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가 태어난지 100일. 예로부터 아이가 백일을 맞이하면 그간 무사히 잘 자라준 것을 대견하게 여겨 잔치를 벌였다. 출산 하고 100일동안 몸조리 하느라 고생한 산모에게 축하를 전하는 의미라고도 이야기한다. 예전에는 백일잔치를 돌잔치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겼으나, 요즘은 백일잔치 하는 집은 거의 없다. 보통 가족끼리 식사나 하고, 아기의자에 앉혀서 기념 사진 찍는 정도로 대체한다.
백일잔치 외에 부모들이 기대하는 신생아의 백일은 일명 ‘백일의 기적’ 이다. 신생아는 약 3시간 간격으로 수유-트림-기저귀 교환을 계속 해야 하기 때문에 부모들이 새벽에도 수시로 깨어 모유나 분유를 먹여야 한다. 자주 먹는 만큼 기저귀도 자주 갈아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백일이 되지 않은 아이의 엄마, 아빠는 항상 잠이 부족하다. 그런데 이런 아기가 백일만 되면 신기하게도 밤에 7시간 정도 ‘통잠’ 을 잔다. 그렇기에 이것을 백일의 기적이라 한다.
| 통통이의 백일
며칠 후면 둘째 아들 통통이의 백일이다. 지난 겨울 막바지에 핏덩이 같이 태어나 새벽마다 수유-트림-기저귀갈기의 무한 루프를 겪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완벽한 통잠 까지는 아니지만 새벽에도 한번 혹은 한번도 안 깨고 잘 잔다.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있기만 하던 통통이가 이제는 손가락도 쭉쭉 빨고, 몸도 뒤척 뒤척 하면서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이제 곧 뒤집고 기어다닐 것 같다
이 만큼이나 잘 컸고, 둘째 아이라서 그런지 확실히 첫째 때 보다는 수월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떤 아이도 저절로 잘 커주지는 않는다. 시기마다 부모의 세심한 양육이 필요하다. 특히나 통통이는 초반 50일 정도까지는 먹기만 하면 대변으로 나와서… 지금도 그렇지만 모유를 먹이는 엄마가 음식을 가려서 먹고, 옷과 기저귀를 자주 빠느라 정말 힘들었다.
그리고 세상 모든 둘째의 설움을 통통이는 벌써 겪고 있는 듯 하다. 한번 육아의 경험을 했던 엄마, 아빠는 첫째 때에 비하면 아무래도 조금은 아이에게 신경을 덜 써주고 있다는 것이 스스로도 느껴진다. 그리고 온전히 아이만 볼 수 있었던 첫째 때와는 달리, 이제는 첫째 아이도 보면서 둘째 아이를 동시에 봐야 하니 자주 안아주지도 못했다. 부모는 식사 준비를 한다거나, 첫째 아이도 보는 등 같이 해야 하는 다른 일을 하는 적도 많았다. 가끔씩 이 작은 아기가 손가락을 쭉쭉 빨다가 혼자 잠드는 것을 보면 열심히 안 재워줘도 혼자 잘 자니 대견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미안해진다.
| 총명이의 백일
백일동안 무럭무럭 자라느라 수고한 통통이, 열심히 모유를 먹여가며 백일 동안 키워낸 엄마, 그리고 집안일을 비롯해 이것 저것 지원한 아빠 외에도 마음고생을 하며 백일을 견뎌낸 이가 있으니 바로 첫째 아들 총명이다.
통통이가 태어날 때가 되면서 필자는 아기가 태어나면 총명이가 동생을 예뻐하고 있는 사진을 찍어서 지인들에게 출산 소식을 알릴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페이스북에서 흔히 본 사진이기도 하고, 아직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총명이가 ‘동생 태어나면 안아주겠다, 침대에 눕혀주겠다’ 등등 멋진 형으로서의 모습을 공약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막상 동생이 태어나고 엄마, 아빠가 동생을 자주 안아주니 총명이도 샘이 났나보다. 낮에는 엄마가 모유를 먹이느라 동생을 안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참고 있지만, 저녁에 퇴근한 아빠가 동생을 안고 있으니 동생은 내려놓고 자기를 안으라며 성화였다. 하지만 아직 소화기관이 온전하지 못한 둘째 통통이는 모유를 먹고 한참 동안 세워서 안고 있어야 한다. 결국 아빠가 앉아서 어정쩡하게 양쪽 팔로 아들 둘을 안아보지만 두 아들 모두 불만족이다.
첫째가 평안해야 가족이 평안하다는 두 자녀 이상 가진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엄마, 아빠는 틈이 날 때 마다 열심히 총명이와 놀아줬다. 총명이와 책을 보고 있거나, 밥을 먹고 있을 때는 통통이가 좀 울고 있어도 일단 총명이와 하던 일을 마치고 통통이를 보러 가려 했다. 그리고 서랍에서 동생 기저귀 가져오기와 같은 동생과 엄마를 도와줄 수 있는 간단한 심부름을 일부러 시켜서 동생 돌보기에 참여하도록 했다.
이제는 동생을 덜 시샘한다. 바운서에 동생이 누워 있으면 재미있으라고 흔들어 주기도 한다. 자기 기준으로 너무 세게 흔들어서 엄마에게 혼나긴 했지만 말이다.
| 직딩아빠의 육아 미립자팁 #12
‘천기저귀에 도전해보세요’
요즘도 천기저귀 쓰는 사람이 있어? 하겠지만, 의외로 요즘도 일부러 천기저귀 쓰는 부모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민한 피부를 가진 아기들에게 생길 수 있는 기저귀발진이 천기저귀 사용으로 줄어들기도 하고, 며칠만 지나도 봉투가 가득 차는 기저귀 쓰레기를 줄일 수 있어 환경에도 좋습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기저귀 값이 덜 든다는 것이겠지요.
일회용 종이기저귀에 비해 천기저귀를 쓰면 일일이 기저귀를 빨아 주어야 하니 확실히 가사 노동량은 늘어납니다. 하지만 기저귀를 빨면서 아이의 변 상태를 다시금 잘 확인하게 되는 좋은 효과도 있습니다. 일회용기저귀를 썼던 첫째 때에 비해 기저귀 발진이 하나도 없는 둘째를 보면 좀 힘들어도 천기저귀가 제 역할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천기저귀도 좀더 편하게 쓸 수 있도록 여러 모양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엉덩이 짓무름이 걱정이시라면 천기저귀를 한번 써보시는 것도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