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돕는 일에도 창의력이 필요하다
세상을 돕는 일에도 창의력이 필요하다
세상을 돕는 일에도 창의력이 필요하다
2016.06.02 11:45 by 조철희

‘Use your creativity to help.’
(‘당신의 창의력을 돕는 일에 활용하라.’)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게이츠 재단(Bill and Melinda Gates Foundation)’의 박물관 한쪽 벽면에 적힌 문구다. 빌 게이츠와 그의 아내 멀린다가 지난 2000년 설립한 이 재단은 보건‧의료지원 확대와 빈곤 퇴치를 비롯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세상을 돕는 일에 왜 창의력이 강조되는 것일까.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사진: lembi / Shutterstock.com)

지난 5월 18일,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언더스탠드에비뉴 파워스탠드에서 ‘2016 기업 네트워크 간담회’가 열렸다.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가 주최하고 통일부가 후원한 이번 간담회는 통일 시대를 대비해 정부․기업과 시민사회의 협력을 강화하고, 서로 간의 접점을 만들어 내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15명 정도의 기업 및 기업재단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6월 초까지 총 4회에 걸쳐 진행되며, 각 회 차별로 초청연사 강연 및 상호 교류의 기회가 제공된다.

특히 4명의 초청연사는 기업 사회공헌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광고, 역사, 건축, 뇌인지공학 등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권위자들로 구성돼 새로운 시각으로 기업의 역할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홍탁 플레이그라운드 대표

첫 간담회의 연사로는 김홍탁 플레이그라운드 대표가 나섰다. 김 대표는 칸 광고제를 비롯, 다수의 국제광고제에서 수상했고 심사위원으로도 위촉됐던 세계적인 크리에이터. 그는 칸 국제광고제와 게이츠 재단이 공동 주최해 최빈국을 돕는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칸 키메라(Cannes Chimera)’의 심사를 맡았던 경험을 토대로, 아이디어가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했다.

Life Saving Dot

인도 등 남아시아의 여성들은 ‘빈디’라고 하는 작은 점을 미간에 찍는다. 힌두교 전통으로, 생명의 에너지가 모이는 부분으로 여겼기 때문. 이와 함께 기혼여성이 자신을 장식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라이프 세이빙 닷’은 이 오랜 전통을 활용해 현지 여성들이 처한 문제점을 해결한다.

'Life Saving Dot'에 요오드를 첨가하는 모습 (사진: https://youtu.be/Sclg_AfGzcE)

인도에서는 수 백 만명의 여성들이 매년 뇌손상, 부인병 등에 시달린다. 이유는 바로 요오드 부족. 인도에서는 총 인구의 3분의 2가량이 농업에 종사하는데, 오랜 시간 경작한 땅은 요오드가 거의 고갈된 상태다. 내륙지방에서는 해조류를 섭취하기도 힘들어 많은 사람들이 요오드 섭취를 하지 못한다고 한다.

라이프 세이빙 닷 캠페인을 주최한 닐바산트(Neelvasant) 의료재단은 음식물을 통해서뿐만 아니라 피부로도 요오드를 흡수할 수 있고, 소량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들은 요오드 성분이 함유된 패치 형태의 빈디를 보급해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나섰고, 이는 현지 여성들의 생활 깊숙이 뿌리내린 전통과 결합돼 인도 사회에 요오드 섭취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Lucky Iron Fish

캄보디아에서는 물고기가 행운의 상징이라고 한다. 그런데 최근 물고기가 상징하는 바가 하나 더 늘었다. 바로 ‘건강’이다. ‘행운의 쇠 물고기(Lucky Iron Fish)’를 통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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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이나 물을 끓일 때 'Lucky Iron Fish'를 넣으면 철분을 섭취할 수 있다. (사진: Lucky Iron Fish 페이스북 페이지)

