 연애가 드러난 것은 타의에 의한 것이었지만, 현재는 본인 스스로 연애를 공개하고 있다. 대중에게 연인사이임이 드러난 스타는 여럿 있었다. 하지만 첫 파파라치 사진 이후, 본인의 데이트를 직접 공개한 스타는 처음이다. 남자친구와의 스킨십 사진을 공개한 그녀의 SNS에 대중들은 격렬한 찬반 입장을 표하고 있다. 그녀의 사진이 담고 있을지도 모를 함축적 의미를 근거로 비난 하기도 하고, 이쯤되면 페미니스트라며 주체적인 여성상을 씌워 환영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 되었든 설리는 룰을 깨고 있다.

(사진: 설리 인스타그램)

김흥국의 파격은 대중이 기다리는 반면 설리의 파격은 대중이 기대하기는 커녕 거부한다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같은 것은 본인만의 룰로 타인과 사회의 룰을 깨고 있다는 점이다. 김흥국 아저씨는 본인이 시간이 없기 때문에 녹화 중일지라도 일찍 가야하고, 본인이 궁금하기 때문에 녹화 중에도 “그 사람의 결혼식에 당신은 왜 오지 않았냐”는 사적인 질문을 대뜸 건넨다. 설리도 마찬가지다. 설리가 SNS에 업로드하는 사진에 쏟아지는 많은 의견보다 가장 우선 되는 것은 그녀 본인의 판단이다.

 

 

프로불참러 조세호를 만든 그 영상  “안재욱 결혼식에 왜 안왔어”라고 묻는 김흥국

 

p0514

 

그 방송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쏟아진 패러디물들.

두 스타의 행보에 대한 도덕적 판단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두 사람이 단단한 알을 깨고 나왔다는 점이다. 대중의 기호가 가장 중요한 지침이 되었던 대중문화에서 대중이야 어찌되었든 자기 자신의 기준이 먼저인 모습을 세상에 보여준 것이다. 두 사람의 캐릭터는 당분간은 전무후무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일일이 글로 적지 않은 상식과 규범이 있다. 그 안에서 룰을 지키며 사는 삶도 충분히 가치있다. 하지만 누군가 그것을 깨고 나올 때 지금까지는 없던 것이 탄생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위의 스타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대중들이 그만큼 룰브레이커를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지금은 혹여 지탄을 받으며 외롭게 틀을 깨부수고 있을지라도, 그 끝에는 좁은 알이 아닌 넓다란 새로운 세상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펀치라인행운은 항상 당신 주위를 맴돈다, 다만 깨닫지 못할 뿐. ‘톱스타’들도 예외는 아니다. 찰나의 행운을 거머쥐면 하룻밤 새 인생이 바뀐다. 그들의 터닝포인트 속에 꼭꼭 숨겨진 ‘펀치라인(punchline‧결정적 구절)’을 명심하라. 우리에게도 곧 찾아올 변화의 순간을 포착하는 실마리가 그 안에 있을 테니.

필자소개
오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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