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제조국의 민낯
짝퉁 제조국의 민낯
짝퉁 제조국의 민낯
2016.06.10 11:53 by 제인린(Jane lin)

 

참일슬, 삼싱, 롯디리아, 양파랑, SQNY…

어딘가 나사 하나씩 빠져 있는 것 같은 이름이지만
모두 실제로 중국에서 시판되고 있는 제품(브랜드)입니다.

스티브잡스와 스핑크스까지 카피하는 그들의 속내는 뭘까요?
아니 그보다, 세계 경제를 호령한다는 중국이
왜 ‘짝퉁’의 세계까지 호령하려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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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선 

지난해 겨울 베이징 주재원으로 부임했던 황씨(36) 이야기인데요. 그는 첫 출근 했던 그날 아침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합니다. 새로운 장소에서의 첫 날인 만큼 부지런히 집을 나선 그는 거주지 인근에 있던 택시에 탑승, 20여분 남짓 지난 후 목적지에 정차했습니다. 택시비로 100위안(약 1만8000원)짜리 현금을 지불한 뒤 거스름돈으로 50위안을 돌려받았죠.

그런데, 회사로 돌아와 거스름돈을 살펴보니 일반 지폐 속에 그보다 더 딱딱한 종이 위에 어설프게 인쇄된 위폐가 섞여 있었다는 겁니다.

그는 곧장 회사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택시 하차 시 받았던 영수증에 게재된 회사로 전화를 걸어 항의하고자 했으나, 해당 영수증 역시 위조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황당했던 황씨는 지역 공안국에 문의를 했는데, 공안국에서는 그가 오전에 탑승했던 택시가 사실상 무늬만 택시인, ‘위조 클론 택시’였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고 합니다.

최근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폐차 직전의 자동차를 싼 값에 사들인 일당들이 자동차 외관을 기존의 택시와 유사하게 도색한 후, 각종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었죠.

베이징, 밤 늦은 시간 또는 이른 아침 출근 시간대에 주로 성행하는 클론 택시들. 무허가 클론 택시는 폐차 직전의 기계를 그대로 사용하는 탓에 미터기가 조잡하게 설치된 경우가 많다.

더욱이 황씨와 같은 외국인 주거지가 밀집한 베이징의 ‘리두(丽都)’, ‘왕징(望京)’ 등 일대에는 이 같은 위조 택시들을 유독 쉽게 찾아 볼 수 있는데, 주로 직장인들이 많은 출퇴근 시간대나, 늦은 밤 취객들을 상대로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온상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은 그야말로 번호판조차 모두 가짜인 ‘위조’ 택시라는 점에서 지역 공안국에서도 이들을 적발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합니다.

황씨는 당시 황당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중국 주재원으로 발령 받기 전, 중국에서는 먹을 것, 입을 것 등이 무단으로 위조된다는 ‘악명’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택시조차 위조될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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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

최근 중국에 새롭게 등장한 신조어가 있습니다. 짝퉁 제품을 일컫는 ‘산자이(山寨)’라는 단어입니다.

본래는 산적이 사는 동네, 산적 소굴 등을 일컫는 단어였으나, 최근에는 정부의 관리 감독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라는 의미로 널리 사용되면서, 유명 상표를 ‘베낀’ 짝퉁 제품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죠.

그 가운데 중국에서 유독 자주 목격되는 ‘산자이’ 제품에는 유독 한국산을 따라한 것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실제로 필자는 지난해 11월, 한국 화장품을 전문적으로 구매 대행한다는 한 온라인 업체로부터 L사의 여성용 기초 화장품 세트를 주문한 적이 있습니다.

선불로 물건 값을 지불, 1주일 뒤 배송 받은 택배상자 속에는 한 눈에도 위조 상품인 것이 분명한 산자이 화장품과 어리숙하게 인쇄된 영수증이 동봉돼 있었습니다.

해당 영수증에는 토종 한국인인 필자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문법이 파괴된 조잡한 한글들이 게재돼 있어, 오히려 그 어설픈 솜씨에 쓴 웃음이 먼저 나왔을 정도였죠.

최근 한류 바람을 타고 한국 화장품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면서 한국 화장품의 외관만 그대로 베낀 ‘산자이’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실상인 것이죠.

실제로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淘宝)’에는 ‘한국산 화장품’이라는 이름으로 정체모를 제품들이 매일 수천, 수만 개씩 중국 전역으로 팔려나가고 있는데, 이 경우 브랜드 명은 물론 포장 용기, 주요 성분 표까지 위조해 판매되는 경우가 상당한 실정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일부 산자이 가운데 일반인의 눈으로는 가품인지 여부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위조된 상품도 있어, 한글로 표기된 성분 표시나 설명서를 해석하기 어려운 중국 소비자 입장에선 진위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끝까지 산자이 제품인 줄 모르고 구매해 사용하는 이들의 수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져 있죠.

필자가 거주하는 베이징 주택가 상점에서 마구잡이식으로 판매되는 한국산 화장품 산자이 제품들.