캄보디아 사람들의 절반가량이 철분 부족과 이로 인한 빈혈을 겪고 있다고 한다. 캐나다 구엘프(Guelph)대학의 의생명공학 연구원 찰스(Christopher Charles)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이나 국을 끓일 때 쇳덩어리를 넣는 캠페인을 제안했다. 사용 시 거부감을 줄이고자, 쇳덩어리를 익숙한 식재료면서 행운의 상징인 물고기 모양으로 만들었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음식을 조리하는 끓는 냄비에 10분 간 넣었다 빼면 된다. 이를 통해 성인 하루 철분 권장량의 4분의 3을 섭취할 수 있다. 재활용 고철로 만들어졌으며, 이 때문에 음식이나 물의 맛은 변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The Escalator Project

인도의 농촌지역에 사는 4억명의 사람들에게 전기는 아직도 사치에 가깝다. 인도의 K.라헤자(Raheja)사(社)는 도시에서 하루 종일 돌아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활용해 전기가 부족한 지역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에스컬레이터의 고무레일과 밀착해 돌아가는 발전기로 전지를 충전한다. (사진: https://youtu.be/n_nLjyHuHik)
충전된 전지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시골 집들의 밤을 밝히는 데 사용된다. (사진: https://youtu.be/n_nLjyHuHik)

이 회사가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에스컬레이터 고무 손잡이와 맞닿아 돌아가는 발전기를 고안한 것. 이를 통해 배터리를 충전하고, 충전된 배터리는 밤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 시골의 집들을 밝히는 데 사용된다. 이 배터리가 사용되는 동안에는 다른 배터리가 충전되며, 미리 지급한 배터리가 다 떨어질 때 쯤 완전 충전돼 맞교환된다. 소량의 전기이지만, 이러한 사이클을 통해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전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편, 김홍탁 대표는 기업과의 협업 경험을 바탕으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CSV(공유 가치 창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플레이그라운드가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고잉홈(Going Home)’ 프로젝트를 예로 들며, “CSR은 기업이 사회로부터 이익을 얻었으므로 되돌려준다는 데 기초한 것이라면, CSV는 지속가능한 사회가치 창출 즉 세상에 좋은 것이 비즈니스에도 좋은 것이라는 생각의 역전”이라고 말했다. 고잉홈 프로젝트는 평안북도 구성군이 고향인 김구현(89) 할아버지가 차를 타고 고향을 방문하는 길을 3D영상을 통해 생생하게 재현한 것으로, 유투브 조회수만 1100만 건 이상을 기록 중이다. 김홍탁 대표는 “젊은 세대들에게 앞으로 다가올 통일을 실감케 하고 싶었다”면서 “사회적 가치 창출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어떻게 그 기술을 활용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고잉홈(Going Home) 프로젝트

한 시간여의 초청연사 강연이 끝난 후에는 언더스탠드에비뉴 장소 관람 및 네트워킹 행사가 이어졌다. 네트워킹 행사는 언더스탠드에비뉴 맘스탠드의 비스트로 하이브에서 석찬을 겸해 이뤄졌으며, 초청연사와 기업 임직원 15명이 함께한 가운데 진행됐다. 박상문(30) 한국얀센 홍보팀 사원은 “CSR에서 CSV로 넘어가는 것에 대해 기업 측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기술력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다양한 참고사례를 접할 수 있어서 인상 깊었다”고 참석 소감을 밝혔다. 카카오 소셜임팩트팀의 김태완(37) 과장은 “바쁘다는 핑계로 같은 업무를 하는 분들을 뵐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네트워킹뿐만 아니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돼 뜻 깊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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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간담회는 플레이그라운드 김홍탁 대표에 이어, 5월 23일에는 신병주 건국대학교 사학과 교수, 30일에는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가 초청연사로 참여했고 6월 8일에는 최문규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의 강연이 이어진다.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의 장래주 예술키움본부장은 “본 간담회는 사회공헌이 아닌 다른 영역의 전문가의 식견을 듣는 특별한 자리”라며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이 연결돼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조철희

늘 가장 첫번째(The First) 전하는 이가 된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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