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난해한 청바지, 개성 있는 클러치백으로 업사이클링!
엄마의 난해한 청바지, 개성 있는 클러치백으로 업사이클링!
엄마의 난해한 청바지, 개성 있는 클러치백으로 업사이클링!
2016.06.08 17:25 by 이젠니

“그때 엄마의 패션은 정말 난해했어요.”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박세현양이 바지 하나를 만지작거리며 한마디 한다. 여유 있는 핏(fit)에 화려한 패치로 장식된 청바지. 10여년 전 그녀의 어머니가 즐겨 입었던 바지란다. 지금 그 바지를 입고 다닐 수 있겠느냐고 묻자 세현양이 한사코 손사래를 친다.

“제가 당시 아홉 살, 열 살이었는데도 엄마가 저 바지를 입을 때면 속으로 ‘어휴 정말’ 했다니까요.”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이젠니 디자이너의 작업실에 손님들이 찾아왔다. 청바지를 한보따리 손에 든 주인공은 최미선(44)씨와 딸 세현양. 미선씨가 10년 전 쯤 자주 입던 것들을 엄선해서 가져왔다.

화려한 패치 장식이 돋보이는 청바지들이 오늘의 주 재료다.

이들이 이젠니 디자이너와 처음 만난 건 판교의 한 백화점 행사장에서다. 안 쓰는 청바지를 가져오면 업사이클링을 통해 가방, 액세서리 등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는 이젠니 디자이너의 말에 세현양이 용기를 내 직접 연락했다. 요즘 세대답게 업사이클링도 낯선 개념이 아니었다. 현재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는 그는 “고등학생 때 어느 단체에서 만든 업사이클링 제품에 캘리그라피를 그리는 봉사활동도 했었다”고 말했다.

업사이클링으로 나만의 개성 찾기

원래 계획은 세현양과 함께 에코백을 만들어 보는 것이었다. 무난한 디자인과 평소 즐겨 쓰는 아이템을 선호하는 그의 취향과도 맞아떨어졌기 때문. 하지만 미선씨의 제안에 금세 분위기가 바뀌었다. 집에도 안 쓰는 에코백은 많으니 이번 기회에 클러치백을 만들어보자고 한 것. 하지만 세현양은 영 내키지 않는 투였다.

“사실 그 흔한 트렌치코트도 제가 입으면 의사가운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요. 저에게 제일 잘 어울리는 건 커다란 후드티, 맨투맨티셔츠에요. 여성스러운 치마보다는 스포티한 아이템이 편하거든요.”

이젠니 디자이너의 작업실을 찾은 박세현(20)양. 시판 중인 젠니클로젯의 가방을 들어봤지만… "아직 클러치백은 뭔가 어색해요."

이제 갓 성인이 된 자신이 어른들이 드는 클러치백을 잘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것. 무난하고 튀지 않는 게 취향이라는 세현양의 말은 아직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지 못했다는 의미기도 했다. 이젠니 디자이너는 그의 고민을 듣고는 이렇게 말했다.

“옷은 유행에 따라야 하는 부분이 있잖아요. 대신에 소품은 조금 튀더라도 자기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아이템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게 좋지 않을까요? 오늘은 어머님 말씀대로 클러치백을 같이 만들어 봐요!”

도전, 스무 살의 클러치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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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간단하게 도안을 그려 사이즈를 결정한 후, 바로 청바지를 재단하는 것으로 작업이 시작됐다. 세현양의 경우 간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약간 작은 사이즈로, 어머니 미선씨는 평소 드는 가방과 비슷한 사이즈의 실용적인 크기를 선택했다. 포인트는 각 청바지의 패치와 재봉선 등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요소를 그대로 활용하는 것. 이내 쓱싹쓱싹 하는 가위소리가 이어졌다. 청바지가 바지로서의 운명을 끝마치는 순간이다.

바지의 재봉선을 따라 잘라 넓은 원단 형태가 되도록 만들어 준다.
만들어진 원단에 도안의 사이즈 대로 자와 초크를 이용해 재단선을 표시한다.
재단선에 맞춰 원단을 자른다.(박음질할 부분을 위해 1cm정도 여유를 두고 자른다.)
포인트 패치들을 덧댄 모습.
재봉틀로 박음질해 가방의 모양을 잡아준다.

가방의 모양을 잡는 보충재와 안감을 덧대는 등 세세한 마무리 작업은 이젠니 디자이너가 담당했다. 가방이 완성되는 걸 기다리는 사이, 두 사람은 업사이클링 핸드폰 케이스를 만들어 보았다. 작업은 젠니클로젯의 류영선씨가 도왔다. 안 입는 청바지를 활용해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어볼 수 있으니 여러분도 도전해 보자.