이 경우 무엇보다 큰 문제는 한국산 화장품이라며 팔려나가는 산자이 제품 중 상당수가 마구잡이식으로 대량 제조된 것들로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2014년 기준 중국 식약청이 가품 화장품 70여개를 조사한 결과, 이들 화장품에는 납 등 중금속 함량이 높아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피부암 등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도, 온라인 유통 채널을 통해 산자이 제품들이 무분별하게 팔려나가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최근에는 이 같은 산자이 제품의 거래가 비단 온라인 유통 채널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라는데 더 큰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동네마다 자리한 작은 구멍가게에서도 유명 브랜드 제품을 그대로 ‘베낀’ 산자이 제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필자가 거주하는 지역인 베이징 하이디엔취(海淀区) 중관촌(中关村)에 자리한 한 상가에 들어서면 유명 상표를 그대로 카피한 여성용 핸드백, 구두, 화장품 등이 보기 좋게 진열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큰 유명세를 가진 브랜드 ‘버버리’, ‘샤넬’, ‘루이비통’ 등 유명 상표를 그대로 달았지만, 가격은 진품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300위안(약 6만원) 정도에 판매됩니다.

'특가 세일'이라며 오가는 이들을 현혹시키는 제품 판매대에서는 상당수 산자이 제품들이 싼 값에 팔려나가고 있다.

필자는 처음 이 같은 산자이 제품을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에 버젓이 진열해놓고 판매하는 상점을 마주하며, ‘상표권이 있는 제품을 그대로 베낀 것들을 이렇게 마구잡이식으로 판매해도 되는 것인가’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상점 내부로 들어서 주인으로 보이는 여성에게 해당 제품의 진품 여부를 문의하자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카피 제품이다. 더 품질 좋은 SA급 물건을 보여주겠으니, 상점 안 쪽으로 자신을 따라오라”고 귀띔했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상점 외부에 진열해놓은 산자이 제품들은 오가는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싼 값에 판매하고 있는 B급 제품들이고, 상점 안 쪽에는 더 정교하게 위조된 제품들이 있다는 것이었죠.

주인의 설명을 듣기 이전에도 판매되는 상품의 저렴한 가격 탓에 해당 상품의 가품 여부를 짐작할 수 있었지만, 가품을 내놓고 판매하면서도 지나치게 당당한 상점 주인의 태도 앞에 필자의 무릎이 꺾이는 순간이었습니다.

더욱이 지금껏 이 같은 산자이 제품들은 베이징 중심가에 자리한 홍치아오(红桥市场), 슈슈이제(秀水街) 등 일부 대규모 쇼핑몰과 온라인 유통 업체를 통해서나 판매됐던 것이었는데, 최근에는 일반인들이 거주하는 주택가 골목 상점에서 조차도 쉽게 판매되고 있을 정도로 ‘산자이’ 제품에 대한 현지인들의 부정적인 인식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이곳 상황이죠.

이쯤되니, 전 세계 국가들로부터 ‘짝퉁 제조국’이라는 누명을 얻었다는 중국 정부의 주장이 사실 ‘누명’ 아닌 ‘오명’은 아닐까 낙담하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산자이 제품이 성행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긍정적인 움직임이 감지됐습니다.

지난해 중국 공안국은 전 세계 국가로부터 짝퉁 제조국이라는 지탄의 대상이 된 것과 관련, 산자이 문제를 소탕하고자 최근 베이징의 유명 짝퉁 판매처 밀집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실시, 해당 적발 행위에 대해 국영 언론을 통해 대대적인 보도를 이어간 바 있습니다.

유명 쇼핑몰 상점을 중심으로 샤넬, 프라다, 버버리, 디올 등 11개 명품 브랜드의 가죽지갑, 시계 의류 및 액세서리 총 210여 건을 적발하고, 적발된 짝퉁제품 판매매장에 대해서는 상표법 위반에 따라 5만 위안~25만 위안까지 벌금과 산자이 제품을 몰수 조치한 것이죠.

짝퉁 명품시계를 흥정하고 있는 중국 상인(사진:jorisvo / Shutterstock.com)

하지만 이 같은 공안국의 움직임에 대해 일각에서는 “산자이 제품 거래는 (언론에서 발표되는) 적발 수치보다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듯 보인다”며 “대규모 유명 짝퉁 쇼핑몰에 대한 처벌의 강도만 높인다고 단시간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필자 역시, 주택가 상점까지 점령하고 나선 산자이 제품의 출연에 그간 제가 모르고 지냈던 짝퉁 제조국 중국의 민낯을 마주한 것 같아 스스로 얼굴이 붉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중국 현지에서 경험했던 ‘진짜‘의 경험들을 떠올리며, 이 모든 오명들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는 미래의 중국에 한 줄기 가느다란 기대를 걸어보고 싶습니다.

/사진: 제인 린(Jane lin)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중국은 여전히 낡고, 누추하며, 일면 더럽다. 하지만 낡고 더러운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중국은 그 역사만큼 깊고, 땅 덩어리만큼 넓으며,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꿈을 찾아 베이징의 정착한 전직 기자가 전하는 3년여의 기록을 통해, 진짜 중국을 조명해본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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