업사이클링 핸드폰 케이스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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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핸드폰 케이스, 청바지 조각*, 칼, 가위, 의류용 양면테이프, 초크(또는 펜), 자

*여기서는 청바지 조각의 변형을 방지하기 위해 코팅한 것을 사용했습니다.

 

1. 핸드폰 케이스를 청바지 위에 덧대 초크로 재단선을 그려준다.
2. 칼과 자를 이용해 매끄럽게 잘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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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 부분은 가위를 활용해 정돈한다.
3. 재단한 원단 뒷면에 양면테이프를 붙인다.
모서리 부분은 가위로 정돈한다.
4. 양면테이프를 떼어낸다.
5. 휴대폰 케이스 위에 조심스럽게 붙인다.
구멍이 나 있는 부분은 펜 등을 활용해 꾹꾹 눌러 마무리한다.
완성!
미선씨와 세영양이 만든 업사이클링 핸드폰 케이스. 테두리선을 박음질하고 포인트 패치를 덧대니 또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휴대폰 케이스가 완성되자, 작업 중인 청바지도 점차 가방의 모습을 드러냈다. 여닫는 부분은 지퍼로 마감하고 직접 만든 테슬을 달아 완성했다. 장장 6시간에 걸친 작업. 완성된 가방을 품에 안은 미선씨의 얼굴엔 감동의 미소가 퍼졌다.

"이 바지를 입었던 게 아마 부산 살 때였을 거예요. 그 때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무엇보다도 오늘 너무 감동을 많이 받은 하루인 것 같아요. 사실 백화점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했을 때도 이렇게까지 해주실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 직접 만드는 과정에도 참여해보고, 이렇게 공 들여주신 가방을 들게 돼서 감동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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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클러치백을 부담스러워했던 세현양도 가방이 썩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가방을 든 모습에서도 어색함이 묻어나지 않았다.

"비록 한참을 장롱 속에서 묵었지만, 어쨌든 저의 인생 절반과 함께 했던 친구죠. 제가 엄마 손 잡고 다녔을 때 엄마가 입고 다녔던 기억이 나요. 그 바지가 어느 새 스무살이 된 저에게 가방이 되어서 돌아왔어요. 되게 신기하고, 마치 운명같은 느낌이에요. 바지였을 때보다도 훨씬 더 예쁘고요!"(박세현양)

바지 허리부분의 디자인을 그대로 살려서 패치 형태로 붙였다. 덧댄 부분은 주머니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고, 기존에 달린 주머니들도 그대로 살려 실용성을 높였다. 지퍼 끝단에도 바지에 붙어 있던 디자인 요소를 덧붙여 독특함을 더했다.
청바지의 빈티지한 질감을 그대로 살렸고, 강렬한 느낌의 뒷주머니를 그대로 붙여 개성을 살렸다. 이 부분은 주머니로 그대로 활용 가능하다. 지퍼 손잡이에 테슬을 달아 포인트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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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니 디자이너의 작업 후기

고등학생 때까지는 소속감에 의해서 옷을 입어요. 교복도 그렇고, 몇 년 전에는 특정 브랜드의 패딩점퍼가 학생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기도 했잖아요. 하지만 스무 살이면 패션에 개성을 드러낼 나이가 되지요. 아마 아직까지 그런 경험이 없으니까, 세현양은 클러치백을 든 자신의 모습이 상상이 되지 않았을 거예요. 반대로 어머님께서는 그런 따님의 모습이 그려지는 거죠. 업사이클링 디자인은 환경을 생각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자기 감성을 드러낼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도 해요. 이날 작업은 세현양 자신의 개성을 찾아본다는 의미도 클 것 같았고, 다행히 어머님 청바지 원단을 보니 밝고 발랄한 느낌의 아이템이 탄생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저도 클러치백을 강력 추천했는데요.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예쁘게 태어나서 저도 만족합니다. 세현양이 오늘 함께 만든 가방을 들고 캠퍼스를 누벼보고, 패션으로 주목받는 경험도 해보면서 자신감도 얻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젠니야, 옷장을 부탁해 ‘5분에 1만 벌’. 영국에서 내다버리는 옷가지의 양이다. 글로벌 패스트 패션(Global Fast Fashion)이 주도하는 대량 생산‧소비의 여파다. 대안으로 떠오른 건 업사이클링 패션. 국내외를 막론, 새로운 패션 문화 코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헌 옷 짜깁기가 어떻게 패션이며 문화가 될 수 있냐고? 직접 확인해보자. 에코 디자이너 이젠니의 ‘상상’이 만든 ‘신상’. 업사이클링 홈패션 제안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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